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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독설/이명박 바로세우기

은혜 갚으며 살게 도와준 이명박 대통령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7. 18.


 


이명박 대통령에게 내가 고마워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시사저널 파업’과 ‘시사IN 창간’ 과정에서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을 기회를 만들어 준 점이다.
이 대통령은 내게 은혜를 베푼 사람들만 골라서 괴롭히고 계시다.
덕분에 나는 은혜를 갚을 기회를 얻었다.



꼭 1년 전 이맘때다. 안진걸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36)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참여연대 상근간사들이 아름다운가게 본부 옥상에서 ‘시사저널 사직 기자들 후원을 위한 일일 찻집’을 연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웃어라, 정의야!’라는 이름의 ‘일일 찻집’은 안진걸(당시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팀장의 ‘뒷공작’으로 성사된 것이었다. 안 팀장은 “정의도 웃고, 참언론도 웃고, 우리들도 웃는 행사를 만들어 보자”며 행사를 기획했다.


1년 뒤, ‘웃어라 정의야’의 2탄 행사가 ‘힘내라 간사야’라는 이름으로 열린다고 아름다운가게로부터 연락이 왔다. 폭력 시위 주도 혐의로 구속된 안진걸 팀장을 돕기 위한 행사였다. ‘힘내라 간사야’ 행사가 7월25일(금요일) ‘웃어라 정의야’가 열렸던 바로 그곳, 안국동 아름다운가게 옥상 하늘정원에서 열린다.


촛불집회 전까지 시위 문화 개선 운동에 앞장섰던 안 팀장은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도 비폭력 문화제를 주장해 가두시위를 하려는 시위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시위 문화 개선을 위한 안팀장의 노력은 전의경 부모 카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첫 구속자로 안씨를 선택했다. 왜 구속했을까? ‘평화시위를 조장한 죄’로 구속했을까? 


안 팀장은 언제나 명랑했다. 옥중에 있는 그와 통화를 했던 참여연대 후배를 얼마 전 만난 적이 있다. 그가 전한 안 팀장의 옥중 멘트다. “탁동지, 내가 쪽팔리는 것이 하나 있소. 경찰놈들에게 목을 잡혔을 때 말이오. 그때 그놈들에게 크게 욕을 했어야 하는데 말이오. 그만 ‘살려주세요’라고 말하고 말았소. 여기 와서 생각해보니 그것이 제일 쪽팔리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진걸 팀장이 파병 반대집회를 하다 잡혀가는 장면이다. 경찰의 표정을 보니 조금 무거운 눈치다. 부디 구치소에서 다이어트에 성공하길 바란다.


이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안진걸 팀장만 생각하면 자꾸 웃음이 난다.
구치소에서 고생하는 사람인데, 생각하면 눈물이 나야 하는데
이상하게 자꾸 웃음이 난다.
일일호프 때 그를 위해 '개구리 자세' 플래시몹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 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번 파병반대 집회 때 안진걸 팀장을 들어본 경창들은 그가 보기 보다 무겁다는 것을 간파하고 이번엔 목을 잡고 검거에 나섰다. 그러나 개구리 포즈는 여전하시다. <오마이뉴스> 사진.




계속 시간을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나는 ‘파업 기자’에서 ‘실업 기자’로 신세가 바뀌어 한참 선후배 기자들과 <시사IN> 창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경영진의 ‘삼성기사 삭제사건’에 의해 발생한 ‘시사저널 사태’는 기자들의 파업이 6개월여에 걸쳐 지속되었지만 도무지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신매체 창간을 결정했다. 작년 이맘 때, 창간 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전시회’를 담당했던 나는 열심히 기증받은 그림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MBC <PD수첩>과 KBS <시사투나잇><미디어 포커스>와 YTN과 미디어다음은 그때 우리를 여러 번 도와주었다. <PD수첩>은 두 번에 걸쳐서 ‘시사저널 사태’를 방송해 주었다. KBS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 역시 여러 번에 걸쳐 ‘시사저널 파업’을 알렸다. YTN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은 집회에서 사회를 보아주었고 미디어다음은 ‘블로거뉴스’를 통해 우리의 파업 소식을 전해주었다. 


다시 시간을 되돌아와서, 지금의 상황을 살펴보자. 1년 전과 ‘팔자’가 정확히 바뀌었다. 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다뤘다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PD수첩> PD들을 인터뷰했고, <시사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 폐지를 염려하는 기사를 썼고,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해 단식 농성을 하는 현덕수 위원장을 인터뷰했고, 조중동의 기사 송고 중단으로 위기에 처한 미디어다음에 관한 기사를 썼다.


“국민이 너무 바빠졌어요. 지켜줘야 할 곳이 너무 많아요” YTN 집회에서 만난 한 언론단체 실무책임자가 한 말이다. 정말 그랬다. 은혜를 한꺼번에 갚으려니 나도 여간 바쁘지 않았다. 나의 무기는 최근 <조갑제닷컴>을 제치고 언론인/방송인 사이트 1위(다음 디렉토리 순위. <조갑제닷컴>을 제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갑제 닥쳐 닷컴>게시판을 내렸다)에 오른 내 블로그, <고재열의 독설닷컴>이었다. 이 블로그를 통해 나는 후방 교란작전을 폈다.


나는 YTN 낙하산 사장에 비난 폭탄을 집중했다. YTN이 ‘24시간 편파방송’이 되는 것을 막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YTN 낙하산 저지 3단계 작전(7월14일)’ ‘나를 망친 YTN, 그러나 지켜주고 싶다(임종인 전 의원이 YTN 지킴이로 나선 이유/7월10일)’ ‘내가 어제 MBC가 아닌 YTN으로 간 이유(7월9일)’ ‘7월 14일이 YTN '운명의 날'인 이유(7월1일)’ ‘YTN 앵커가 종이비행기를 접는 이유(6월25일)’ 등의 글을 통해 10만명 정도의 네티즌들이 ‘YTN 사태’를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YTN 걱정도 맘껏 못했다. 검찰이 <PD수첩>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PD수첩>까지 전선을 확장해야 했다. 조중동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미디어다음도 도와야 했고, KBS 독립을 위해서도 신경을 써야 했다. 기자정신이 지금만큼 말똥말똥하게 깨어있었던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뿐인가, 구속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안진걸 조직팀장 구명활동도 해야 했고 누리꾼 수사대와 경찰의 폭력진압도 재구성해야 했다. 그뿐인가, 이에 대한 조중도의 왜곡보도도 분석해야 했고, 조중동이 기사 공급 중단으로 미디어다음을 공격하는 것도 알려야 했다. 그뿐인가, 진보신당에 대해 ‘백색테러’를 감행한 HID가 대천해수욕장에서 경비 용역 계약을 체결해 ‘미수다’ 브로닌을 경호하게 된 것도 고발해야 했다.


부족했던 비판정신을 다시 심어주시고,
부지런히 살 수 있게 채찍질해 주시고,
은혜를 갚을 기회를 주신 이명박 대통령에게
‘거짓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