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검증해서 쓸 생각은 않고
왜 뒤에서 비난만 하나.
과장도 왜곡도 거짓도 없었다.
오직 진실만을 전했을 뿐이다.
조중동과 맞장 토론이라도 하고 싶다”
그동안 <PD수첩>에 대한 보수언론의 공격은 ‘<PD수첩>이 광우병 위험을 과장했다. 인터뷰를 왜곡했다. 오역이 있었다’라는 것 등 주로 프로그램 내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PD수첩> 상황실’을 둔 사실을 보도하며 대응 방식을 문제삼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MBC, 사과 않고 최대한 시간 끌기로(7월9일)’ ‘PD연합회 언론노조 등 외부 힘 빌려 MBC, 방통심의위 압박방안 등 논의(7월10일)’ 기사 등을 통해 MBC를 압박했습니다.
검찰의 수사 압박과 보수언론의 공세가 본격화 되자 국민들이 <PD수첩>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7월8일 저녁, MBC 앞에서 언론노조 주최로 ‘방송장악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렸습니다. 검찰의 <PD수첩> 수사에 항의하는 이 집회에는 시민 2천명(경찰 추산 천 명)이 참여해 <PD수첩>을 위해 촛불을 들었습니다.
‘오역 논란’이후 그동안 <PD수첩>은 소극적인 해명으로 일관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소극적인 해명은 오히려 국민들의 의구심만 증폭시켰습니다. 과연 <PD수첩>은 광우병 위험을 과장했을까? 그리고 위험을 과장하기 위해 인터뷰를 왜곡했을까? ‘잘못을 인정하자’는 내부 의견도 묵살하고 시간 끌기로 버틴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문제가 된 ‘광우병’편을 제작한 <PD수첩> PD들과 ‘직격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동안 <PD수첩>은 광우병 논란을 세 차례 방영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4월29일, 이춘근 김보슬 연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2편>(5월13일, 오동운 김보슬 연출) <쇠고기 추가협상과 <PD수첩> 오보논란의 진실>(6월13일, 오상광 연출). 이 중 오동운 PD(이하 오)와 이춘근 PD(이하 이)를 지난 7월11일 MBC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시사IN> 44호에 인터뷰 기사 전문 게재)
- 왜 ‘<PD수첩> 상황실’을 왜 만들었나?
(오) ‘황우석 알레르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태 났을 때 <PD수첩>만의 문제가 아닌, MBC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그때의 경험 때문에 이런 틀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PD수첩>에서는 조능희 CP가 참여했다).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민사소송이 들어왔던 때에는 이런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민사 재판을 방어하기 위한 자료를 담당 PD들이 준비하는 정도였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 조선일보가 <PD수첩> 상황실 회의에서 ‘잘못을 인정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일부 오역 문제에 대해서 잘못을 인정하자, 털고 가자,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오역에 대해서’ 부분만 빼고 보도했다. 오역 부분은 이미 인정한 부분이다.
- ‘증거 인멸을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 원본 테입 다 남아있다. 관련 스크립트나 자료도 다 보관하고 있다. 자료의 외부 유출을 우려해서 사본을 정리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고 있다.
- ‘범죄집단보다 못하다’는 비난하는 칼럼도 있었다.
(오) 언론으로서 페어플레이 정신이 없는 것 같다. 자신들이 사실을 검증해서 비판하면 되지 않나? 직접 확인화면 되는데, 확인해서 잘못을 지적하면 되는데 왜 뒤에서 비겁하게 그런 비난을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조중동과 맞장 토론이라도 하고 싶다.
- 그동안 왜 적극적으로 반론을 펴지 않았나?
(오) 오역 논란의 중심에 있는 번역가 정씨는 원본 내용을 전부 알 수 있는 위치의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PD수첩>이 그녀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제작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PD에게 최종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 자제했다.
- 보도에 나오는 대로,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일부러 ‘시간 끌기’를 하고 있나?
(오) 검찰이 수사자료를 요청하며 보낸 공문을 보니 “누구의 명예를, 어떻게 훼손했다”라고 하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적시되지 않았다. 문서상으로는 검찰이 정식 수사에 들어간 것인지, 정식 수사에 들어가기 위해서 사전 수사를 하는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내용이 완결되지 않은 문건이었다. 그냥 형법에 의해서 자료 요청을 한다고 했다.
- 검찰이 일종의 ‘파일럿(시험방송) 수사’를 한 것이라는 것인가?
(오) 그런 느낌이다. 아직 정식으로 고소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형식을 갖춰 정식으로 요청하면 그때 입장을 얘기하겠다고 했다.
(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때문에 대통령이 두 번 사과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퇴진했다.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이 사표를 썼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제제기를 정부가 인정한 것 아닌가? 누구의 명예를 어떻게 훼손했는지에 대해서 묻고 싶다.
- 처음에 농림수산식품부가 민사소송을 걸어 왔을 때 느낌이 어땠나?
(이) <PD수첩>이 제기한 의문은 미국 도축 시스템이 안전한가에 대한 것과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방송이 나가면 미국 육우협회나 미국 농무부에서 문제제기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우리나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소송이 들어왔다. 어이없었다.
