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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

MB시대 부끄러운 언론의 자화상, '폴리널리스트'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2. 8.




KBS 김인규 사장 임명은 MB 낙하산 부대 화룡점정

이명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프레스 프렌들리’를 이명박정부의 언론관이라고 공표하며 언론과 친하게 지내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이 대통령의 이 약속은 잘 지켜졌다. 단지 방식이 좀 달랐을 뿐이었다. 이 대통령은 기존 언론과 친해지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했다. 이 대통령이 언론과 친해지기 위해 쓴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친한 언론인 참모를 언론에 내려보내는 것이었다. 

후보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는 전직 언론사 간부 39명으로 꾸려진 메머드급 ‘언론특보단’이 있었다. 집권 뒤 이 대통령은 이 특보단 출신을 언론기관과 언론유관단체로 내려보냈다. 이른바 MB 낙하산 부대가 본격적으로 파견되기 시작했다. 구본홍 전 YTN 사장을 YTN에 심기 위해서는 6명의 기자를 해직하고 수십명의 기자들을 징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11월24일 KBS 사장으로 취임한 김인규 KBS 사장은 MB 낙하산 부대의 화룡점정이라 할만했다. 법원에서 낙하산 사장을 막는 것은 언론 중립을 지키는 정당한 행위라며 YTN 해직기자에 대한 복직 판정이 내려졌지만, 정연주 사장의 해임 과정이 부당하다는 판정이 내려졌지만, 이명박정부는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이로서 무적의 ‘MB 낙하산 부대’의 진용은 본 모습을 드러냈다.



MB 정부, 언론인 출신들로 언론통제

낙하산 부대를 통한 ‘정언유착’ 외에 이명박 정부가 언론을 관리하기 위해서 사용한 또 다른 방식은 친한 언론인들을 정권에 끌어들여서 언론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이언제언’ 방식을 구사한 것이다. 언론계에서는 선거 캠프에 뛰어들거나 정권에 귀의하는 언론인을 ‘폴리널리스트(politics+journalist)’로 분류하는데 이들에 대한 시선은 다분히 부정적이다. 대체로 이들에게 맡겨지는 임무는 출신 언론사 후배들을 압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에서 특별히 부르지 않았는데 스스로 달려간 폴리널리스트도 있다. 지난 총선과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언론인들이다. 총 26명의 언론인이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고 이 중 9명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진성호 강승규 등 국회의원이 된 이 폴리널리스트들은 조중동 종편 참여를 허용하는 미디어법 개정에 앞장서는 등 입법활동을 통해 이명박정부의 언론장악을 도왔다.

물론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언론장악을 위한 정권차원의 시도는 있었다. 두 정부 모두 여러 방법을 통해 언론 통제를 시도했다. 차이가 있다면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시사IN이 자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폴리널리스트 숫자는 88명에 이른다. 전무후무한 숫자다.   

이명박정부는 언론인 재취업의 신기원을 이룩한 정부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언론인들까지 포함하면 대략 100여명의 언론인들이 정권의 도움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언론학계에서는 이런 폴리널리스트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지만, 이명박정부의 언론장악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개발해주고 자리를 얻은 ‘폴리페서(politics+professor)’ 언론학자들은 이들의 행위를 두둔할 지도 모르겠다.

정부의 도움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언론인의 출신 언론사를 살펴보면 주로 보수언론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조선일보 KBS 동아일보가 각각 13명 12명 11명으로 선두권이고 SBS가 7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중앙일보 한국일보 MBC는 모두 6명씩이고 진보언론으로 꼽히는 경향신문 출신도 4명이나 있다.

이들 폴리널리스트들이 간 곳을 살펴보면 정부산하기관이나 공기업이 27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한나라당으로 26명이다. 청와대도 17명이나 된다. 그 밖에 정부부처로 간 사람이 8명이고 민간기업에도 5명이나 갔다. 보직을 받지 못한 사람은 5명 뿐이었다. 이명박정부 폴리널리스트의 재취업률은 94%를 넘는다고 할 수 있다(공천 탈락자 제외). 

폴리널리스트들이 얻은 자리는 양적으로 많을 뿐아니라 질적으로도 양호했다. 낙하산 부대는 국회의원 9명을 비롯해 장관급 1명(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차관급 2명(이동관 홍보수석,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정부 산하기관 기관장 및 공기업 사장 11명과 민간기업 대표 3명을 배출했다.

