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MBC 사장직에서 사임하고 나서는 엄기영 사장의 모습을 찍었습니다.
이 세 컷의 사진이 엄 사장에게 일어난 지난 일을 모두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착잡합니다.
1> 처음에는 덤덤하게 소회를 말했습니다.
2> 그러나 떠나는 심정을 얘기하면서 머리를 쥐어 뜯었습니다.
3> 그리고 후배들에게 MBC를 부탁한다며 화이팅을 외쳤습니다.
엄기영 사장은 칼을 너무 늦게 뽑았습니다.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그는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뽑은 칼로 스스로를 베고 희생양이 되어 후배들의 길을 터주었습니다.
엄기영 선배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4> MBC 노조원들이 엄기영 사장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5> 로비에 엄기영 사장이 나타났습니다.
6>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표정이네요.
7> 노조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8> 아듀~ 엄기영
9> 낙하산 이사들의 출근을 막기 위해 MBC 노조원들이 정문을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주> 다음은 엄기영 사장이 사원들에게 남긴 편지입니다.
▣ 엄기영 "사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글"
사랑하는 MBC 임직원 여러분!
저는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MBC 가족 여러분에게 작별 인사를 드리려 합니다. 저는 오늘로서 36년 간 가족처럼 사랑해 온 MBC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우선 이 위중한 시기에 사장직을 내놓게 된 점에 대해 우리 구성원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을 뚫고, MBC를 두 번째 반세기의 길목에 안착시키고 나가자는 것이 저의 각오였지만 지금의 상황은 사장으로 남는 것이 MBC의 위상에 오히려 누가 될 수 있는 국면인 것 같습니다.
MBC는 한국에서 독보적인 위상과 전통을 지닌 언론사입니다. 어떤 언론사보다 양식이 있고, 부패를 허용하지 않는, 내부 정화능력을 갖춘 조직이기도 합니다. 사주의 입김과 정파적 편향성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최고의 인재들이 공정한 보도,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왔습니다.
그런 MBC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책임 경영의 원칙은 양보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사장으로 재임한 2년은 MBC 역사상 그런 2년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다사다난했습니다. 방통융합과 방송업계를 둘러싼 재편 논의가 대세였던 취임 초기, 저의 목표는 공영성을 강화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방송산업을 둘러싼 변화의 물결에 기민하게 대처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저의 예상을 훨씬 넘을 만큼 더 복잡한 것이었습니다. 고비 고비 마다, 또 결정마다 여러 면을 고려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에게 모든 면을 설명해 드리지는 못했고 마음을 상하게 한 적도 있을 줄로 압니다.
회사를 위한 충정을 헤아려 너그러운 이해 바랍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MBC는 저와 그야말로 생사고락을 함께 한 사랑하는 직장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남을 가능성이 그나마 높아졌다는 것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다른 방송사들보다 품격 있는 방송을 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에서 위안을 찾아봅니다.
평가는 역사와 후배들에게 맡깁니다.
오늘 생각해 보니, 저는 MBC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후배들에게 무거운 짐만 넘기고 떠나는 것이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방송 만들고 대한민국 최고의 일류 공영방송 MBC를 계속 지켜달라는 것이 물러가는 선배의 염치없는 부탁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과 일하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큰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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