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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독설/이명박 바로세우기

'평화시위 조장'하는 사람만 잡아들이는 경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7. 8.
경찰은 촛불집회가 폭력 시위로 변질되는 것을 막았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지도부 6명을 수배했다.
시위문화 개선에 앞장섰던 안진걸 조직팀장을
전문시위꾼이라며 구속했다.

폭력 양상으로 치닫던 촛불집회에
다시 평화의 숨결을 불어넣었던 종교인들을
불법집회를 했다며 구속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경찰이 이렇게
'평화 시위 조장'을 하려는 사람만
골라서 구속하려는 이유가 뭘까?


 

경찰이 수배 중인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지도부 구속을 위해 조계사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 박원석·한용진 광우병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백은종 이명박탄핵을위한범국민운동 부위원장, 김동규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 김광일 다함께 운영위원, 백성균 미친소닷넷 대표 등 수배된 지도부 6명은 조계사에서 농성 중이다.


경찰은 이들을 ‘폭력 시위’ 배후로 지목했다. 그리고 녹취와 영상 채증을 통해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촛불집회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참석한 사람이라면 이들이 폭력 시위의 배후에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촛불 집회가 두 달 넘게 진행되면서 시위대에 의한 폭력행위가 몇 번 발생했지만 이들 지도부에 의해 발생한 것은 아니다.


물론 불법 집회의 책임을 묻는다면 현행법상 시비를 걸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심야시간에 도심에서 집회를 하는 것, 도로를 점유하고 가두행진을 하는 것, 이런 것들은 분명 불법의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불법’에 관한 것이지 ‘폭력’에 대한 것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지금 경찰의 조치는 신호위반을 한 운전자를 뺑소니 운전자 취급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위대에 의한 폭력 행위는 모두 대책회의가 주관한 집회 이후에, 혹은 집회와 별개로 발생했다. 대책회의가 무리한 청와대 앞 진출을 도모하고 전경버스 파손을 한 사람의 ‘지도부’는 아니었다. 따라서 경찰이 이런 폭력 시위의 책임을 대책회의 지도부에 묻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 먹고 도망간 사람 비용을 옆 테이블에서 ‘미국산 쇠고기’ 위험하다고 삼겹살만 먹고 있는 사람에게 물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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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안진걸 조직팀장이 '파병반대' 시위 때 연행되던 모습이다. 시위문화를 개선하려는 그에게 경찰은 늘 이런 식의 대답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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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은 이번에 안팀장이 연행되는 모습을 찍은 <오마이뉴스> 사진이다.




대책회의 간부 중에 먼저 구속된 두 사람은 안진걸 조직팀장과 윤희숙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부의장이다. 이 중 안진걸 팀장을 구속한 것은 경찰의 ‘아이러니 오브 아이러니’다. 그는 ‘깃발’이 난무하고 ‘선무방송’이 요란을 떠는 시위문화를 일반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평화적이면서도 호소력 있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운동의 선봉에 서 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참여사회연구소가 발행하는 <시민과 사회>에 현재의 집회와 시위문화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써서 논쟁을 일으켰다. 당시 기고 글에서 그는 "시민단체들의 집회·시위가 국민들에게 감동이 아니라 짜증을 주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집회현장에서 나타나는 교통체증과 행사장을 뒤덮은 깃발, 경찰과의 충돌, 소음, 화형식, 음주 등이 시민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해 참여는 물론이고 반감마저 갖게 만든다"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내려는 안진걸 팀장의 고민은 이번 촛불집회에서도 계속되었다. 촛불집회가 ‘촛불문화제’로 진화하는데, 안 팀장의 역할을 결정적이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시위대와 유모차를 몰고 온 시위대가 가능해진 것은 안 팀장과 같은 사람들의 역할 덕분이었다.


지난 6월9일, 희망제작소 세미나실에서 '2008년 촛불시위가 창조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란 주제의 토론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도 안 팀장은 "한 마디로 감동이었죠, 그러나 광우병 대책위 활동을 하는 저로서는 (누리꾼들이) 무섭기도 해요. 저만 보면 '대책회의다'하고 몰려와서 항의하곤 하죠. 이제는 '쫄아서' 대책회의 티를 잘 안 내려 해요. 가장 무서운 것은 ‘다음 아고라’의 누리꾼들이에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경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아고라 논객’들은 안 팀장의 방식에 대해서 지극히 비판적이다. 몇몇 주도 인물들은 이번 촛불집회 기간 동안 안 간사에 대한 욕을 입에 달고 다녔다. 끝까지 그들과 대립하며 불법 폭력시위를 막았던 안 간사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지도부 멤버 중에 가장 먼저 구속된 것은 정말 ‘아이러니 오브 아이러니’다. 그를 전문 시위꾼으로 지목한 것은 마릴린 몬로를 ‘순결 홍보대사’로 지목한 것 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경찰은 시국 미사와 시국 기도회 그리고 시국 법회를 주최한 종교인들을 사법처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은 7월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종교행사로 열린 촛불집회도 구호나 발언 내용과 거리행진 등을 판단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폭력 양상으로 치닫던 촛불집회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종교인들이 나서면서 다시 평화롭게 진행된 것은 경찰 간부들만 모르고(정확히는 모른 척 하고)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경찰은 이 종교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들을 잡아들이려 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평화시위를 조장한 죄’ 때문일까?


대책회의 간부들도 조계사에 고립되어 있고, 종교인들의 참여마저 막고 있는 이번 주말 촛불집회는 과격 양상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경찰이 원천봉쇄에 나서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국회의원도 기자도 변호사도 가리지 않고 때렸던 경찰이 유일하게 때리지 못했던 사람이 바로 종교인이었다. 그런데 이들마저 없으니 경찰의 곤봉놀림이 다시 가뿐해질 것 같다.


경찰이 ‘평화시위를 조장하는 무리’를 구속하고 고립시키고 참여를 막은 덕분에 이번 주말 촛불집회는 다시 ‘폭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거리의 법칙이 다시 증명되고, 경찰은 폭력 시위 진압을 명분으로 더욱 거세게 몰아세울 것이다. 과연 어청수 경찰청장이 기대하는 이런 판으로 촛불집회가 흘러갈까? 누리꾼들의 ‘집단지성’이 또다른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주말이 기다려진다. 


2008/06/29 - [고재열이 만난 사람] - 대책회의 안진걸 팀장 구속이 부당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