- 무려 5명의 검사가 <PD수첩>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 농림수산식품부가 민사소송을 한 것은 이해한다. 중재를 요청했지만 우리가 받아주지 않았고 정정 보도도 해주지 않았다. 형식 논리상 민사소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아무리 양보해도 인정할 수 없다. 더군다나 검사가 5명이나 붙어서 수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농민단체가 쇠고기 협상단 대표에 대해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식으로 고발한 사안인데 검찰이 어떻게 수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수사 형평성이 맞는 지 궁금하다.
- 검찰 쪽에서 ‘아레사 빈슨(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의심돼 미국질병통제센터가 부검을 실시했던 여성) 어머니에 대해서 <PD수첩>이 유도 신문을 했을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오) 아레사 빈슨 어머니를 직접 취재한 PD에게 다시 확인했다. 그녀는 질문할 틈도 없이 자기 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MRI결과로 보았을 때 vCJD(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일명 인간 광우병)가 의심된다고 분명히 말했었다. 유도 질문은 하지 않았다. 아레사 빈슨 어머니를 다시 만나 이 내용을 확인했다.
- 그녀는 방송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는가?
(오) <PD수첩> 방송 내용에서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방영된 부분이 없다고 확인해 주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묻는 한국 언론의 전화가 쇄도해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주었다’라고 했다.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한국에서 전화가 많이 걸려와 국제전화는 아예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에 관한 보도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 이상하다.
- 한국 언론이 아레사 빈슨 어머니 인터뷰를 하고도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오) 어느 언론사가 취재해 갔는지는 파악하지 않았다. 여러 곳에서 취재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공중보건 및 축농분야 소장을 맡고 있는 마이클 그레거 박사도 많은 한국 언론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레거 박사에 대한 보도 역시 나오지 않고 있다.
- 그레거 박사는 뭐라고 하는가? ‘다우너’를 ‘높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라고 해석하는 것이 관건인데?
(오) 그레거 박사는 “그런 소들을 ‘광우병 의심 소’라고 묘사한 것은 정확하다. 왜냐하면 이들 소들이 ‘다우너’들이니까. 걷지 못하는 소들은 광우병 위험이 훨씬 높다. ‘다우너’들은 걸을 수 있는 소보다 광우병에 걸렸을 확률이 50배에서 100배 정도 높다”라고 말했다.
- 원본 동영상에서 ‘동물 학대’라고 설명했던 부분을 ‘광우병이 의심되는 다우너 소들을 도축을 위해 강제로 일으켜 세우려는 행위’라고 해석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하는가?
(오) 그레거 박사는 그런 학대를 하는 것은 그들이 가학적인 사람들이거나 동물 학대를 즐기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관리자들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 동물들을 일으켜 세우라고 지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다우너’소와 ‘젖소’의 관계도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 일부 언론에서는 젖소는 나이가 들수록 칼슘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주저앉는 소의 비율이 높을 뿐이라고 말한다.
(오) 그레거 박사는 젖소의 경우 ‘다우너’소가 될 가능성과 ‘광우병’소가 될 가능성이 모두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젓소는 더 오래 살아서 전염되거나 전염시킬 수 있는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검찰발 기사를 보면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에 대해 CNN 등 미국 언론이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라고만 표기하고 vCJD라고 표기한 경우는 없다고 한다.
(이) 이상하다. 나는 금방 찾았다. vCJD와 몇 개의 검색어만 활용해보면 구글 검색에서 금방 찾을 수 있다. 검찰이 왜 찾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 검찰이 ‘원본 테입’을 요구하는데, 제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원본 테입’을 제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론이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을 보도하고 정부기관이 고소한다고 해서 ‘원본 테입’을 다 내놔야 한다면 누가 언론에다 정부를 비판하겠나? 누가 대운하 사업을 고발하고 누가 정부 비리를 제보하겠나? 이는 명백한 ‘사후검열’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요즘 언론의 사진 연출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제작 당시 혹시 연출한 장면이 있었는가?
(오) 전혀 없었다. 만약 재연을 위해 연출한 장면이 있었다면 연출 했다고 표기를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곳은 시청자를 속이는 것이다.
- ‘원본 테입’을 제출하지 않는 것 때문에 ‘뭔가 켕기는 것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일부 언론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정말 화가 났다. ‘취재원 보호’가 언론의 원칙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들이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이없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기자와 PD가 검찰이 요구하면 취재 원본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인가?
- 7월15일, <왜곡 오역 논란, 그 진실을 말하다>는 편에서 정식으로 해명하고 반론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 방송에서 새로 공개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민동석 전 농업통상정책관의 미공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할 것이다. 당시 민씨와 2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었다. 그는 ‘다우너’를 광우병소로 의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광우병 의심소라는 전제로 미국 대표단에게 한국 국민의 우려를 소상히 전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대해서도 “광우병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느 쪽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 마지막으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가?
(이) <PD수첩> 광우병 편의 제작 의도는 ‘미국산 쇠고기 안전 문제를 신뢰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의심 사례를 소개하고 ‘만약 미국에서 이상이 발견된다면 우리 정부가 이에 대처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 정부를 믿을 수 있을 만큼 제대로 협상을 했나’를 점검하는 것이었다. 이 질문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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