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정지민씨에게 보내는 공개 질문
(아래 내용에 대한 답변 해명 혹은 반론 부탁드립니다)
<PD수첩> PD들, “우리는 정지민이 누구인지 모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번역가 정지민씨다. 보수언론은 번역가 정씨를 통해서 <PD수첩>의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정씨가 프로그램 제작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떻게 번역했는가는 복잡한 이 문제를 단순화해서 따져볼 수 있는 핵심이다. 내 의문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몇 가지 의문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단 <PD수첩> PD들은 정지민을 만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알아보았더니 정씨는 <PD수첩> 취재작가(메인 작가의 보조 작가)를 통해서 할당된 분량에 대한 초벌 번역 작업을 하고 가편집본에 대한 번역 감수 작업을 했다고 한다(이때도 취재 착가와만 작업).
초벌 번역 작가는 총 13명이었고 번역 감수자는 정씨 한 명이었다. <PD수첩>은 정씨가 감수를 한 것이 그의 번역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가장 시간이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정씨가 가 편집본에 대한 유일한 번역 감수자였다는 사실이다. 즉, <PD수첩>은 그녀의 잘못된 번역 때문에 이 사태를 겪고 있는 것이다(뒤에 자세히 논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PD수첩> PD들은 정지민씨를 상대로 논쟁하는 것을 꺼렸다. 정씨의 잘못이라는 것을 밝혀봤자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고, 번역 잘못 자체가 제작 시스템의 허술함을 인정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젊은 여성을 상대로 거대 방송사가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로울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씨가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서면 그때 진실을 가리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번역가 정씨가 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판단에, 정씨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규명해보았다.
<PD수첩> PD들, “정지민은 방송을 보지 않고서 <PD수첩>을 비난했다”
번역가 정씨의 첫 발언이 보수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이 6월 26일이다. 그 뒤로 3일간 무려 37건의 기사가 나왔다. 이 보도는 주로 정지민의 발언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때까지 정씨는 방송을 보지 않은 상태였다. 자신의 카페를 통해 정씨는 4월29일 방영된 ‘광우병 편’을 처음 본 것이 6월28일의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보수언론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모른 척 했을까? 방송을 보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정씨는 프로그램의 ‘의도’를 문제 삼았다. 자신이 번역한 분량에서는 광우병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정작 방송에는 광우병 위험이 큰 것으로 보도되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물론 방송을 직접 보지는 않았더라도 이런 문제제기는 할 수 있을 것이다).
<PD수첩> 김보슬 PD |
<PD수첩> 이춘근 PD |
<PD수첩> PD들, “프로그램에 오역이 있었던 것은 정지민이 오역을 했기 때문이다.”
<PD수첩>을 옹호하는 사람도 <PD수첩>이 오역을 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다만 그 오역이 사소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검찰이 처벌까지 하는 것은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오역’은 <PD수첩>의 원죄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상식적인 판단이 간과되어 있다. 그 오역을 누가 했는가? 앞서 지적했듯이 정씨가 최종 번역 감수를 했다. 따라서 오역의 1차적 실무 책임자는 정씨다(2차적 최종 책임자는 <PD수첩> 제작진이겠지만).
따라서 번역가 정씨를 앞세워 <PD수첩>의 오역을 비난하는 보수언론의 보도는, 정씨 입장에서는 전 국민을 상대로 “나는 엉터리 번역가다”라고 광고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이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PD수첩> PD들, “번역가 정씨가 초벌 번역하고 재벌 감수한 부분에서도 오류 있었다”
만약 정씨가 제대로 번역 감수를 했는데, 그 내용을 <PD수첩> PD들이 바꿔서 ‘오역’이 되었다면 그 부분은 문제제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내용은 없다. 오히려 이춘근 PD와 김보슬PD가 정씨가 감수한 번역의 오류를 몇 개 잡아냈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그랬다면 보수언론은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PD수첩>이 의도적으로 사인을 단정하기 위해 왜곡했다고 몰아갈 수 있는 결정타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언론도 이 부분을 찾지 못했다.
7월15일 ‘<PD수첩> 진실을 왜곡했는가’ 편이 방송되었다. <PD수첩>은 ‘의역’ 부분을 ‘의역’이라고 주장하고, ‘오역’ 부분은 ‘오역’이라고 인정했다. 그러자 보수언론은 1면에서 "PD수첩이 오역 잘못 인정했다"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면서 마치 <PD수첩>이 치명적인 오역을 한 것처럼 공세를 취했다.
<PD수첩>의 오역 논란과 관련해 정씨는 자신의 잘못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거듭 지적하지만 정씨는 '초벌 번역자'일 뿐 아니라 '가편집본의 최종 감수자'였다. 문제가 된 번역오류(<PD수첩>도 인정하는 오류) 중에서는 정씨가 초벌 번역과 재벌 감수를 모두 담당했던 부분도 있다고 한다.
<PD수첩> PD들, “정씨가 번역한 부분은 일부분이라 프로그램의 ‘의도’를 평할 수 없다”
오역 문제와 별개로 의역 문제에서 아레사 빈슨 어머니 로빈 빈슨 인터뷰에 자막에 ‘vCJD(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일명 인간 광우병)'라고 나간 부분은 김보슬PD가 최종 표기한 부분이다. 번역가 정씨가 감수한 내용은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으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부분이 유일하게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왜 번역가가 CJD라고 넘긴 것을 담당 PD가 vCJD로 고쳤는가? 이것이 <PD수첩> ‘오역 논쟁’의 유일한 논점이다. 다른 부분은 ‘오역’이 있다 하더라도 번역 감수자가 넘긴 것을 그대로 방영한 것이기 때문에(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의도’를 논할 수 없는 부분이다.
