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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위기인 한국의 대학

"우리 학과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1. 18.






글 - Yagercrom (독설닷컴 특파원)


1. 안녕하십니까?
“사랑실천 중앙대학교 청소년학과 OO 학번 OOO입니다.”

어쩌면 올해 이후로 저희는 여러분들 앞에서 이 말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많은 분들 뉴스와 신문보도로 접하셨다시피, 지금 중앙대학교는 학과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유사 및 중복학과 통폐합을 통한 학교 경쟁력 및 개별 학문의 경쟁력 향상” 이라는 모토아래 올해 3월까지 계획을 최종 확정해서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상태입니다.

2. 학교는 말합니다.
이번 기회에 중앙대학교라는 이름 빼고 다 바꾸겠다고 말입니다.

이번 구조조정을 두고서도, 한국사회 그 어떤 대학교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계획이 될 것이라고 공언해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언론에 보도된 본부 측 계획안을 들여다보니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흔히 말하는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로 나누어 인기학과는 존속시키고, 소위 힘없는 학과들로 일컬어지는 비인기학과는 한데 묶어 통합시켜버린 것입니다.

중앙대학교에서 그 힘없는 학과 중 하나인 청소년학과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습니다. “복지학부” 소속으로 변경된 채 아동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와 함께 합쳐져 “인간발달,가족학”이라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짬뽕 전공이 탄생된 것입니다.

3. 우리 얘기, 교수님 얘기좀 들어달라구요, 네?


     [본부 구조조정안의 일부- 사회복지학부안에 사회복지학과와 인간발달가족학과가 들어가있다.]


학교 안이 발표된 이후, 청소년학과 구성원들은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학과가 없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구조조정이 각 학문의 연구 환경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개선시켜주겠다는 목표아래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달리, 본부 안으로는 도저히 그렇게 될 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청소년학과의 커리큘럼, 아동복지학과의 커리큘럼, 가족복지학과의 커리큘럼은 유사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청소년학과를 졸업하면 국가에서 청소년지도사 2급 자격을 주며, 청소년 상담사 3급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며, 교직이수를 통해 중,고등학교 상담교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동복지학과나 가족복지학과 전공자들은 청소년학을 복수전공하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자격증을 취득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아동복지학과나 가족복지학과 전공자들 역시 졸업 후, 사회복지사나 보육교사 가족상담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만, 반대로 청소년학과 전공자들이 이 학문들을 복수전공 하지 않는 이상 위 자격증 취득은 불가능합니다.

[인간발달가족학으로의 통합대상 학과 커리큘럼 대조표, 겹치는 과목 단 하나 있다.]


이런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개별 학과 커리큘럼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구조조정안을 만들어놓고,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 적절한 검토와 자문을 받아 본부 구조조정협의회에서 만든 것이므로 객관성은 담보되었다고 주장하는 학교 본부의 말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요?

더욱이 이번 구조조정을 위해 학교 본부와의 협의에 따라 작년 초, 각 학과 교수님(학과장님)들을 주축으로 학과 구조조정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11월-12월 경, 각 교수님들이 만든 학과 구조조정 방안을 학교본부에 전달하였습니다. 분명히 교수님들의 안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사실상 본부에 의해 묵살되고 무시되어버렸습니다.

학생과의 협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측은 총학생회와의 면담에서 학생들이 구성하는 계열별 구조조정위원회와 충분히 협의하여 이 문제를 추진하겠다고 하였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습니다. 학교본부 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안 언론 발표 이후, 총학생회에서는 일방적인 언론발표에 대한 사과 요구, 그리고 본부 측 구조조정안의 근거자료 제시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본부는 이에 대하여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공식적인 사과도 내놓지 않았고, 근거자료 제시 역시 한정된 수준에서 일부 총학생회 간부들에게만 공개 하였습니다.

