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겪어보니까, 부패와 분열은 현상이고, 근본원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보수의 문제는 몰염치였고 진보의 문제는 아집이었습니다.
어제 보수의 몰염치를 확인할 수 있는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주최한 '디지털시대 표현의 자유'라는 제목의 컨퍼런스였습니다.
부제는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 컨퍼런스'였습니다.
이 행사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참석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논하는 컨퍼런스에
'표현의 자유의 걸림돌' 1위 2위를 다투는 두 인물이 참석하는 것을 보고,
'보수는 참 염치가 없어서 편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날 행사의 공동주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였는데,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분이 주한영국대사관의 관심사였다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 부분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심사 같았습니다.
'어니스트 베델' 서거 10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이번 컨퍼런스에서
영국 측에서는 이안 브라운 옥스포드대 교수와 데렉 위아트 영국 노동당 의원이 발표를 했습니다.
두 발표자의 발제문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규제에 대한 고찰이었습니다.
이날 최시중 '방송통제위원장'은 개회사를 맡았고
유인촌 '문화체육실기부장관'은 기조연설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개회사와 기조연설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존중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최시중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창조와 변화의 메카인 인터넷이 사이버 테러와 거짓 정보, 악성 댓글 등으로 위협받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힘인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터넷의 역기능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사회질서를 무너뜨림으로써 인터넷의 참뜻인 '참여와 소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인촌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인터넷 사회가 활성화 될수록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사이버 폭력, 사회질서 위반 등 역기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인터넷을 규제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규제를 어떻게 선택할 것이냐'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유 장관의 기조연설문이 최 위원장의 개회사 보다는 밸런스가 맞아보였습니다.
유 장관은 "우리는 철저한 저작권 보호가 절대적 공공선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온라인 세상은 공유를 통한 확산을 기본 철학으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불법동영상이 블로그에 올려지는 순간 전 세계로 도둑맞게 되는데, 이들에게는 이런 야릇한 특성이 있습니라"라고 블로그 검열을 암시하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감날이라 개회사와 기조연설까지만 듣고 왔는데,
참 재미있는 장관님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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