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반드시 크게 들어야 할 영화다. 인천 부평의 모텔촌 한가운데 자리 잡은 클럽 ‘루비살롱’에서 활동하던 록밴드 ‘오바(오버)지존’ 갤럭시익스프레스의 광란과 ‘루저 킹’ 타바코쥬스의 지질함을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 음악영화는 크게 들으면 들을수록 좋다. 왜? 로큰롤은 속삭이는 음악이 아니니까.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을 보면 영화 <고고70>이 떠오른다. 1970년대 대구 왜관의 기지촌 클럽에서 활동하다 서울로 올라와 고고 클럽 ‘닐바나’의 전설이 되었던, 그룹사운드 경연대회 수상 상품으로 받은 밀가루 한 포대로 시작해 사치와 방탕에 빠져들었던 ‘데블스’의 자식들 이야기 같다. 그리고 30년의 시간만큼 진화해서 더 신나고 더 지질하고 더 방탕하다.
어떻게 해서 밴드 이야기를 영화화할 생각을 하게 되었나?
밴드를 불러주는 곳도 없고 해서 한번 인천영상위원회에 공모작 지원을 해보았다. 영화 스태프로 일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루비살롱이라는 인천의 문화공간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제작하겠다고 했더니 꼴등으로 뽑아주었다. 그런데 찍다보니 배가 산으로 갔다. 카메라는 공간보다 그곳을 채우는 두 미친 밴드에 주목하게 되었다.
밴드 멤버들이 불편해하지 않았나?
별로 상관도 안 했다. 나도 멤버니까(감독은 타바코쥬스의 드러머다) ‘뭐 찍나’ 하고 묻기도 했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밴드 맴버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가끔 카메라를 들이대면 욕을 덜 하려고는 했다.
갤럭시익스프레스와 타바코쥬스가 대비된다.
갤럭시익스프레스는 열정적인 밴드다. 그리고 콘셉트가 강한 팀이다. 비주얼도 로커 같고 인터뷰하는 것도 로커처럼 한다. 반면 타바코쥬스는 막무가내인 팀이다. 루저의 시대에 진정한 루저 킹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아무나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찍는 동안 갤럭시익스프레스는 승승장구했고 타바코쥬스는 해체 위기를 겪는데 대비가 이뤄져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어떤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었나?
인디 밴드에 대한 선입견을 깨주고 싶었다. 인디 밴드 이야기는 다 신파다. 배고픈 이야기만 한다. 그래서 재밌는 영화가 없었다. 적나라한 이야기를 다루면 재밌겠다 싶었는데 아무도 안 만들었다. 그래서 내가 했다. 페이크 다큐인 <24시간 파티 피플> <이것이 스파이럴 탭이다> 등을 참고했다.
로큰롤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인터뷰 때마다 물어본다. 엄청 고민 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렵다. 마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 같다. 이런 것 같다. 다들 잘 놀고 잘 즐기려고 사는 것 아닌가.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도 그렇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는 다르다. 잘 놀고 행복하다.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도 그렇고. 그것이 로큰롤인 것 같다.
이 영화를 어떻게 즐기는 것이 좋을까?
부모님 효도 상품으로는 안 좋다. 우리 부모님도 당황하시더라. 데이트 영화로도 안 좋다. 여자친구가 질겁할 수도 있다. 청소년한테도 별로다. 우리처럼 망가질 수 있으니까. 모르겠다. 그냥 알아서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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