언론인 재취업에 한 획을 그은 ‘무적의 MB 낙하산 부대’의 여파는 다음 대선 때 나타날 것이다. 다음 대선이 시작되면 중견 언론인들은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앞다퉈 캠프로 달려갈 것이다.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 <미디어워치> 발행인 변희재씨는 공개적으로 “다음 정권 창출에 기여해 방송사 이사직이나 시청자위원직을 가져가겠다”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정치와 언론의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은 사라지고 ‘필가근 불가원’의 세상이 되었다.



대부분 언론관련 고위직 차지해

MB정부의 폴리널리스트들이 김대중 노무현정부 시절의 폴리널리스트들과 다른 점은 언론인으로 재직할 때 어떤 족적을 남겼느냐는 것이다. 폴리널리스트의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질적 차이다. 노무현정부 시절 주요 언론기관이나 언론유관단체의 수장을 차지했던 사람 중에는 1970년대 동아자유언론투쟁위원회(동아투위) 출신이나 1980년 해직기자회 출신이 많았다.   

이들은 후배 언론인으로부터 존경을 받던 언론계의 전설이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비롯해 김종철 전 연합뉴스 사장, 김태진 전 지역신문발전위원장, 김학천 전 EBS 사장,  성유보 전 방송위원, 송준오 전 EBS 부사장, 이길범 전 방송위원회 사무총장, 조영호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등이 노무현정부 시절 언론유관단체에서 활동했다. 이들 대부분은 정권이 아닌 언론계의 추천으로 해당 직위를 얻을 수 있었다.

박래부 언론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1980년 해직기자 출신도 언론 유관단체에서 많이 일했다. 표완수 전 YTN 사장(현 시사IN 대표), 김근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정남기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윤후상 언론재단 이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이런 대의명분을 가진 언론계 원로들이 주로 수장을 맡았었다.

이밖에 신군부의 보도지침을 폭로해 구속되기도 했던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노무현 정부시절 신문발전위원회 초대 사무총장을 맡았다. 사주를 비판하다 1991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김중배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MBC 사장이 되었고 1996년 MBC 파업 때 노조위원장으로 파업을 주도했다가 강제 해직 당했던 최문순 의원도 MBC 사장이 되었다. 안동수 KBS 전 부사장 역시 1990년 노조위원장으로 파업을 주도하다 해직당한 경험이 있다. 

해직기자 출신이라고 해서 모든 행위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던 만큼 최소한의 염치를 가지고 있었다.1980년 해직기자 출신인 서동구 전 KBS 사장은 노조와 시민단체가 노무현캠프 언론고문을 했던 전력을 거론하며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자 9일만에 사장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후배 언론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던 언론인들이 밀려난 자리에 독재에 아부했던 언론인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KBS 김인규 사장이다. KBS 기자협회는 인터넷 블로그에 <기자 김인규를 말한다> 시리즈를 연재하며 민정당 출입기자였던 김인규 사장이 1980년대 ‘땡전뉴스’의 주역이었음을 고발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가 발굴한 자료 화면에 따르면 김인규 사장은 1987년 1월15일 민정당 창당기념식을 특집보도하면서 “민정당은 제13대 총선에서의 압승을 통한 정권재창출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직면한 것입니다”라며 칭송했다. 또 청와대에서 노태우 후보로 후보를 낙점한 것을 ‘민주정치의 새 장을 열어나가는 좋은 선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이명박정부 폴리널리스트 88명 중에도 해직기자 출신이 없지는 않다.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과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이 해직기자 출신이다. 그러나 ‘무적의 MB 낙하산 부대’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도한 끌어내리기가 자행되었다. 언론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박래부씨는 그런 행태를 보고 “1980년 강제해직되던 때가 생각난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독재에 대항했던 해직기자들은 다시 MB 정부의 언론장악과 싸우고 있다. 동아투위 출신인 김학천 전 EBS 사장은 원로언론인들의 모임인 ‘언론광장’을 중심으로 관련 토론회를 주최하고 성명을 내는 방식으로 언론장악을 비판하고 있다. 1999년 KBS 파업을 주도해 해직되었던 현상윤 전 KBS 노동조합 위원장은 새언론포럼 대표로 취임해 역시 언론장악에 맞서고 있다. MBC 해직기자 출신인 정상모 방문진 이사는 김우룡 이사장 등 다른 이사들이 MBC 엄기영 사장에 대한 섭정을 중단하라고 성명을 발표하며 맞서고 있다. 독재에 맞섰던 언론인과 독재에 아부했던 언론인의 싸움이 다시 재현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