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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순 지키미 게시판/깨어나라 고봉순

35세 비정규직 여성 KBS 사장 공모 결선 오르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1. 17.




전국언론노조 KBS 계약직지부 홍미라 지부장이 KBS 사장 공모 결선에 올랐습니다.
총 15명이 KBS 사장 공모에 신청했는데 그 중 5명이 사장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결선에 올랐습니다.
그 5명 중에 한 명이 바로 홍미라 지부장입니다.
홍 지부장의 나이는 올해 만으로 35세입니다.

홍 지부장이 사장공모 결선에 올라갔다는 것은 두 가지를 보여줍니다. 
별다른 '스펙'도 없는 홍 지부장도 결선에 올라가는데 올라가지 못한 10명의 후보가 얼마나 찌질했는 지를 보여주고, 대량 구조조정이 이뤄진 KBS 계약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무튼 홍 지부장의 결선 진출은 KBS 사장 공모 최대 이변입니다.

사장추천위원회 심사 직전 KBS 계약직지부 사무실에 홍 지부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휴게실을 개조한 임시 노조 사무실이었습니다.
홍 지부장은 열심히 노조 일만 보고 있더군요.
회사와 소송 중인 노조원이 벌써 50명이 넘었다고 하더군요.

농으로 물었습니다.
"사장 선거운동 안 하느냐고?"
그랬더니 그냥 웃더군요.
"어떻게요? 어디 가서요? 아무도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저도 웃었습니다. 

KBS 사장 공모에 신청한 사람은 총 열다섯 명이었습니다. 
15명이 ‘국민의 방송’에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구현하는 방송으로 거듭난 KBS의 수장 자리에 도전했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 많았습니다.
노조 투표 결과 76.9%가 연임에 반대한 이병순 사장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방송전략실장을 맡아 임명될 경우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게 될 김인규 디지털미디어협회 회장 
한나라당에 방송 장악을 주문해 ‘녹취록 파동’을 일으켰던 강동순 전 감사
정연주 사장 해임 이사회를 위해 경찰 병력의 사내 진입을 요구했던 권혁부 전 이사
이런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아주 '찌질함의 극치'였습니다.

친여 성향 논객 변희재씨가 회장으로 있는 실크로드 CEO포럼의 여원동 수석부회장(30)도 사장 공모에 신청했습니다.
변희재가 발행하는 <미디어와치> 이문원 편집국장은 이미 KBS 시청자위원에 진출했습니다.
변희재는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직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지요.
암튼 벼라별 사람들이 다 몰려들었습니다.

이중 사장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병순 김인규 강동순 이봉희 홍미라, 이렇게 5명이 결선에 올랐습니다.
이번주에 이사회 심사를 거쳐 사장이 결정되고 대통령이 임명하게 됩니다.

지금 KBS 안에서는 극심한 내부정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선덕여왕을 능가하는...
이병순 사장이 수성할 지,
김인규 회장이 역전할 지,
아니면 강동순이 어부지리를 얻을 지...

KBS 사장에 임명될 가능성은 없지만
진지하게 KBS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홍미라 지부장의 경영기획안을 첨부합니다.



홍미라 지부장의 7대 공약

(1) 모든 권력으로부터 동등한 거리 - 국가와 시장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장치들 마련. 특히 인사 정책에 있어, 명확한 평가 기준을 설정하여, 정치적인 흐름에 의해 인사가 흔들거리고, 조직이 흔들거리는 오래된 관행을 깨고자 함.

- 수신료의 액수가 곧 한 사회의 공영방송에 기대는 공적 가치이기 때문에 수신료 인상에 최선, 그렇지만 수신료 인상을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논의의 시작이 이병순 사장처럼  ‘흑자’, ‘경영효율화’와 같은 개념은 아닐 것임. KBS가 얼만큼 공적가치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 얼만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민주주의 가치 실현 등 공익적 의무에 충실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서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을 확보할 것임

(2) 내일을 선도하는 양질의 공적 서비스 제공 - 
문화를 창조하고 선도하는 최고의 품질


 - 저급화되고 있는 프로그램 품질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를 바꿀 것.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시장 논리가 아니라 고비용 고효율을 지향하며, KBS만이 만들 수 있는 양질의 공적 콘텐츠를 다양하게 생산할 것이며, 이를 위해 콘텐츠를 만드는 인력들에 대한 온당한 대우를 할 것임. (프로그램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인력이고 우수한 인력을 유인하는 가장 큰 동력이 정당한 대우이기 때문) 

(3) 풍부한 정보, 개방적인 참여, 다양한 목소리 - 다양성

- KBS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들이 모인 채널로 평가받음. 특히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양성’의 지점에 있어, 여론을 형성하고 매개하는 보도, 시사, 교양 장르의 다양성은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음. 이런 맥락에서 채널 내, 채널 간 편성의 다양성을 유지, 강화하고, 뉴스 장르의 풍부한 정보, 시사 장르의 다양한 목소리, 교양 장르의 개방적인 참여, SA타임대 다양한 장르의 교차 편성, 채널별 편성 정책 차별화 등 구체적인 편성 원칙을 편성본부와 다양한 시청자 집단의 숙의 속에 설정하겠음. 이런 원칙이 온전하게 설 때 진정한 ‘정보와 참여와 표현의 다양성’이 KBS라는 그릇 안에서 실현될 수 있을 것임.