<PD수첩> 제작진은 이 부분에서 김보슬 PD는 미국 취재를 전부 도맡아서 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반면, 번역가 정씨는 그 중 일부만을 번역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위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씨는 로빈 빈슨이 딸 아레사 빈슨의 장례식에서 "MRI 촬영 결과 CJD가 나왔다"라고 말한 부분을 예로 들면서 <PD수첩>이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PD수첩>의 설명에 따르면 정씨는 장례식 장면 테입 2개(인터뷰 분량 6분)와 아레사 빈슨 어머니 인터뷰 테입 한 개(40분)를 번역했다고 한다.
김보슬 PD는 <고재열의 독설닷컴>과 한 인터뷰에서 “당시 인터뷰 테입이 3개(120분 분량) 더 있었고 그 테입에서는 로빈 빈슨이 “MRI 촬영 결과 vCJD가 의심된다(딸이 의심받았던 병명은 vCJD)”라고 말한 부분이 자주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씨가 번역한 빈슨 부인의 정식 인터뷰 첫 번째 테입의 내용에 대해 김 PD는 “딸이 수술 후유증으로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이약, 저약, 이의사, 저의사 찾아다녔다는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 즉 증상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진단에 대한 이야기는 정지민씨가 번역한 부분이 아닌 나머지 120분 분량의 테입에 대부분 설명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김 PD는 정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아레사 빈슨이 수술 후 후유증으로 비타민 등을 처방받아 먹었다고 주장하는데 인터뷰 어느 곳에도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PD는 해명 방송을 위해 로빈 빈슨을 찾아가서 재차 확인했다. 그리고 로빈 빈슨이 “진단 받은 병명이 vCJD였기 때문에 다른 병명에 대해선 생각할 수 없었다. 내가 CJD라고 말한 것은 vCJD를 지칭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PD는 장례식 때 CJD라고 말한 것은 비유하자면 '유방암'에 걸린 딸을 '우리 딸이 암에 걸렸다'라며 유방암의 상위 개념인 '암'으로 표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CJD는 vCJD의 상위 개념임).
<PD수첩> PD들, “보수언론, 현지 취재로 사실 관계 파악해놓고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PD수첩> PD들은 자신들의 주장과 번역가 정씨의 주장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은 현지 취재로 금방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해명 방송을 위해 다시 미국에 가서 사망한 아레사 빈슨 어머니와 휴메인소사이어티 마이클 그레거 박사를 만나서 그들에게 확인취재를 한 언론사가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정작 그런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김보슬 PD는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로빈 빈슨은 지난번에 인터뷰 때 다 말했는데 뭘 더 말하느냐고 했다. 우리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방송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인해 주었다. 그러면서 한국 미디어에 질려버렸다고 했다. 너무 전화가 많이 걸려와서 아예 국제전화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PD수첩> 측은 ‘광우병 편’을 반박하기 위해 휴메인 소사이어티 측을 취재하고도 보도하지 않은 언론사가 있었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래서 "왜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입장에 대해서 취재하고도 보도하지 않나?"라고 묻자 그 언론사 기자는 "우리는 취재한 것을 다 기사로 쓰지는 않는다"라고 대답했다(이쯤 되면 보수언론도 취재원본을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PD수첩> PD들, “오역은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광우병의 위험성과 우리 정부의 졸속협상이다”
<PD수첩> PD들은 보수언론이 오역논란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보슬 PD는“오역 논란은 제작 PD로서 굉장히 아픈 부분이다. 프로그램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부끄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럼 오역 부분을 바르게 고치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해지고 우리 정부의 졸속협상이 문제가 없어지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했다.
이춘근 PD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한가'라는 <PD수첩>의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PD수첩> 광우병 편의 제작 의도는 ‘미국산 쇠고기 안전 문제를 신뢰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의심 사례를 소개하고 ‘만약 미국에서 이상이 발견된다면 우리 정부가 이에 대처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 정부를 믿을 수 있을 만큼 제대로 협상을 했나’를 점검하는 것이었다. 이 질문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보슬 PD는 ‘광우병편’ 후속편 제작을 원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20대 초반 여성 2명이 CJD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프리온이 계속 변화하고 그 질병 형태도 변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물음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들었다. 최근 실험결과를 보면 오염된 고기를 먹고 vCJD가 아닌 sCJD가 발병한 쥐에 대한 사례가 나왔다. 규명해야 될 것이 아직 많다. UPI 의학전문기자 스티븐 미첼의 기사를 보면 광우병과 관련해 미국 검사에서 '네가티브'로 나왔다가 영국 검사에서 '포지트브'로 나온 사례가 있다. 미국 검사의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규명하는 후속편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2편은 보수언론 보도의 왜곡과 과장을 중심으로 <PD수첩> 논쟁을 재구성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1편과 마찬가지로 역시 조중동에 공개 질의 형식으로 묻도록 하겠습니다.
(정지민씨 카페에는 글쓰기 기능이 없어서 이 블로그 ‘공개 질의’를 봐달라고 쪽지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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