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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슬 PD, "정지민씨, 이것이 <PD수첩> 논쟁의 진실입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7. 28.


고재열의 독설닷컴에서는 지난 7월23일 ‘
이것이 <PD수첩> 논란의 핵심이다’라는 제목으로
‘번역가 정지민씨에게 보내는 공개 질문’을 포스팅했습니다.
공개 질문은 아래의 7가지 의혹에 대한 정씨의 해명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1) <PD수첩> PD들, “우리는 정지민이 누구인지 모른다”
2) <PD수첩> PD들, “정지민은 방송을 보지 않고서 <PD수첩>을 비난했다”
3) <PD수첩> PD들, “프로그램에 오역이 있었던 것은 정지민이 오역을 했기 때문이다.”
4) <PD수첩> PD들, “번역가 정씨가 초벌 번역하고 재벌 감수한 부분에서도 오류 있었다”
5) <PD수첩> PD들, “정씨가 번역한 부분은 일부분이라 프로그램의 ‘의도’를 평할 수 없다”
6) <PD수첩> PD들, “보수언론, 현지 취재로 사실 관계 파악해놓고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7) <PD수첩> PD들, “오역은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광우병의 위험성과 우리 정부의 졸속협상이다”



이에 대해 정지민씨는 아래 문자를 제게 보내고 자신의 네이버 카페에 해명 글을 공개해 놓았습니다(http://cafe.naver.com/MyCafeIntro.nhn?clubid=16482439).


‘이미 자명해진 일들’

이미 자명해진 일들에 대해 설득력 없는 일방적 주자이 주를 이루는 내용이더군요. 그러나 그냥 넘기지 않고 그 내용과 관련된 분들 모두에 대해 법적 조치 취할 겁니다. 안 그래도 제대로 수사중인 사건이라 그럴 필요까지는 못 느껴왔는데 이젠 다릅니다. 기자님도 상황을 판단해 보시면 부적절한 중간 역할을 원치 않으실 듯 하고요. 사실 제가 해명할 것도 없이 자명한 얘기들이지만 기자님 글과 쪽지, 문자 내용과 더불어 공개는 해놓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답변을 해드리는 것은 아니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고재열의 독설닷컴>에서 공개적으로 질문하고,
번역가 정지민씨가 자신의 카페를 통해 해명한 내용에 대해,
방금 전 <PD수첩> 김보슬 PD가 재반박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이에 공개합니다.


김 PD는 며칠 동안 고심에 고심을 거쳐 기고를 결심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재반박은 정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하게 된 것이고
혼자 결정한 사안으로 <PD수첩>팀이나 MBC는 이 글과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보통 기고를 받을 때는, ‘이 글은 본 매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글 말미에 써놓곤 합니다.
그런데 이 글은 <고재열의 독설닷컴>의 편집 방향과 대체로 일치합니다.
특히 언론 자유에 대한 견해는 완전 동일합니다.


(언론의 역할 중에 중요한 것이 바로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정지민씨의 반론이 온다면 언제라도 게재할 용의가 있음을 밝힙니다.) 




정지민씨께 드리는 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가 있던 날, 고재열 기자와 우연히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었죠. 그리고 고재열 기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인터뷰 기사가 떴더군요. 이후 곧 고기자는 본인이 갖고 있던 의문점에 대해 정지민씨에게 공개질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정지민씨는 까페를 통해 공개질문에 대한 반박 글을 실었습니다.


그동안 PD수첩은 정지민씨에 대한 어떠한 반박도 PD수첩과 개인의 싸움으로 비춰질까봐 속시원히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문제제기를 한 고재열 기자에게까지 누를 끼치게 되었군요. 제가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는 차례가 된 건가요?


지금부터 정지민씨가 문제제기했던 것 중 중요한 사실 위주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문제제기는 계속되는 의혹의 재생산이라 생각하고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1. 정지민씨와 제가, 그리고 다른 스텝들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지민씨는 본인이 원했든 안원했든 “한 내부고발자의 양심고백”을 한 용감한 스텝으로 보도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신문에는 “PD수첩 제작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인물”로 소개되기도 했지요.


또한 정지민씨가 제기한 수차례 경고를 들었어야 할 유일한 증인인 취재작가의 말은 좀 다릅니다. (어디서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취재작가는 잠적한 것이 아닙니다. 정지민씨가 문제제기를 하기 전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 둔 상태며, PD수첩 제작진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오히려 PD수첩이 회유한다고 오해받을 소지가 없는 상황이겠군요.)


