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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지못미' 프로젝트/유인촌 장관님, 퇴진하시죠!

MB정부 문화 실정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 (저항의 글쓰기-2)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3. 10.


문화예술계 분위기가 수상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작가회의는 '저항의 글쓰기'를 선언했고 
독립영화 감독들은 자신의 영화를 정부가 운영하는 극장에서 틀지 않겠다며 
'자학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위원회 김정헌 위원장은 '출근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각계에서 이명박 정부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전하는 고언을 
시사IN이 모았습니다. 
이를 '독설닷컴'에도 올립니다.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이 구술한 것을 제가 정리한 것입니다.  
2008년 12월5일 해임되었던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은 
법원에서 해임처분 효력정지 판결을 받고 2월1일부로 복직했습니다. 





“지위는 인정하나 업무 권한은 없다.” 2008년 12월5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해임했던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이 법원으로부터 해임처분 효력정지 판결을 받고 복직하자 문화부가 밝힌 입장이었다.  

14개월 만인 2월1일 복직한 김 위원장에게 허락된 곳은 문화예술위원회 본관이 아니라 별관 격인 아르코미술관 3층의 6.6㎡(2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사무실 한쪽 벽에는 일정표가 있었는데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아무도 그에게 보고하지 않고 아무도 그의 업무 지시에 따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위)은 법원 판결로 복직했으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별궁에 위리안치된 느낌”이라며 요즘 읊조린다는 권주가 한 구절을 들려주었다. “아흐, 인생이 귀치않다. 처마 밑 거미줄에 내 목을 맬까. 호박잎 고인 이슬에 빠져 죽을까.” 그는 머릿속이 번잡해 유인촌 장관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글로 풀기가 힘들다며 말로 풀기를 청했다(이하 구술 내용). 


방금 직원을 불러 항의했다. 건물 안내원이 나는 말할 것도 없고 내가 만나는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기자가 들어갈 때도 안내원은 신분을 묻고 기록했다). 시키지 않았는데 했다고 하더라. 시키지도 않은 일을 왜 하겠나. 기록된 장부를 확인하고 증거사진도 찍어 두었다. 요즘 이렇게 산다.


문화예술위원장으로 복귀했지만 별궁에 위리안치된 느낌이다. 간부들에게 보고하라고도 했고 업무 지시도 내려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이메일로 ‘따를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을 뿐이다. 나도 불편하지만 그들도 나 이상으로 불편할 것이다. 참담하다. 


2월19일 문화예술위원회 업무보고를 위해 국회에 갔다. 보고받은 것이 없어 보고할 일도 없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나오라고 해서 갔는데 가보니 ‘나가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들 백병전 자리에 볼모로 나간 셈인데, ‘최전선까지 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국민이 보기엔 불가사의하고 괴의한 일이었을 것이다. 문화예술위원장이 두 명이라니. 괜히 억지 부리는 사람처럼 괴상하게 비춰질 수도 있었지만 감당해내기로 했다. 문화예술계 망신을 문화부 스스로 초래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었다. 만약 내게 발언 기회를 주었다면 내 생각을 밝히고 싶었다. 내가 예리하지 못한 사람이라 둔탁하게밖에 얘기하지 못했겠지만 내가 위원장에 복귀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었다. 



“문화부가 문화예술계 망신 주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런 상황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유 장관의 책임을 물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지적한 나의 해임 사유는 부당하다는 것이 법원 판결에서 증명되었다. 법원 판결로 현실이 아주 명쾌하게 설명되었다. 


연기자 출신인 유인촌 장관은 장관직도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만약 착각하고 있다면 지금 그가 지극히 비열한 악역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비록 가면을 쓰고 뒤에서 조종하고 있지만 다 보인다. 오광수 위원장이나 다른 문화예술위원들은 그의 조종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국회에서 옆자리 오광수 위원장을 보니 편치 않아 보였다. 의도된 무표정으로 일관했지만 심기가 복잡했을 것이다. 우리야 밑바닥에서 기어본 경험이 많아서 이런 것에 익숙하지만 그 사람은 황당했을 것이다. 


유인촌 장관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 오 위원장에게 그만두라고 하면 그가 가만있겠냐고. 나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그러나 결론은 달랐다. 유 장관은 나보고 동반 사퇴하라고 했지만 내가 논개인가 같이 죽게.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유 장관이 사퇴하는 것이 순리다.   


듣기에 내가 복직하면서부터 오광수 위원장이 열심히 일한다고 하더라. 좋은 일이다. 그러나 오 위원장도 그렇고 유 장관도 그렇고, 하는 일이 문제가 많다. 특히 반정부 행위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작가회의에 지원금을 주겠다고 서명하라고 한 일은 파렴치한 일이다. 예술인이 어떻게 동료 예술인에게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는가? 실무자 몇몇이 가서 오해가 있다며 유감이라고 했다는데, 사과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코가 빠지게 석고대죄해야 할 일이다.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나라도 가서 사과하고 싶었다. 내가 보고받은 적도 없고 결정한 적도 없는 일이지만 문화예술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이상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 나대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그만두었다. 다시 내 얼굴로 신문 1면을 도배하기가 싫었다. 그런 것 정말 징그럽다. 


문화예술계 도처에서 불법에 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작가회의는 ‘저항의 글쓰기’를 시작했고 다른 문화예술 단체도 들고 일어서고 있다. 그런 단체들은 독재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우리가 노구를 이끌고 다시 싸워야 한다는 것이 서글프다. 


문화부가 업무 권한을 인정하건 말건 위원장으로서 할 일을 할 것이다. 문화예술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문화부로부터 독립적인 예술지원 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전 정부에서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안 한다’라는 대원칙이 어느 정도 지켜졌지만 지금은 독립성이 심하게 훼손되었다. 남은 임기 동안 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