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블로거 인큐베이팅 프로젝트/이준희닷컴

인터넷기자협회장인 내가 인터넷매체 비판한 이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4. 13.



<독설닷컴>에 세들어 있던(그러나 그 사실을 거의 까먹고 있었던) '이준희닷컴'이
간만에 글을 보내왔습니다.
인터넷기자협회 회장인 그가 인터넷매체에 비판적인 인터뷰를 한 사연과
이런 저란 단상이 담겨 있는데, '매체 비평'과 관련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입니다.

글 초입에 <독설닷컴>에 대한 과도한 헌사가 있는데,
('독설닷컴' 대표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블로그에 무슨 대표까지야...ㅋㅋ)
널리 양해하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이병순 체제의 <미디어비평>이 연성화(?)됐다!
 
글 -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회장)

<독설닷컴>의 고재열 대표(시사인 기자)의 유명세를 이용해 블로그질을 하려던 나의 계획은 답보상태다. 고 대표의 도움을 받아서 <독설닷컴>에 게시판을 하나 설치했지만 현재까지 글이 두 개 올라가 있는 상태다. 낯뜨겁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게시판을 폐쇄하지 않고 있는 고 대표께 고맙다. 이제부터는 뭔가 쓰고 싶은 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간단 간단하게 글을 올리고자 한다. 네이버에도 블로그가 있긴 하지만 요즘은 거의 글을 올리지 못했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언론계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다루어보고자 한다.

방송 출연(?)한 지 한참 됐는데 지난 주초에 KBS에서 전화가 왔다. <미디어비평> 팀이란다. 웬일인가 싶어 전화를 받았다. 이번주(4월 3일) 미디어비평에서 인터넷매체의 왜곡보도 문제를 다룬다고 한다. 김성모 기자님(이하 님 생략)의 얘기를 들어보니 '허허, 이거 인터넷매체 조지는 꼭지네' 인터뷰를 거부할까? 망설여졌다. 한편에서 지난해 불거진 KBS 사장 교체 사태 이후 KBS 뉴스보도가 보이는 정치적 편향성과 보신적 행태가 마음에 들지도 않은 면도 작용했다. 하지만 속내는 말할 수 없고 달리 겉으로 인터뷰 거부를 할 핑게거리도 없어서 응하기로 했다.

취재는 3월 30일 화요일에 이루어졌다. 김성모 기자와 방송카메라 기자들께서 프레스센터에 있는 언론연대 사무실로 찾아왔고, 그곳에서 10여 분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이외에도 이러 저러한 이야기를 조금 나누었다. 그리고 며칠 뒤 금요일(4.3) 밤 11시 30분 kbs 1TV에서 하는 <미디어비평>을 시청했다.

 
- 초짜 시절에는 방송국에서 취재를 해 가면 지인들에게 알렸다. 인터뷰 나온다고. 그런데 몇 번 물먹었다. 인터뷰 해 놓고 편집에서 잘리거나 방영되지 않는 일이 간혹 있었다. 그 이후론 방송에 인터뷰했으니 봐라는 얘기를 사전에 하지 않는다. 방송이란 게 나와야지 나온 것이지 사전에 괞히 나온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가 나오지 않으면 챙피 당하기 십상이다. -


이날 첫번째 꼭지는 [이슈&비평] '스포츠뉴스에 묻힌 방송 저널리즘' 이었다. wbc와 김연아 피겨우승에 온통 몰입한 방송사들의 행태를 꼬집는 내용이었다. 나름 괜찮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꼭지가 바로 '[뉴스 in 뉴스] 인터넷 매체 ‘왜곡 보도’ 위험수위 넘었다'였다. 프로그램 후반부에 나의 인터뷰 장면이 나왔다. 잔뜩 징그린 얼굴로 인터뷰하는 장면은, 내가 봐도 보기에 좋지 않았다. 심각하게 얘기하는 대목이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허허 인터뷰를 다시 할 수도 없고, 이미 방송에 나가 버렸는데... 내가 정리해 네이버 측에 보낸 한국인터넷기자협회의 '네이버 뉴스캐스트 정책 제안' 공문과 본문 내용도 화면에 일부 잡아주었다.

연예인 등의 가십성 발언 등을 왜곡 보도하는 인터넷매체의 문제점을 다룬 것이었는데 한번은 짚어야 할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인터넷매체가 선정적인 제목이나 내용을 담은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내는 근본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다룬 듯 했다. 시간상 제약도 있겠지만 아쉬웠다.


현재 인터넷매체 1300개!!!

한국에는 지금 인터넷매체가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의 대중화와 인터넷신문 틀을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 덕분에 시도에 등록한 인터넷매체만도 1,300여 개에 달하고 있다.

