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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귀농

용감한 귀농 감행한 '처녀 농사꾼'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1. 8.

전남 보성의 강선아씨.



귀농 취재를 위해 남원시 산내면에 갔을 때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젊은 여성 혼자서 귀농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는 것입니다. 미술학원 강사를 하다 귀농한 정혜지씨를 비롯해 환경운동을 하다 한옥을 짓고 귀농한 김해경씨 등 다양한 ‘처녀귀농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실상사귀농학교에도 여성 수강생이 2명이나 있었습니다. 남자들도 꺼려하는 귀농을 젊은 여성 혼자서 감행한다는 것이 이채로웠습니다.


‘처녀귀농인’은 지리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귀농 취재 중 전국 각지에서 사례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전남 영광의 한 처녀 농군은 20대 초반이었습니다. 한농대를 졸업하자마자 내려와서 어머니가 짓던 농사를 물려받아 농사를 짓는다고 했습니다. 일정이 맞지 않아 직접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취재한 귀농 사례 중 남녀 통틀어서 가장 나이가 어린 경우였습니다.


경기도의 젊은 귀농인 모임에서 만난 이보배씨는 전문직 귀농의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았습니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보배씨는 '로컬 푸드' 운동을 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부모님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지은 농산물을 현지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모형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성공한다면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충북 충주의 박미영씨는 화가인데 귀촌한 사례입니다. 귀촌해서 본인의 작품 활동을 계속하면서 지역 농민들과 결합해서 체험마을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박씨가 결합하면서 아이들이 단순히 농사 체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미술로 승화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반응이 좋다고 했습니다. 농촌에 농사 잘 짓는 사람만 아니라 다른 것을 잘하는 사람도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였습니다.


오색쌀을 말리고 있는 강선아씨.



전남 보성의 강선아씨는 대표적인 처녀농사꾼으로 소개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유기농 쌀농사를 30년 넘게 해오며 ‘강대인 생명의 쌀’ 브랜드를 일군 강대인씨의 장녀인 선아씨는 가업을 이으며 여성 농업경영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어머니(벤처농업대학 5기)와 선아씨(7기)와 아버지(8기)는 같은 대학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데, 선아씨는 부모님의 농업을 '사업'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강대인 생명의 쌀’은 보통 쌀보다 2배의 가격에 팔리고 색깔있는 쌀은 4배의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2007년 봄 건강을 위해 단식을 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자 선아씨는 농사일을 돕기 위해 집에 왔습니다. 한 달만 돕고 아버지가 회복하면 대학에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세 달이 되고 1년이 되면서 결국 귀농에 이르렀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강씨는 “어떤 사람이라도 여기에 있다 보면 욕심이 날 수 밖에 없다. 아버지가 이러놓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것을 계승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귀농을 결심하면서 선아씨는 독일로 교육학 유학을 가려던 계획도 포기했습니다. 어머니는 농사일이 힘들다며 유학을 가라고 했지만 선아씨는 농사일을 택했습니다. 농사일 틈틈이 벤처농업대학과 전남생명농업대학에서 농업 경영에 대해서 배우고 지금은 순천대에서 산지마케팅 과정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일군 유기농 논을 ‘경관농업’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오색 논밭을 만들고 있습니다. 올해는 논에 하트모양이 나타나도록 만들기도 했다. 배우고 싶었던 교육학은 독학하면서 ‘농촌 체험교실’로 응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황미자씨. 한참 일하다 사진을 찍어서 미모가 충분히 발휘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해 주시길.



충남 서천군의 황미자(45)씨는 농민운동을 했던 아버지의 정신을 잇기 위해 귀농한 사례입니다. 밤농사 버섯농사 논농사 밭농사를 혼자 일구는 ‘처녀농군’이지만 짬짬이 지역사회를 위한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군산대에서 사회복지학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그는 “농사 일이 한가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공부도 하고 봉사활동도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여장부 스타일인 황씨는 따르는 청년 귀농인이 많습니다. 이들은 큰누님같은 미자씨에게 귀농 관련 상담을 하고 함께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동생들의 걱정은 미자 누님을 시집 보내는 일입니다. 미자씨를 위해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이 아니라 '농촌 처녀 시집보내기'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도 취재를 가서 좋은 남자분이 연락할 수 있도록 홍보를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어디 좋은 남자 없을까요? 미자씨와 결혼하시면 충남 서천군에서 바로 지역 유지가 되실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