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
'나는 영원한 언론인'이라며 최문순 의원이 금배지를 집어던졌다고 합니다.
(나는 별로) 할 말이 별로 없습니다.
선언이 아니라 사퇴서를 국회의장 앞으로 제출하고,
보좌진들과 함께 짐을 꾸려서 의원회관을 퇴거했다고 합니다.
저는 사실 국회의원이 되기전의 최문순을 잘 모릅니다.
그는 한 때 기자였고, 언론노조 위원장이었고,
한 때는 MBC 사장이었습니다.
그가 지난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금의 민주당 국회의원에 비례대표 직을 신청했다고 했을 때
문화방송(MBC) 안팎과 언론계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끓었습니다.
최문순과 아무런 인연이 없던 저는 그냥 그러려니 생각했습니다.
다만 국회에 들어가면 제 역할을 잘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제18대 국회에 들어가서 보여준 모습은
기실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사무실과 바깥 행사장 등에서 만나는 보좌진들은
열정적이었고, 소탈했고, 겸손했고, 친절했습니다.
최문순, 그도 그랬습니다.
최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를 앞두고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도
내색하지 않고서 저의 손을 잡아 이끌면서 안(집무실)으로 들라 했습니다.
그의 생김새가 그러한지 몰라도 그는 소탈 소박합니다.
겸손하면서도 배우는 자세로 의정활동에 임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제일 먼저 의원직 사퇴서를 집어던졌습니다.
(나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언젠가 지리산 노고단 능선에서 보았던 원추리 꽃이 생각났습니다.
원추리, 고개를 반쯤 숙인 아낙네 같은 야생화입니다.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꽃입니다.
이제부터 최문순을 원추리라고 부르겠습니다.
'서울 여의도에 핀 원추리, 최문순'
원추리꽃과 시 하나,
그와 보좌진들에게 보냅니다.
獻詩(헌시)
원추리, 최문순
- 언론악법 저지 의원직 사퇴를 보며
그들에게는 굽힘이 없다
그들에게는 구속이 없다
철 따라 흐드러지게 피고 질뿐
하늘 아래 첫 마을
구름을 벗 삼아
바람을 길동무 삼아
무리지은 채, 한 세상 평화롭게 제 목숨 살다 갈뿐
자유로운 영혼은
화려하게 비상(飛上)하다가도
추락(墜落)할 때를 알면 미련없이 물러선다
홀로 섬은 두려운 일,
목숨을 내던짐은 고독한 결단,
패배를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음은
자유로운 인간만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영광
그이에게는 굽힘이 없다
그이에게는 구속이 없다
철 따라 흐드러지게 피고 질뿐
한 세상 평화롭게 살다 제 목숨 제각기 저의 길 갈뿐.
2009.7.24
- 이준희
*** 사진은 지리산 노고단 능선에 핀 원추리 꽃입니다.(필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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