특히 수년전 스포츠신문 포털 뉴스 독점 계약 파문으로 스포츠와 연예 등을 다루는 인터넷신문이 속속 창간되면서 인터넷신문의 선정적인 보도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대다수 인터넷신문이 돈을 버는 방법은 단순하다. 인터넷신문을 차려놓고 독자를 유인해 기사를 보게 하고, 기사나 홈페이지 등에 삽입된 광고 등을 클릭하게 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독자들이 많이 보는 연성 기사, 이슈 기사 생산에 인터넷매체는 매달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한국적 토양에서의 인터넷 저널리즘의 정착과 제고가 수준 높게 이뤄지기도 전에 인터넷매체는 이미 또다른 뉴미디어 매체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렇다보니 주목도가 높은 기사(주로 제목에서 결정된다)를 집중 배치해 네티즌 방문자를 유도하고, 클릭수 높이기에 몰두하게 된다.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는 인터넷매체가 대부분 좇는 방식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다수 인터넷신문의 저널리즘이 거의 황색 저널리즘 수준이 되어 가는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일부 인터넷신문은 쓰레기 같은 기사를 생산하고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먹고 살기 위해서 앵벌이 짓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이같은 현상은 계속 지속될 것이다.

독립형 인터넷신문이나 일간지 자회사 닷컴이나 온/오프라인 통합형 매체나 다를 바 없다. 그런데 한 가지만 더 꼬집자면 한겨레, 경향 같은 매체나 조중동 같은 매체나 너나 할 것 없이 닷컴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게시판에 자극적인 글과 사진 등으로 도배되어 있다. 이들 메이저 언론사 홈페이지도 예외없이 앵벌이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왜? 먹고 살기 위해서이다. 기사만으로는 방문자를 유도할 수 없다. 음담패설이나 유명 연예인, 스타 등에 관한 자극적인 이야기와 사진 등으로 이용자들을 낚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다시 <미디어비평> 이야기로 돌아오자. 다소 아쉽긴 했지만 필요한 꼭지를 보도했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한 김성모 기자와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미디어비평>을 본 비평 이야기를 조금 하고, 앞으로도 인터넷매체에 대해서도 많은 기획과 보도를 해 달라는 이야기를 보냈고, 김 기자도 답장을 해 주었다.

그런데 4월 6일 또 전화가 왔다. <미디어비평> 팀의 김상협 기자님(이하 님 생략)이었다. 이번엔 '뉴스통신진흥법' 문제를 다룬다고 했다. 허참, 방송에 나가서까지 뉴스통신진흥법 문제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고 싶지 않는데... '알겠다'고 했다. 인터뷰는 4월 7일 화요일 언론연대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뉴스통신진흥법에 관해서 10여 분 이야기했다. 김 기자가 여러 질문을 하셨다. 질문에 관한 답변을 하고도 몇 가지 더 이야기하다보니 길어졌다. 그 중엔 하나는 포털뉴스의 독과점 문제를 기성 언론이 방치해 놓고 있다. 더 이상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


신문의 위기는 스스로 자초한 것

4월 10일의 <미디어비평> 꼭지는 정부의 신문, 통신 지원에 관한 문제였다. 고사 위기에 처한 신문산업과 인터넷매체, 뉴스통신(연합뉴스) 지원에 관한 문제점을 짚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뉴스통신진흥법만 다루는 줄 알았는데 홈페이지에 예고된 내용을 보고 다소 당황스러웠다. 김 기자가 신문과 인터넷매체에 관한 정부 지원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는 얘길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부분은 다른 관계자를 취재했으므로 굳이 나에게까지 언급해 주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었는지 몰라도 전체 기획을 이해하고서 인터뷰에 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점은 차이가 난다.

결론적으로 이날 방송도 필요한 내용이고, 시의적절하긴 했지만 대안이라는 측면에서는 깊이가 없었다. 어떻게 하자는 얘기가 너무 턱없이 부족했다.

방송도 마찬가지이지만 신문산업이 고사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신뢰의 회복과 신문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방송이 있고(이제 IPTV까지 나왔다), 실시간 포털뉴스와 인터넷매체가 넘쳐나는데 굳이 돈주고 신문까지 사볼 필요가 뭐가 있는가? 나는 수년전 한겨레 신문을 끊은 다음부터 신문을 더 이상 구독해 보지 않는다. 가끔 지하철이나 거리 판매대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한 두번 사보는 것 이외에는. 한겨레 신문을 끊은 이유? 한마디로 볼 거리가 없고, 기대치에 못 미치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논조와 빈약한 정보력 등등.

신문산업이 위기에 처한 것은 스스로의 잘못 때문이다. 조중동의 무가지 살포와 경품 전쟁에 의한 신문 구독 부수 확장, 독과점, 권력과의 유착 등 이유도 있지만, 적어도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권력과 조중동의 유착(일부 있었다 -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주미대사 임명과 하차 논란)은 없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산업은 위기 국면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신문사들은 미래에 대한 비전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그들보다 블로거들이 쓰는 글들이 훨씬 깊이가 있고 다양하며 재미가 있다. 미디어 뉴스를 주로 전하는 고재열 기자의 <독설닷컴>의 영향력이 오히려 한겨레 <미디어>면, 경향신문 <미디어면>보다 낫다면 낫다.

