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자들은 우스갯소리로 국회의원이 299명 있는 국회에는 대권 시나리오가 299개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것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느티나무아래 출판사에서 대안적인 대권 시나리오를 공모했다. 이름 하여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더 나은 세상을 위한 우리들의 즐거운 상상’. 4개월간의 공모기간을 거쳐 20편이 뽑혔다. 본인의 2017년 대선 당선 인터뷰를 기고한 딴지일보 김창규 기자(정치부)가 가장 발랄한 상상력을 보여줘 ‘으뜸상’을 받았다.
일단 집권하면 CEO 능력이 검증된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를 총리에 임명한다고 한다. 김 기자의 기고문을 비롯해 당선작 20편이 책으로 묶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서울대 법대를 나왔더라면’이라고 가정해보는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해 역사적 상상력을 불어넣어보는 작업은 만화가 소복이가 맡았다. 김 기자의 당선작은 대통령 당선자 인터뷰를 가정한 글이다.
김 기자의 핵심 공약은 ‘여행고교 설립’. 전국에 여행학교 100개를 설립해 전교생을 1년 동안 세계여행을 보낸다는 것이다. 이 낭만적인 공약을 생각해낸 이유에 대해 그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 국토는 북쪽도 막혀 있어서 사실상 섬이나 마찬가지다. 어디든 나가지 않고 덮어놓고 살다보면 우물안 개구리꼴을 못 면한다. 아이들이라도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서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공약은 국민을 ‘에너자이저’로 만들어줄 각종 건강 정책이다. 특히 치매 노인을 위해 ‘푸드 테라피’ 지원제도를 마련하자고 주장한다. 그는 “치매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잘못된 식단이다. 왜 젊은 놈들만 맛나고 좋은 것 먹나? 노인들이 잘 먹고 가려 먹으면 치매를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선작 중에는 이런 발랄하고 참신하고 알찬 공약이 많다. 대권을 좇아 ‘헛꿈’ 꾸시는 분들이 참고할 만하다.
주> 다음은 김창규님이 제 블로그에 추가로 보내주셨던 내용입니다.
정말 진짜로 하고 싶은 거...
'한(恨)이 없는 세상'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세상은 불가능하겠지만 최대한 그런 세상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저는 갠적으로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같은 활동을 참여정부 하의
최대 성과로 봅니다. 다른 사람들은 경제나 복지에 집중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런 활동이야 말로 나라의 뿌리를 바로 세우는 가장 중요한 그 어떤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장의 인기에는 도움이 안돼겠지만 10, 20년, 아니, 100년 후를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면 반드시 했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이 많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결국 체재가 전복됩니다. 분노하고 한 맺힌 사람이
많아지면 그 나라는 무너집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모든 것들을 파괴해
버리는 거지요. 우리나라는 한 맺힌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억울한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보도연맹부터 시작해서 이루말할 수가 없지요....
제가 알기로는 금년 6월이면 과거사위의 조사기간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대통령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위원회를 부활, 아니 더 치밀하고 철저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정말로 완벽한 하나의 독립된 단체를 구성해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폐쇄할 수 없는 체계를 조직할 겁니다. 제 모든 걸 걸고 말이지요.
그리고 대한민국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없어지지 않도록 법을 만들 것입니다.
시효도 없고, 성역도 없이, 역사와 국민 앞에 비겁했던 자들은 죽어서까지
그 죄를 물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럼 우리 후손들은 조금이나마 지금보다 더 정의로운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조금이나마 비겁하고 못된 사람들이 승리할 수 없다는 세상인 걸 알아가지 않을까요.
그러한 인식들이 결국 우리 모두를 바꾸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재열 기자님, 행복한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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