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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방문진, MBC 엄기영 사장 유임 시키기로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2. 11.



방금 MBC 노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엄기영 사장은 유임시키는 대신 
부사장 겸 편성본부장, 보도본부장, 제작본부장, 경영본부장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로서 엄기영 사표 사태의 성격이 명확해졌습니다.
이는 '카놋사의 굴욕'에 비견할만한 '엄기영의 굴욕' 사건입니다.
(사표가 수리된 본부장 급 중에서 솎아내려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엄 사장이 방문진과 사전 교감하고 사표를 낸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그 분석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정권 입장에서도 내년 초에 주총이 있는데 무리를 할 필요가 없었죠.


이번 '사표 파동'으로 MBC의 정명이 반대로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영방송 사장과 방문진 이사장이 있는 이유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위해 이중구조를 가진 것인데, 
정권이 방문진을 통해 MBC를 지배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참담합니다.
결국 엄기영 사장의 '할리우드 액션'에
MBC 노조도 속고 국민도 속은 셈입니다.
엄기영을 자를 것처럼 수선을 피웠다가 본부장을 자르고
MBC에 대한 지배력을 과시하는...


이제 MBC 사태가 정리되는군요. 
엄기영은 노조와 정권 양쪽에 계륵이지만 
절묘하게 그 상황을 활용해 유임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그 중간에 MBC 구성원들을 완전 바보로 만들었네요. 

 



주> 다음은 MBC 노조의 성명서입니다.
현 상황을 파악하시는데 도움이 되실 것 같아 첨부합니다.


방문진의 하수인으로 돌아온 엄기영을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


점령군의 칼부림은 경영진을 반토막 내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것도 보도, 편성, 제작, 경영이라는, 정권과 방문진이 그토록 못 마땅해 하던 역할을 해온 이들을 무대에서 한꺼번에 퇴장시킴으로써 이제 그들이 원하는 꼭두각시들로 빈자리를 메울 수 있게 됐다. 방문진은 또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살아남은 경영진들에게 언제든지 칼을 휘두를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조금의 반항도 용납될 수 없음을 뼛속 깊이 각인시켰다. 이로써 방문진은 남은 자들과 새로 들어온 자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충성을 경쟁토로 하는 체제를 확립했다며 뿌듯해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MB 정권엔 MBC를 전리품으로 바치며 점령군으로서 하달 받은 첫 번째 임무를 드디어 달성했음을 자랑스럽게 보고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오만방자하고 몰상식한 칼날의 위협만으로 MBC를 제 손아귀에 넣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권과 방문진만의 착각이다. 방문진의 재신임은 엄기영 사장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사장으로 전락시켰을 뿐이다. 자신의 팔다리를 잘리고도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는 굴욕을 선택한 엄 사장에겐 이제 방문진의 하수인이며,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한 인물이란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혔다. 대체 그런 낙인이 찍히고서 어떻게 방송의 독립을, 공정성을,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지켜낼 수 있단 말인가?

따라서 우리는 정권으로부터, 방문진으로부터 재신임을 받고 돌아온 엄기영 사장을 공영방송의 수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자신의 생명 연장을 위해 팔다리를 잘라 내준 것은 한 조직의 책임자로서 배신이며 용서받기 어려운 행위임은 물론이고, 엄 사장의 더 크고, 씻을 수 없는 죄는 온 국민을 위해 지켜야할 공영방송의 수장 자리를 조금의 주저함이나 반항 한번 없이 방문진에 스스로 갖다 바친 행위이다. 

조합은 오늘 이 시점부터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협의 외에 사측과 일체의 대화를 중단할 것을 선언한다. 또 방문진의 꼭두각시로 채워질 새로운 경영진 역시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이들이 단 한 발자국도 MBC에 들이밀 수 없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이미 공언한 대로 공영방송의 위상을 뿌리 채 흔들어 놓은 김우룡 이사장에 대한 퇴진 투쟁은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다.

국민을 섬겨야할 방문진은 정권을 섬기고, 시청자를 섬겨야할 엄 사장은 방문진을 섬기는 어처구니없는 형국이다. 이제 공영방송 MBC의 운명을 지키는 것은 2천여 MBC 조합원들의 사명이자 곧 우리의 운명을 지키는 일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과 희생이 닥치더라도 이 시대가 부여한 막중한 임무를 다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2009년 12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