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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언저리뉴스

전여옥의 패배를 기억해주자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7. 26.



지난주에 정치권에서 벌어진 일 중에 
미디어법 직권상정에 묻혀 제대로 환기되지 못한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서울시당위원장 경선에서 패배한 일입니다. 전 의원을 이긴 승자는 중립성향의 권영세 의원이었습니다. 


권 의원은 7월23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경선에서
1062표를 얻어 805표를 얻은 전여옥 의원을 제쳤습니다. 
이번 경선은 총 2335명의 대의원 중 1867명이 참여해
80%에 달하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경선이었습니다.


정치인이 선거나 경선에서 지는 것은 병가지상사지만, 전 의원의 이번 패배는 남달랐습니다.
이상득 의원이 실각한 이후에 권력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각하는 이재오 전 의원이 후원하고
차기 대선주자와 차기 당대표로 꼽히는 정몽준 의원이 후원하고
심지어 청와대에 계시는 그분의 뜻까지 업고도 졌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전여옥이 아니라 '오크'를 세워놓아도 당선되어야 하는데...


이런 경우는 '개망신'이라는 말 말고는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전 의원만 '개망신'을 당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뒤에서 밀었던 이재오 정몽준도 개망신을 당했습니다.
이 일로 이재오 전 의원의 정계 복귀 스케줄이 바뀌었고,
정몽준 의원의 대권가도와 당권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정치인이 한번 이런 일을 당하면 극심한 '선거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죠.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 나갔다가 원외위원장한테 '오나죤 케굴욕' 당한 뒤에
한동안 국회 뒷문만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습니다.


아무튼 전여옥 의원의 패배는 모두가 기억해 줄 가치가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68세의 노인에게 10초간 폭행당했다며 병원에 몇 주씩 누워있었지만, 
그 흔한 동정표도 얻지 못했습니다. 
전 의원이 한나라당 안에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선거 전날 밤, 전여옥 의원 측 운동원한테 문자가 왔습니다.
문자 내용을 보고 조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기회주의자는 가라~
소신과 책임있는 정치인
"전여옥"이 꼬~옥 서울시당위원장이 되길~'



좀 웃기지 않나요?
전여옥 의원 쪽에서 기회주의자를 논한다는 것이...
정몽준 - 박근혜 - 이명박 - 정몽준/이재오...
수시로 주군을 바꾸는 전여옥 의원이 기회주의자가 아니라면 과연 어떤 정치인이 기회주의자일까요?
그렇게 주군을 바꾸면서도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기회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일까요?


암튼, 우리모두 전여옥의 패배를 기억해 주도록 하죠.
천성관의 굴욕 이후 가장 맛갈나는 굴욕사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