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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순 지키미 게시판/깨어나라 고봉순

KBS 김인규 사장 선임은 'KBS 불행의 시작'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1. 19.


이병순(왼쪽) 사장의 연임이 예상되었으나 김인규(오른쪽)씨가 KBS 사장에 선임되었다.



오늘 열린 KBS 사장 추천 이사회에서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협회 회장이 KBS 사장으로 선임되었다고 합니다.
11명의 이사 중 6명이 김인규 회장에게 표를 던지고 1명은 이병순 현 사장에게 던지고, 야당 추천이사 4명은 기권해서 사장에 선임되었습니다(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서 2차 투표에서).  

일단 이병순 사장의 연임이 무산된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종의 '국공합작'이라고 할까요?
'공영방송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을 1차 목표를 '이병순 연임 저지'로 정했습니다.
김인규의 구주류 세력은 이병순의 신주류 세력을 누르기 위해 이런 움직임을 지렛대 삼았구요.

그러나 이제 내일부터 '새로운 전쟁의 시작'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김인규 사장 선임자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방송특보를 했던 인물입니다.
단순한 특보가 아니라 방송관련 업무를 총괄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도 활동했습니다.

누가 봐도 낙하산인사고 누가 봐도 코드인사입니다.
더군다나 김인규 회장은 'PD 300명 잘라도 끄떡없다'며 구조조정을 공언했습니다.
'KBS 사원행동'에서는 '낙하산 사장 저지'라는 2차 목표를 향해 뛸 것입니다.
내일부터 KBS가 시끄러워지겠네요.

이명박씨의 방송 특보 출신인 구본홍씨를 사장으로 임명해
YTN은 500일 넘게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 사태가 KBS에 재현될 것입니다.
정말 암담하네요.  



주> 아래는 제가 정리한 KBS 사장 공모를 놓고 안팎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1월 초 이병순 사장의 측근인 보도국 간부가 청와대 참모를 만났다는 소문이 KBS 안에 파다하게 돌았다. 심지어 이병순 사장이 함께 만났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 소문은 이 사장의 연임이 조율되었다는 ‘이병순 대세론’을 확산시켰다. KBS 사장 공모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나 부적절한 논란이 없도록 선임 절차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라고 한 말이 특보 출신인 김인규 회장을 배제한 발언이라고 알려지면서 대세론은 날개를 달았다. 

그러던 것이 11월11일 PD총회를 기점으로 판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KBS PD협회는 ‘이병순 연임 저지’를 1차 목표로 정했다. ‘선 이병순 심판, 후 무자격자 반대.’ 일단 이 사장의 실정을 물은 뒤 부적격 후보가 임명되면 퇴진운동을 벌이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정권의 언론장악을 방조해 영향력과 신뢰도 1위였던 KBS 위상을 추락시킨 이 사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PD협회 등 이병순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쪽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내용 중 하나는 바로 이 사장이 만들어낸 ‘지나친 흑자’다. 내부 자료에 따르면 KBS는 3분기까지 742억원의 비용을 절감해 582억 원(지방사 부동산 매각액 252억 포함)의 흑자를 기록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 사장이 이 흑자를 내기 위해 계약직에 대한 무더기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제작비를 줄였다고 비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흑자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KBS는 500억원 이상 수익이 날 경우 상여금을 주기로 한 노사협약이 있다. 비정규직을 잘라내고 상여금을 받아간다는 것은 사회적 지탄을 받을 일일뿐더러 수신료 인상에도 지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임을 지지하는 쪽은 이 흑자를 '공'으로 보는 반면 반대하는 쪽에서는 '과'로 보고 있는 것이다. 

PD협회가 움직이자 이 사장 진영은 긴장하기 시작했고 라이벌인 김인규 후보 측은 반겼다. 이병순 연임 반대의 구심인 KBS 사원행동의 관계자는 “이병순 연임 저지를 결의하니 김인규 후보 쪽 사람들이 갑자기 친한 척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11월12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무효소송에 대한 취소 판결이 나자 김인규 후보 측은 더욱 기세를 올렸다. 이병순 사장의 존재가 부정된 만큼 김 후보가 유리해졌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사내 김인규 세력이 서서히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병순 사장의 견제도 본격화되었다.

사내에서 김인규 견제의 선봉에 선 곳은 뜻밖에도 KBS 노조였다. 11월12일 KBS 노조는  성명을 내고 “김인규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이 사장이 되면 정권의 방송장악 의도로 보고 총파업을 벌이겠다”라고 발표했다. 전날까지 김 회장과 이병순 사장, 강동순 전 감사의 공모 철회를 주장했던 노조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김 회장 견제에 방점을 찍었다.

그런데 노조 집행부가 모두 이병순 사장에게 우호적인 것만도 아니다. 집행부 내부에도 친김인규 성향의 간부가 있다. 노조뿐만 아니라 KBS 전체가 각자의 연고와 인연에 따라 ‘친이병순 대 친김인규’로 갈려 있다. KBS에 정치의 계절이 온 것이다. 경북고를 나온 이병순 사장을 따라서 TK(대구·경북) 세력이 결집하고 경기고를 나온 김인규 회장을 따라서 KS(경기고·서울대)가 뭉치는 양상이다.

