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팀이 뉴욕타임스에 실은 비빔밥 광고.
얼마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특파원인 구로다 기자가 칼럼에서 비빔밥을 ‘양두구육’에 비유해 물의를 일으켰다.보기에는 예쁜데 정작 비벼 놓으면 뒤죽박죽이 된다는 것이다. MBC <무한도전> 팀이 뉴욕타임스에 비빕밥 광고를 낸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쏟아낸 악담인데 ‘한식세계화’에 대해서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볼 수 있다.
글쎄, 비벼 먹으니까 비빔밥이지, 그럼 비빔밥을 안 비비고 먹어야 할까? 비벼 먹는 게 나쁜 것인가? 맛도 풍부해지고 음식을 골고루 먹을 수도 있는데. 구로다 기자는 스파게티를 어떻게 먹나 궁금해진다. 면과 소스를 따로 먹나? 일본 라면은 어떻게 먹는지 궁금하다. 면과 고명을 따로 먹는지.
하지만 구로다 기자가 한국 음식문화의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는 것은 사실이다. 식민과 전쟁 등을 겪으며 우리 음식문화가 왜곡되는 과정이 ‘섞은 음식’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충 섞어서 만드는 음식이 많아진 것은 근세의 양상이다. 그러는 동안 전통이 온전히 계승되지 못했고, 우리 음식은 ‘대중음식’ ‘서민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다. 스파게티가 만원 넘는 것은 당연해도 백반이 만원 넘는 것은 참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강렬한 향토식이 강세를 보이면서 정교한 수도음식과 양반음식이 퇴조를 보인 것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음식문화를 제 괘도에 올리는 것과 함께 중요한 것은 우리 음식문화에 대한 가치를 아는 것이다. 음식이 아니라 음식문화를 이야기한다면 우리 음식문화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에서 프랑스식레스토랑을 하는 프랑스인 친구가 있는데 그도 한국의 음식문화를 인정한다. 프랑스보다 몇 백년 앞섰다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 조리사들의 화두는 ‘웰빙식’이다. 몸에 좋은 음식이 ‘장땡’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래전부터 ‘약식동원’ 문화 즉 밥이 곧 보약인 문화로 ‘웰빙식’이 생활화 되어 있다. 우리는 의사나 조리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이게 뭐에 좋다 저게 뭐에 좋다 다 알고 먹는다. <대장금>을 보면 조리사였던 장금이가 의사가 되지 않는가, 그것이 대표적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자신이 조절해서 먹는다는 것이다. 쌈밥을 예로 들면 자신이 좋아하는 쌈, 자신이 좋아하는 고기 혹은 고명, 자신이 좋아하는 쌈을 자신이 좋아하는 크기로 만들어 먹는다. 즉 자기자신에 맞는 ‘맞춤형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다. 셀프서비스의 최고 경지가 바로 한식이다. 비빔밥도 원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골라서 넣어 비벼 먹어야 맛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음식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드는 사람보다 먹는 사람에게 주도권이 있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음식은 주방장이 솜씨를 뽐내는 음식인데, 우리 음식은 조리사가 먹는 사람에게 봉사하는 음식이다. 임금이 받는 수라상도 대표적이다. 수라상은 생각보다 소박한데, 먹는 사람이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수라상이 화려해지면 먹는 임금은 그만큼 불편해질 뿐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음식문화’의 요체다.
<대장금>에도 그런 내용을 환기시키는 에피소드가 있다. 한상궁이 어린 장금에게 물을 떠오라고 하는데 계속 ‘뺀찌’를 놓는다. 정안수도 안 되고 뜨신 물도 미지근한 물도 찬 물도 안된다고 한다. 한상궁이 구한 물은 물에 답이 있지 않았다. 어린 장금이 밤새 어떻게 주무셨느냐, 몸은 어떠시냐, 물어보자 슬그머니 미소를 짓는다. 최고의 물은 한상궁의 몸 상태에 맞는 물이었던 것이다.
구로다 기자가 비빔밥을 비꼰 것은 한식 세계화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음식 세계화의 파생효과를 알기 때문이다. 일본 스시의 세계화는 일본 정종의 세계화를 낳았고, 일본 스시와 일본 정종의 세계화는 일본 자기의 세계화를 낳았다, 일본 기의 세계화는 일본적인 미의식의 세계화를 나았다.
그렇다면 한식 세계화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찬 스시와 더운 중국요리가 세계화에 성공했다. ‘한식세계화’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가 밀고 있는 떡볶이는 아닌 것 같다. 외국인들은 떡의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쌀도 찰기 없는 쌀을 먹는다. 찰기를 극대화 한 떡은 아무래도 어렵다. 어느 분이 그랬다. 떡을 외국인에게 먹게 했더니 ‘언제 삼키느냐’가 되물었다고. 외국인에게는 떡과 껌의 차이가 없다.
물론 떡볶이를 좋아하는 외국인이 있기는 하다. 특히 일본인은 좋아한다. 모찌-떡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별로다. 그리고 음식에서 중요한 것은 재료의 신선함, 소스의 정밀함, 발효의 정교함 등인데 떡볶이로는 한식의 우수성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 어떤 음식이 한식 세계화에 적합할까? 10여개 국에 있는 교포분들을 온라인으로 조사해보았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잡채, 불고기/갈비, 비빔밥, 김밥, 닭요리’ 등이 꼽혔다. 한식 세계화를 담당하는 분이 이를 참고해서 한식 세계화와 우리 음식문화 세계화를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잡채 - 동양인과 서양인 모두가 좋아하는 최고의 한국음식이었습니다. 다양하게 개발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불고기/갈비 - 고기를 직접 구워먹는, 셀프 쉐프 문화가 잘 먹힌다고 했습니다.
비빔밥 - 가장 간단한 음식 중 하나인데 의외로 잘 먹힌다고 했습니다. 웰빙식으로 인기를 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밥 - 동양인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서양인들은 '김'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양념통닭/닭도리탕 - 한국식 닭요리도 인기가 좋았습니다. 매콤달콤하게 무친 양념통닭이나 얼큰하게 끓인 닭도리탕 모두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닭은 흔한 재료니까 승부를 걸어볼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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