본부 측 구조조정 안이 정말로 공신력있고 객관성을 담보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면, 관련자료 공개를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누구보다 소속학과의 상황을 잘 알는 교수님들의 의견,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4. 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 그리고 지지가 필요합니다.


대학은 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야하는 의무도 있지만, 그 인재가 공부 하고자 하는 학문을 공부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해줄 의무도 있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즉, 100년 앞을 내다보고 토대를 튼튼하게 해야 그 성과가 나오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지금 중앙대학교 구조조정 안을 보면 100년은 커녕, 당장 10년, 15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힘의 논리, 대중의 논리에 치우쳐 가는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유래없는 중앙대학교 청소년학과 통폐합 문제, 더 나아가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고, 저희의 활동에 대한 지지 부탁드리겠습니다.

[알림]

중앙대학교 청소년학과 폐지에 대한 반대성명에 동참해주실 단체, 기관을 찾습니다. 또한 중앙대학교 청소년학과 폐지에 대한 개인 서명도 받고 있습니다. 
반대성명 및 개인 서명에 참여하실 단체 및 개인 분들께서는 중앙대학교 청소년학과 동문회 양은일(
yei1004@daum.net)으로 참여의사(성명, 소속(단체명)를 표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그리고 지지 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


 

[성명서]

학교 본부위원회는 청소년학과 폐지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학교 측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위해 청소년학과의 독립적인 학과 존립을 보장하라!

우리학교는 과거에 학과제를 폐지하고 계열별 모집을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제도 자체의 허술함 및 학내 구성원 간의 대립과 반목 등 혼란과 분열만 가중시키며 결국 학과제로 다시 환원되는 학교정책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바 있다. 이미 뼈아픈 실패를 겪은 구조조정을 다시 시행하고자 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오히려 학교발전이 퇴보하는 회귀이다. 학교 측은 이번에도 역시 고유의 학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학생 참여 등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수렴하지 않는 졸속과 무능의 행태를 보여주었다.

중앙대학교 청소년학과는 우리나라 1천만여명의 청소년들을 위해 활동하는 수많은 청소년지도자와 청소년학의 연구자들을 배출해오고 있는 한국 청소년분야 인재 배출의 대표적인 산실이자 메카로 자리 잡아 왔다. 청소년관련학과는 전국적으로 총 30개 이상 대학의 학부와 대학원에 설치되어 청소년학 석박사 및 청소년지도자를 양성하는 명실상부한 독립적인 학문적 가치를 지닌 학과이다.

현재 20만여명의 청소년지도자가 전국 810여개의 청소년수련시설(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수련원, 청소년야영장, 유스호스텔, 청소년특화시설), 73개의 청소년단체(한국스카우트연맹, 한국청소년연맹 등), 전국 77개 청소년쉼터, 관련 연구기관, 중앙정부 부처 등 청소년정책 및 행정기관 등에서 장차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은 현재와 미래의 주인공으로서 대한민국은 청소년을 국가의 법으로(청소년기본법, 청소년보호법, 청소년활동진흥법, 청소년복지지원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보장하여 청소년정책을 국가의 중요 정책으로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국가는 청소년지도자를 ‘청소년기본법 제3조 7호’에 의거하여 청소년을 육성하고 지도하는 전문인력으로 공인하고 있으며 국가적 차원에서 전국에 청소년관련학과들이 설치되기 시작한 이래로 특히 중앙대학교 청소년학과는 한국 최고 수준의 청소년학과로 운영되어 왔다.

인간발달․가족학 전공 신설은 청소년학과와의 학문적 연계성, 국가 정책적 현실과 법적 연관성, 사회적 요구 등과 전혀 맞지 않는 제도이다.

과거에 실패했던 구조조정의 재시행을 반대하며 이에 학교 측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위한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청소년학과 폐지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 학문단위 구조 조정안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여 의사결정 절차를 공정하게 시행하라!

2010. 01. 05.
중앙대학교 청소년학과 총동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