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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2010년 지방선거

MB 자전거시대, 자전거 도지사 나올까?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7. 27.


'독설닷컴'에서는 MB정부의 정치적 분기점이 될 2010년 지방선거를 미리 점검하고 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지역은 PK(부산 경남)지역입니다.
문재인 김두관 등 친노정치인들이 부상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지역의 판세를 먼저 살폈습니다.

PK지역에서 감지되는 징후 중 하나는 한나라당의 분열입니다.  
‘젊은 개혁지사’ 이미지로 당선되었던 김태호 경상남도지사가
박연차 리스트 수사와 세계합창대회 실패로 3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김 지사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는 사람은 이달곤 행정안전부장관과 박완수 창원시장입니다.  
여권에서는 이들 세 명 중 2명 정도가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중 박완수 창원시장을 만나보았습니다.   


 

"경남도지사 출마? 할 일 하는 것이 답"  


‘PK(부산·경남) 지역의 리틀 MB.’ 박완수 창원시장의 별명이다. 그런데 박 시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외모 또는 스타일이 비슷하지도 않다. 특별히 이명박계로 분류될 만큼 측근도 아니다. 그런데도 박 시장이 이렇게 불리는 까닭은 따로 있다.

이 대통령이 “자전거는 녹색 성장의 동반자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자전거를 주요한 교통수단으로 복원시켜야 한다”라면서 자전거 부흥을 주창하기 2년 전 박 시장은 이미 창원시를 ‘자전거도시’로 선포하고 공용자전거 사업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이 주창하는 녹색 성장과 일맥상통하는 ‘환경도시’ 사업도 2006년 창원을 ‘환경수도’로 선포하며 본격 시작했다.

‘박완수를 보면 MB가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MB 스타일 시정을 펼치는 박 시장을 지난 5월 이 대통령이 직접 ‘대한민국 자전거축전’ 폐막식 참석차 찾아와 격려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중앙 정가는 박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박연차 리스트’ 관련 수사를 받은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대항마로 박 시장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박완수 시장:1955년생. 1979년 행정고등고시 합격. 1994년 합천군수. 2000년 김해부시장. 2004년 민선 3기 창원시장. 2006년 민선 4기 창원시장(현).
<시사IN>이 ‘2010년 PK 지역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한 결과, 박 시장은 만만치 않게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제94호 커버스토리 참조). 한나라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김태호 지사(28.6%)에 이어 두 번째(11.8%)를 기록했으며 범야권 후보로 거론되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이길 만한 필승 카드(39.5% 대 28.7%)로 나왔다. 이런 결과는 경쟁자로 언급되는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황철곤 마산시장에 비해서는 압도적이다(김태호 지사 대 김두관 전 장관은 41.5% 대 26.7%).

내년 경남도지사 선거 출마와 관련해 박 시장은 아직 야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굳이 피하려 하지도 않았다. 슬쩍 에둘러 도정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PK의 리틀 MB’를 창원시장 집무실에서 만나보았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지역에서 인기가 좋다.

시장에 당선되고 두 가지를 반드시 해야겠다 생각했다. 먼저 먹고살 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역의 산업 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업사랑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만 갖고는 일류 도시가 못 된다. 취리히·제네바·밴쿠버 등이 아시아권 도시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 건 환경문제 때문이다. 먹고살 거리에 쾌적한 환경이 더해져야 한다. 그래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 ‘환경수도’ 이 두 가지를 시정의 핵심으로 삼았다.

‘자전거 도시’ 계획은 왜 시작하게 되었나?

창원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처럼 분지형 도시다. 실제 조사해보면 그렇지도 않은데 시민들은 막연하게 공기가 안 좋다고 생각한다. 대기를 깨끗이 하는 데 노력해야겠다 마음먹고 자전거 도시를 추진하게 되었다. 창원은 도로가 잘 뻗어 있지만 러시아워에는 많이 밀린다. 기업이 많은데 근로자들이 주로 차로 출퇴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통체증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문제, 심지어 주차 문제도 심각하다. 기업이 공장 지어야 할 땅에 근로자 주차장을 짓는다. LG 같은 경우 40억원 들여서 주차빌딩을 만들었다. 이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방법이 녹색 교통이라고 생각했다.

자전거 도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나?