아직까지는 ‘이병순 대세론’이 ‘김인규 추대론’을 앞선 상황이다. 이는 1년3개월 전  사장 공모 상황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당시만 해도 김인규 회장이 사장 후보로 손꼽혔다. 그런데 여론 부담 때문에 김 회장이 공모에 불참하면서 KBS사우회장인 김은구씨가 대안으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김씨가 정정길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한 모임에 참석한 것이 드러나 낙마하면서 그때까지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이병순씨가 어부지리로 사장이 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병순 사장은 비주류였고 김인규 회장은 주류였다. 그러나 1년3개월 후 처지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지금은 이병순 사장 세력이 주류이고 김인규 회장 세력은 비주류가 되었다. 심지어 김인규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이병순 측근으로 전향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공채 1기 출신으로 정치부장, 편집국장, 이사를 거친 김인규 회장은 특히 기자들에게 지지를 얻는다. 김 회장은 ‘수요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별도로 조직관리를 했다. 반면 비주류였던 이병순 사장은 자신과 같은 비주류들을 결합했다. 특히 기술직 출신인 김영해씨를 부사장에 임명하는 등 기술직을 중용해 이들을 끌어안으려 했다.

김영해 부사장 임명 건은 KBS 내 세력 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손병두 이사장은 이병순 사장과 불편한 관계로 알려졌는데 이사회에서 김 부사장 임명을 부결하면서 이런 갈등 양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친김인규 성향의 이사들이 이 부결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S 이사회 내부도 갈려 있는 것이다. 

마치 한나라당 내에서 친이 세력과 친박 세력이 각축하듯이 KBS 내 친여 성향의 세력이 두 패로 나뉘어 갈등하면서 야당 추천 이사들과 개혁파가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야당이나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특별히 후보를 내지 않아서 캐스팅보트 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S 사원행동의 움직임도 일종의 지렛대 노릇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장 임명을 앞두고 KBS 내부 세력 판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총 15명의 후보 중 사장추천위원회는 이병순 김인규 강동순 이봉희 홍미라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했다. 이사회에서는 다수결로 한 명을 선임해 대통령에게 추천하는데 김인규 후보가 추천되었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청와대 의중은 이병순이다'라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당일 오후에 'MB 정부 실세가 김인규를 밀기로 했다더라'는 말이 돌았고, 결국 김인규 회장이 새로운 사장으로 선임되었다.



주> 다음은 김인규 사장 선임에 대한 '미디어행동'의 성명입니다.


김인규 사장 임명제청, 절차는 합법이지만 효력은 무효다

KBS이사회가 김인규 후보를 사장으로 임명제청했다. 이사회의 임명제청을 받은 김인규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명을 받으면 11월23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1년 전 이병순 사장의 불법 권력 찬탈과는 비교되지 없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된만큼 축하의 말부터 전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김인규 공영방송 KBS 사장을 결단코 인정할 수 없다. 정치특보 출신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가 명백한 데다 이사회와 시민사회의 공개검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절차는 합법이지만 효력은 무효다.
 
17일 이사회는 6:5로 후보의 공개검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사회의 결정을 문제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날 모든 것이 끝났다. 김인규, 이병순, 강동순 후보 중 누가 되느냐만 남았다. 청와대는 꽃놀이패를 즐겼다. 오늘 이사회는 공개검증 없이 표결방식을 결정하고, 면접을 하고, 사장을 임명제청했다. 후보의 공개검증은 시민사회의 마지막 요구였다. 그러나 이사회는 공개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후보를 끝내 임명제청하고야 말았다.
 
사추위는 정치종속적 사장을 정치독립적 사장으로의 착시를 유발하고 교란시키는 장치였다. 선임기준은 치장에 불과했고 종다수득표방식을 통한 5배수 후보 추천은 단지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한 알리바이 과정이었음이 입증됐다. 김인규, 이병순, 강동순 후보가 추천될 거라는 예상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었다. 연일 특보를 만들어 뿌리고, 후보 1명을 찍어 서울 시내를 누비며 규탄한 KBS노조 집행부가 노고가 많았다. KBS노조의 ‘정치독립적’이라는 레토릭은 특정 후보에게 길을 열어주는 변주로 판명되었지만, 결국 최악1 후보 대신 최악2 후보가 임명제청 된만큼, KBS 모든 구성원의 힘을 모아 더 많은 투쟁에 임해야 한다.
 
이사회가 임명제청한 김인규 사장은 이사회의 표결 절차를 밟았지만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다. 사추위 5배수 추천부터 여추천 이사들의 최종 표결로 미루어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결과이다. 야추천이사 4명이 기권한 상태에서 1차 투표에서 5표, 2차 투표에서 6표를 얻는다는 것은 자연 상태에서는 나올 수 없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는 누가 봐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특보 활동에 대한 농공행상으로서의 낙하산임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이병순 사장의 불법 권력 찬탈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기어이 특보 출신의 사장을 내려앉혀 공영방송 정치장악의 제2라운드에 돌입하겠다는 것은 KBS구성원에 대한 도발이자 시민사회에 대한 폭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병순 사장은 지난 14개월간 KBS 구성원들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공영방송을 풍비박산냈다. 정치권력의 눈치를 쫓았을 뿐 공영방송의 발전을 위한 어떠한 비전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병순 사장의 연임을 저지해야 한다는 KBS 구성원들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정당하고 절박한 것이었다. 바로 이 시점, 김인규 사장 임명제청 소식은 쓰레기차 피하고보니 똑같은 쓰레기차를 만나는 꼴이다. 정부는 김인규 사장 임명제청 쇼쇼쇼의 모든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하며, 이명박 대통령은 이사회의 임명제청에 이은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 아울러 KBS 이사회는 즉각 공영방송 사장 후보 재공모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정치권력에 충성을 바친 김인규 사장의 임명제청을 결단코 허락하지 않는다. 거듭 강조컨대 공개검증을 거치지 않은 정치특보 김인규 사장의 임명제청, 절차는 합법이나 그 효력은 무효다.
 
2009년 11월 19일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미디어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