우선 동물학대 동영상을 광우병 의심소를 설명하는 데에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번 한 적은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그것이 굉장히 심각한 우려 및 문제제기를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PD들에게까지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또한 그냥 젖소를 이런 소로 번역하는 것에 대해 정지민씨도 문제없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하더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인터뷰 흐름상 의역을 한 것이므로 정지민씨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정지민씨가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했으나 PD수첩이 묵살했다는 것으로 보도되었기 때문에 그것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2. 정지민씨가 방송을 나중에 봤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지민씨는 동아일보 6월 26일자 인터뷰에서 “4월 29일 방영된 PD수첩을 본 뒤 느낌은 어땠나”라는 질문에 “취재한 자료는 방대한데 그것을 균형있게 보도하는 건 어느 방송이든 쉽지 않지만 최대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은 수반해야 한다고 본다. 제작진은 광우병 위험성을 강조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그 의도의 좋고 나쁨을 가리자는 건 아니지만 문제의식을 느낄 정도로 디테일이 희생됐다. 제작진은 영어 번역을 번역가에게 100% 의존하는데 (오보 등의) 논란이 불거지자 오역 의역이 있었다고 해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대답한 바 있습니다(동아일보 2008.6.26 “다우너 단어자체가 병명 아닌데 광우병과 무리하게 연결”)


두 번째 “프로그램 번역을 감수할 때 번역과 방송 자막에 차이가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vCJD와 CJD라는 말을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번갈아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주저앉는 젖소를 ‘이런 소’라고 넘긴 것은 함께 일했던 그 작가가 ‘이런 소’라는 표현을 쓰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감수 과정에선 문자 그대로 ‘젖소’라고 분명히 말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가 까페를 통해 6월 28일에서야 비로소 방송을 보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방송도 보기 전에 감수 때와 방송 자막에 차이가 있는 것은 어떻게 아셨는지요. 또한 방송도 보기 전에 그 방송에 대한 느낌은 어떻게 말씀하셨는지요.


실제로 26~28일, 방송을 보지도 않은 정지민씨의 말을 빌어 조중동에서 쏟아냈던 PD수첩 비판기사는 총 37건에 달합니다.



3. 영어 번역자는 모두 13명이 맞습니다.


이는 PD수첩의 정산내역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며, 4월 29일 방송에 힘써주셨던 번역자 분들에게 일일이 전화통화를 해 PD수첩에 관해 다양한 질문을 하신 적이 있는 일부 언론사 기자들도 아마 그 명단을 갖고 있을 것이므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4월 29일 방송에서는 영어 번역 13명, 프리뷰 12명, 일어 번역 3명, 중국어 번역 1명이 밤잠 설쳐가며 애써주셨습니다. 그 분들에게는 이 자리를 빌어 매우 감사드리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본의 아니게 검찰이나 언론으로부터 불편을 겪으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4. 로빈 빈슨의 인터뷰는 총 4권입니다.

로빈 빈슨 인터뷰 4권 중 정지민씨가 하셨던 것은 인터뷰 첫 번째 테이프 한 권입니다. 이는 정지민씨가 번역료를 청구하실 때 보낸 메일에도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정지민씨가 번역하신 테이프 중에는 7월 15일 방송에 사용된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머지 3권 중에 나오는 내용들입니다.


7월 15일 방송된 부분을 정지민씨가 번역하셨다면 추가 번역료를 청구하셔야겠지요. 차라리 개인적으로 오시는 건 어떨까요? 검찰수사용으로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언론사에 길이 남을 PD수첩의 오명이 되겠지요. 그러나 계속 의혹을 제기하시는 정지민씨 개인 자격으로 오신다면 확인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정지민씨가 번역하신 번역파일도 갖고 계시지 않아 취재작가에게 보내달라고 요청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 상황에선 보내드리는 것보단 보여드리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5. 오역은 PD수첩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정지민씨는 감수 중에는 이상 없었던 자막이 방송 전에 “의도적”으로 “단정적”표현으로 바뀌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4월 29일 방송에서 vCJD에 대한 표현은 10여 차례 나옵니다. 그 중 오역논란이 되었던 “단정적”인 표현은 세 곳이죠. 그렇다면 PD수첩이 수차례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다가 “의도적”으로 사이사이 “단정적”인 표현을 넣은 것이 됩니다. 그로인해 사람들로 하여금 vCJD 의심환자가 아닌 vCJD 환자로 생각하게끔 만들었다고 하는 셈이 되는 것이죠.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어느 과정에서 단정적인 표현이 되었는지는 따질 생각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마지막까지 확인하지 못한 제작진의 실수에 최종 책임이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지민씨가 계속 PD수첩이 의도적으로 방송 전에 자막을 고쳤다고 주장하신다면 이 또한 개인적으로는 확인해드릴 수 있습니다. PD수첩은 4월 29일 방송에 사용되었던 초벌 번역본, 1차 자막본(정지민씨 감수 전), 2차 자막본(정지민씨 감수 후), 3차 자막본(정지민씨 감수 후 PD감수)까지 모두 보관하고 있습니다.



