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에 온 용역들과 맞선 '할매산성'

요즘 제가 전세 사는 아파트단지에서 '세상은 요지경'이라 할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자리를 놓고 동대표들간에 불꽃 튀는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보통 재건축 아파트 분쟁은 조합 차원에서 마무리되기 마련인데,
이 단지는 단지가 워낙 크고(6864세대) 이권이 많아서인지(전국 시가 총액 1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자리를 놓고도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싸움은 아파트관리업체 교체 문제가 실제 이유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지금 우리 아파트단지의 상황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상황과 비슷합니다.  
동대표가 45명인데 이중 23명(딱 과반수죠)의 동대표가 담합해서 현 회장을 탄핵했습니다.
그리고 이들끼리 회장과 이사직 감사직을 나눠 가졌습니다.
(이들 쿠데타 세력 뒤에는 이전 관리업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 관리업체가 교체되지 않는 쪽으로 재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

주민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입주자대표회장 탄핵 사유가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탄핵 과정이 불법적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탄핵 사유를 살펴보았더니 뚜렷한 탄핵 사유가 없고 그 탄핵 사유도 대부분 반박이 되는 것들이더군요.
회장 없이 임시회의를 소집하는 과정에서 회장 직인 도용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현 회장 측 동대표들과 쿠데타를 일으킨 동대표들간의 각축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습니다. 
쿠데타 세력이 회장 없이 임시회의를 소집해 회장 등을 해임했지만 
이들이 새로운 회장을 뽑는 대표회의는 회장 측에서 보이콧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쿠데타 세력이 다시 임시회의를 소집해 회장 등 임원을 선출해 버렸습니다. 

어제는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쿠데타 세력이 회의장을 봉쇄하고 용역회사 직원들을 불러 막았습니다. 
2백여명의 주민들이 몰려와서 항의했지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상황을 모르던 주민들도 소란이 일자 뭔일인가 싶어 다들 나와 보시고...)

용역회사 직원들이 입구를 막자 
주민들은 쿠데타를 일으킨 동대표들이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며 회의장 입구를 봉쇄했습니다. 
용역회사 직원들 앞에는 할머니들이 앉아서 막았습니다(그래서 '할매산성'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관리업체 직원과 용역업체 직원의 호위를 받으며 동대표들이 입장해 새로운 회장을 선출했습니다.

그들이 나가자 주민들은 물을 뿌리고 소리를 지르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물론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주민들은 자정 넘어서까지 회의를 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국회에서 보았던 일을 동네에서도 보니 정말 황당했습니다.

이 아파트단지에는 이 지역 국회의원도 살고
저랑 아는 국정원 검찰 경찰도 다수 살고 있고
사회운동을 하고 계신 분들도 다수 살고 있는데,
이런 일이 동네에서 벌어지는데도 속수무책이네요.

용역회사 직원들이 새로운 입주자대표를 뽑는 회의가 열리고 있는 주민센터 앞을 봉쇄했다.

아파트단지에 온 용역회사 직원들과 맞선 '할매산성' 할머니들은 용역들 앞에 앉아 쿠데타를 일으킨 동대표들의 입장을 막았다.

쿠데타를 일으킨 동대표 중의 한 명이 주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주민들이 회의 진행을 방해하기 때문에 입장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지난 회의 때 10여차례에 걸쳐 회의를 방해한 사람은 바로 그였다.

아파트 관리센터 직원들과 용역회사 직원들이 이중으로 회의장을 막고 있다.

여기서 쿠데타를 확정하는 새 대표 선출 투표가 이뤄졌다.

쿠데타를 일이큰 동대표들이 빠져 나간 뒤에 주민들이 모여서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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