그렇기에 비전도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신문산업에 돈을 퍼 주라는 얘기는 시대착오적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단 한 가지 신문이 공공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논리만 빼놓고, 수많은 신문사와 기자들이 도대체 우리 사회의 발전과 진보를 위해서 하는 역할이 뭔지 의문이 들 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인터넷매체가 보이는 상업성, 정치성의 경향성도 결코 열외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위기에 처한 신문산업을 살리려면 위기에 처한 원인과 해법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 없이 철면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향해서 아무리 지원해 달라고 소리쳐 본들 쇠 귀에 경읽기식이다. 다만 얼마간의 지원은 받을 수 있겠지만 그건 언발에 오줌누기식이다. 한가지만 예를 들면 그렇다.


인터넷에 희망이 있다? 웃음만 나온다

고사 위기에 처한 <경향신문>과 그것보다는 조금 상대적으로 나운 <한겨레>의 관계자들이 "우리도 인터넷신문 하자", "신뢰가 있는 디지털 사업에 희망이 있다"는 등의 얘기를 해대곤 있다. 이걸 보고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인터넷신문 아무나 하나? 최소 3년은 제대로 월급도 못 받고 굶을 생각해야 할 수 있다. 그것도 미래에 대한 기약 없이. 물론 잘나가는 인터넷신문들 있다. 경제, IT, 의료, 증권 투자 등 전문 분야의 인터넷신문은 경쟁력이 있고, 독자들도 몰리고, 돈도 붙고 있다. 그러나 아무런 특징이 없는 인터넷매체들은 거의 고사 상태다. 진흥과 부흥의 기회를 만나기도 전에 들이닥친 포털의 뉴스독과점과 새로운 뉴미디어들의 발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조중동의 괴력에 포위되어 맥을 못 추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그런데 인터넷신문을 하고, 디지털 산업에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서 허탈했다.

포털이 뉴스공룡이 될때까지 경향이나 한겨레가 어떤 문제의식이라도 있었는가? 한겨레-네이버의 홍은택 이사의 고정 칼럼까지 실어주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사업적 필요성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미네르바 사건 때 다음의 개인정보 검찰 제공 행위, 이종걸 의원, 최문순 의원의 장자연 리스트 수사 관련 언론사에 대한 실명 글 게재에 대해서 삭제(블라인드 처리)까지 해 대도 미디어다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지 않는 한겨레, 경향이다.

4월 10일 <미디어비평> 꼭지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뉴스통신진흥법 문제는 다음에 다루고자 한다.) 이날 기자실 담합 문제는 아들 잠재우는 관계로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예고 내용과 일부 내용 시청 등으로 미루어볼 때(인터넷에서 다시 볼 생각이다) 기자실의 폐해를 짚은 기획인데, 최근 청와대의 인터넷매체 차별(인터뷰 배제, 주요 간담회 배제 등) 문제는 다루었는지 궁금하다.

이병순 사장 체제 하의 KBS <미디어비평> 확실히 연성화됐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 시기 <미디어포커스>가 놓쳤거나 간과했던 미디어 언론산업의 여러 가지 세부적 이슈와 사안을 짚어가다보면, 내용과 형식에 깊이가 더해지고 앞으로 좋아지리라고 본다. 특히 인터넷매체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주길 기대해 본다. 그렇기에 <미디어비평>도 꼭 시청하고 시청자 독자 비평해 그 내용을 여기 저기 블로그에도 실어나르고, <미디어비평> 제작진, 취재기자들에게도 꼭 보내주자. 엉터리로 한다면 팍팍 씹어주고 말이다. 지난 4월 3일, 4월 10일 <미디어비평> 시청자로서 점수를 준다면, 한 70점 되겠다. 기대치에 못 미쳤지만, 그렇다고 이병순 사장의 KBS가 하는 만큼에 비교해 볼 때 수준 이하도 아니었다. 좀 더 분발이 필요하다. (참, 예전에는 <미디어포커스>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제가 나오면 문자 메시지 많이 왔는데 허허 4.10 방송보고 한명이 문자 왔습니다. 이걸 보면 아마도 예전만큼이나 방송사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없어지기도 했지만) 많이 안 본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위기에 처한 신문산업과 종사자들, 상대적으로 턱 없는 임금을 받으며 고전분투하고 있는 인터넷매체 기자들과 뉴시스 같은 민영통신사 등 이 시각에도 저널리즘의 가치를 믿으며 기자질 하고 있는 이들의 희망과 건강, 승리를 기원한다.

2009.4.12

가칭 <이준희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