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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독설/이명박 바로세우기

소 먹고 (광우병에게 걸려서) 외양간에서 잔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5. 23.

1987년 여름, 갑자기 남자 대학생 대여섯 명이 내 방에 들이닥쳤다. 나는 순순히 방을 비워주어야 했다. 아쉬웠다. 중학생이 되어 어렵게 확보한 방이었다. 며칠 동안 내 방은 그 대학생들의 땀냄새에 찌들어야 했다.

아버지는 대학생들이 우리 마을에 농활을 온 것이라고 했다. 마을 이장이 찾아와 대학생들을 들이면 앞으로 곤란해질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아버지는 “그럼 마당에 재우나”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전남대학교 학생들이었다. ‘해방 조국 00년’이라는 연호를 쓰는 그들은 나에게 믿을 수 없는 ‘괴담’을 들려주었다. 7년 전에 광주에서 군인들이, 북한군도 아닌 우리나라 군인들이 무고한 시민을 수없이 죽였다는 것이었다. 무고한 시민들은 억울하게 폭도로 매도되었다고 했다.

대학생들은 내게 1980년 5월의 광주 모습이 담긴 처참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외국 선교사가 찍었다는 영상물도 보여주었다. 믿기로 했다. 아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뒤 광주청문회가 열리고 대학생들이 들려준 ‘괴담’은 사실로 드러났다.

정부는 중고등학생들이 제기하는 광우병 관련 ‘의혹’이 ‘괴담’이라고 잘라 말한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뜬소문을 믿고 부화뇌동하는 것이라고 한다. 조중동 등 보수신문은 중고생들이 이런 괴담을 믿고 있다며 허무맹랑한 내용의 글을 공개하며 그 예로 들었다.

우리 중고생들이 그렇게 어리석을까?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로또에 걸릴 확률이나 벼락에 맞을 확률 정도다’라는 말에 “로또 지난주에 당첨자 14명 나왔어요”라고 야무지게 대답하는 학생이, ‘왜 공부 안 하고 촛불 집회에 나와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느냐’는 말에 “50년 산 사람이야 대충 받아들이더라도, 앞으로 살아갈 날이 50년 남은 사람들은 나서서 바꿔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그런 ‘괴담’을 분간 못할 만큼 어리석을까?

공무원 중 몇은, 혹은 조중동 논설위원 중에 몇은 중고등학교 때 그런 사리분별을 하지 못했을 정도로 어리석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 특히 논술 세대인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찾아 읽고 냉정한 판단을 내린다.

정부의 무책임한 ‘위험소’ 수입으로 50년 뒤 속담이 바뀌어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소 먹고 외양간에서 잔다(광우병에 걸려서)’로. ‘사람의 새끼는 서울로 보내고 마소의 새끼는 시골로 보내라’는 ‘사람의 새끼는 미국으로 보내고(조기 유학) 미친소의 새끼는 한국으로 보내라’로. ‘방둥이 부러진 소, 사돈 아니면 못 팔아먹는다’는 ‘광우병 걸린 소, 한국 아니면 못 팔아먹는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