(4) 88만원 세대, 비정규직, 여성, 지역, 장애인, 이주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중, 인간에 대한 올바른 대접 - 휴머니티


- 적어도 공공영역 KBS는 다양한 사회 소외, 소수 계층 등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하고, 이들의 공간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가야 하는 조직과 사람도 바로 공영방송 KBS임. 이를 위해 ‘사회적 약자의 공간으로 뛰어들어 그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고 들어보는 조직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프로그램 제작자와 기자들은 입사 5년, 입사 10년 차에 최소 2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사회적 약자의 공간으로 직접 뛰어들어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그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을 제도화하고자 함.

- 또한 편성 차원에서 ‘마이너리티와 함께하는 ZONE'을 SA타임대에 배치하여, 이 시간대에 메이저리그급 제작비와 인력을 배치하여, 우리 사회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가 들끓게 하고자 함.
- 마지막으로 2012년까지 콘텐츠를 만들지 않고 관리하는 관리직군의 규모와 연봉을 20% 줄이고, 그 절감 비용을 콘텐츠 제작의 핵심 인력이 될 젊은 세대의 인력 채용에 할당하여, 청년실업해소와 콘텐츠 인력 중심의 KBS 조직문화 형성에 일조하고자 함.

- 아울러 사회적 차별 개념인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를 KBS 스스로 폐기하면서, 동일한 노동과 동일한 가치를 창출한 콘텐츠 인력 집단에게는 동일한 대우를 하는 것을 인력 운영의 기본 방침으로 세움.

(5)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 도시와 시골의 단절된 관계를 복원하고,
 소통을 꿈꾸다  - 녹색


-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녹색’의 본질은 무너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도시와 시골, 서울과 지역, 선진국과 후진국의 관계의 복원임.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창조하자는 것이 녹색이 추구하는 사회문화적 지향점임. 공공영역의 수장이자 국가기간방송으로서 KBS는 향후 다양한 방식으로 균열된 소통과 관계의 복원을 꿈꾸며, 녹색혁명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자 함. 이를 위해 지속적인 장기 녹색혁명 캠페인을 시행하고, 그 누가 아니라 KBS 스스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서울과 지방, 개인과 사회, 조직과 조직, 인간과 환경의 관계의 복원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함.   

- 2008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추동하는 ‘저탄소 녹색 성장’이 기술과 자본 중심의 녹색혁명이라면, KBS가 주도하는 녹색혁명은,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과 사람과 지구가 함께 소통하고 이야기 나누는 관계 중심의 사회문화적 녹색혁명임.

(6) 정직에 대한 책임, 성실에 대한 책임, 공정에 대한 책임 - 책임

- KBS에 대한 질책, 해명요구, 비판, 설명 요구 등에 적극적이고, 솔직하며, 성실하게 대응하고, KBS가 말하고 만든 것에 대해서는 KBS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개방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공영방송 KBS로 성장해 나갈 것임. 물론 여기에는 조직적인 차원에서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비용은 책임과 해명에 대한 회피로 빚어지는 비용보다 훨씬 더 적은 액수임이 분명함.

(7) 자유로운 조직, 창의적인 문화, 독창적인 콘텐츠 - 크리에이티브

- 창의성과 다양성, 실험과 도전 정신, 개방성과 자율성이 들끓는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고,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이를 통해 창의적이고 차별화되고, 한국인 모두가 사랑하고 신뢰하고 기대하는 채널로 KBS 정체성 재확립.




 주> 다음은 KBS 사장공모와 관련된 KBS PD협회 성명서입니다.


이병순 연임 저지 및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를 위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사추위를 향한 KBS인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애당초 사추위가 KBS의 미래를 위해 정치 독립적 사장 후보를 제대로 추천해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무리였다. 사추위는 KBS인들이 그토록 반대해온 3인, 이병순과 김인규, 강동순을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고스란히 추천했다. 이 세 사람은 어느 한사람도 KBS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1년 동안 KBS의 미래를 위한 어떤 비전도 보여주지 못한 채 공영방송의 가치를 훼손하고 조직의 혼란과 퇴행을 극단적으로 이끌어 온 이병순은 결코 사장이 될 수 없다. 이미 절대다수의 구성원들이 이병순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MB의 언론특보를 지낸 김인규와 정권에 빌붙어 한 배를 타고자했던 강동순도 당연히 KBS의 사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미 MB의 낙점을 운운하며 어느 후보가 유리하다는 등, KBS의 정치적 독립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이는 공영방송 KBS와 사장추천권을 가진 KBS이사회를 모욕하는 말들이다.
 
KBS이사회에 촉구한다. 권력의 의중만 바라보다 역사의 죄인이 되려는가? 이미 KBS 구성원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이병순 연임 반대와 김인규, 강동순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KBS인들의 염원을 저버리지 말라.
 
노동조합에 촉구한다. 특보출신 낙하산도 막아야 하지만 조합의 이름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조직구성원들이 반대하는 인사, 이미 그 능력의 한계를 보여준 인사의 연임도 당연히 저지해야 한다. 언제까지 시류만 살피며 스스로 세웠던 ‘정치독립적 사장 선임’이란 목표를 왜곡시키려 하는가? 그 결과를 어떻게 책임지려 하는가?
 
이병순은 절대 연임할 수 없다. 이병순 연임과 낙하산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대다수 구성원들의 의지를 모아, 이제는 온 몸을 던져 투쟁하고자 한다. 진정으로 정치독립적인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 
 

2009. 11. 17.
 

이병순 연임 저지 및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
KBS PD협회 비상대책위원장 김덕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