지금 1200대가량이 설치되어 있는데 하루 1만 회 이상 탄다는 결과가 나왔다. 1대당 8회 이상 이용한다는 것이다. 파리 밸리브가 1대당 4회 수준인 것에 비하면 놀라운 결과다. 지금은 교통분담률을 환산해보고 있다. 연말까지 1500대, 장기적으로 5000대 설치가 목표이다.

예전에는 자전거 도시 하면 상주를 떠올렸는데 이제 창원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상주시는 자전거를 안 탈 수 없는 여건이다. 대중교통 시스템이 미비하고 차량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시가 의도적·정책적으로 끌고 온 부분이 많았다. 공직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자전거 도시 만든다고 했다가 실패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 자전거도 시장·군수가 자기는 안 타면서 시민들에게는 타라고 했다. 10억, 20억 예산 들여서 자전거 도로 몇 개 만드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했나?

시민에게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자전거 안 타는 이유가 대체로 두 가지였다. ‘불편하다’ ‘위험하다’는 것이다. 불편한 것, 위험한 것을 없애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프라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제도와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보험·도로교통법·이용활성화법·조례 등을 다 개정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을 바꾸기 위해 중앙정부 공무원과 국회의원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직접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데, 시민들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주었나?
 
자전거로 출근할 때 ‘시장이 쇼한다’고 생각하는 시청 직원도 많았다. 나는 처음 시작할 때 이미 각오했다. ‘그래 쇼다. 그런데 내가 이 쇼를 몇 년간 하는지 지켜봐라’ 하고. 최소한 내가 몇 년은 타야겠다 생각했는데, 2년째 하고 있다. 

자전거 실력은 좀 늘었나?

이명박 대통령이 와서 자전거를 탔을 때 기자들이 사진 찍는다고 손 좀 흔들어달라 했는데 핸들에서 손을 못 떼시더라. 나도 처음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두 손 다 놓고 탈 수 있다.

‘환경수도’ 정책은 왜 시작하게 되었나? 
 
처음에 환경수도 시작할 때 말이 많았다. 창원은 공단도시인데, 기업을 사랑한다는 박 시장이 웬 환경수도냐는 것이다. 나는 도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산업 기반이 튼튼한 것도 중요하지만 살기 좋은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앙정부가  이산화탄소, 온실가스 감축 등을 신경 안 쓰니까 우리 시라도 나서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후변화 대응 시범도시 선언을 하고 기업체를 참여시켰다.

야권에서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시장이 간이 작아서 비판하면 덜컥 받아들여버려서 각이 안 선다는 것이다. 버텨야 각이 생기는데.

남 이야기를 들으려고 애를 많이 쓴다. 시정에도 ‘시정 경연제’라 해서 간부회의 대신 시민대표를 모아 회의를 한다. 초등학생도 오고 시장 아주머니, 택시 기사, 심지어 외국인도 와서 자기 느낀 점이나, 바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시정은 자질구레한 것 신경 쓰고 해결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민원 게시판에 글 정말 많이 올라온다. 웬만한 광역자치단체보다 많이 올라온다. 직접 다 읽어보고 반영할 것은 반영한다. 간이 작아서가 아니다.

앞으로 행보에 다들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지금 현재는 내 직분에 충실하려 한다. 충실하다보면 길이 열리지 않겠나. 내가 하고 싶다고 하고, 하기 싫다고 안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시민 뜻에 따라서 결정할 것이다.

창원시를 넘어서 마산·진해와의 통합시 차원의 구상이나 혹은 경상남도 차원의 구상이 있는가?

낙동강, 남해안, 지리산 인근 서부 산악권 이 세 곳을 경남 발전의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여기를 발전시키지 못하면 경남은 발전 못한다. 낙동강 수질개선사업을 국토해양부에서 시행하는데 콘텐츠가 부족하다. 그런 것은 국가에 의지할 게 아니라 우리 지자체에서 내놓아야 한다.

어떻게 경남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보는가?

김태호 지사가 경남 발전을 위해 남해안을 잡은 건 잘한 것 같다. 그러나 콘텐츠가 다는 아니다. 민자 유치가 중요하다. 남해안이 절경을 갖췄지만 투자가 없으면 안 된다. 앞선 외국 관광지도 관광객이 오게끔 하는 건 투자의 결과다. 말이 아니라 실제로 하는 게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천도 그런 것 아닌가. 뭔가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주> 이 인터뷰는 <시사IN>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