6. 7월 15일 해명방송에 사용된 인터뷰


첫째, MRI 결과 vCJD로 의심된다는 어머니의 또다른 인터뷰는 분명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방송을 통해 확인된 사실입니다. 방송보고 확인해 주십시오.


둘째, 7월 15일에 사용된 젖소 인터뷰는 4월에 촬영된 것입니다. 즉 4월 29일 방송에서 나가지 않았던 젖소 발언 뒷부분의 생략된 인터뷰-젖소가 왜 광우병의 위험성이 높은지를 설명하는 인터뷰를 원래 그대로 7월 15일 방송을 통해 보여드린 것입니다. 즉, 나중에 촬영해 인터뷰의 근거로 삼은 것이 아닙니다. 방송보고 확인해 주십시오.


세 번째, 다시 만난 로빈 빈슨의 대화내용을 방송에서 사용하지 않은 것은 빈슨 부인이 더 이상 미디어에 보도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 뜻을 존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빈슨 부인은 다시 만난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딸이 진단받은 병명은 vCJD가 유일하며, 수술 후유증에 대해서는 진단받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아레사 빈슨이 vCJD일 가능성이 있다면 정부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협상을 연기해야만 했습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다우너 소 동영상에 대해서도 정부는 해당 작업장은 한국 수출용 승인 작업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면개방이 이루어짐으로써 동물성 사료로 사육되고, 광우병 검사 비율 0.1%의 불확실성 속에 만들어진 미국산 쇠고기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이 신념엔 변함이 없습니다. 저 또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싶었고, 검역주권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오역논란이 되었던 부분들을 고쳐서 다시 방송을 한다 해도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해질 수는 없습니다. 단 1%의 위험성이 있다면 보도해야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며, 그 1%라는 수치는 과장과 왜곡이라는 잣대로 무의미해져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특히나 생명과 관계된 문제라면 말입니다.

7. 이 땅의 언론자유를 위해 원본자료는 제출하지 않습니다

PD수첩은 지금 검찰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당하다면 원본자료를 제출하라고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는 그렇게 쉽게 얘기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이 땅의 언론이 독재에 맞서 지금까지 걸어온 역사를 생각한다면 말이죠.


PD수첩이 그 어떤 의혹에 대해 속시원히 해명할 수 있는 방법이 원본제출임을 알면서도 공개하지 못하고 차라리 온몸으로 맞서겠다고 하고 있는 이유는 이것이 언론사에 길이 남을 치욕적인 선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본공개는 언론이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 절대 행해서는 안 될 중요한 원칙입니다. 이 경우는 취재원이 모두 공개되었는데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서냐고 반문하시겠지요? 선례는 사안별로 차별적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원본을 공개한 PD수첩은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PD수첩이 될 것입니다. 다른 언론들이 향후 이처럼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면 PD수첩은 원본을 공개했는데 너는 왜 못하냐는 논리의 근거와 선례가 될 것입니다. PD수첩이 원본공개를 하고 난 이후를 생각해볼까요? 정부에 비판적인 제보를 하려는 사람 중 그 누가 PD수첩에게 제보를 하겠습니까? PD수첩은 검찰 수사가 들어올 경우, 취재원 보호보다 스스로 의혹을 벗는 것을 더 중시해 원본을 공개했다고 낙인찍힐 것임은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PD수첩은 각종 민사, 형사 사건에, 국정 조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힘든 것은 일부 언론과 정부의 계속되는 흠집내기와 의혹제기가 그동안 쌓아온 PD수첩의 신뢰도에 상처를 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조작과 왜곡이라니요. 18년 간 지켜온 PD수첩, 그것은 조작과 왜곡이 아닌 진실과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피땀어린 프로그램입니다. 조작과 왜곡이란 PD수첩이 정권의 입맛에 길들여진 방송을 하는 것일 것이며, 아마도 그 날은 PD수첩 스스로 문을 닫는 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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