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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판 위원회/키 작은 영화들

인터넷 무료 개봉 선택한 '섹스 볼란티어'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4. 22.



<섹스 볼란티어>는 사랑으로서의 섹스가 아니라 봉사로서의 섹스가 가능한지를 묻는 영화다. 지체장애인에게 섹스로 자원봉사하는 여대생과 이를 돕는 신부의 이야기를 통해 이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이야기다. 조경덕 감독은 끈질긴 취재로 이를 취재해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했다.


조 감독은 이 영화를 인터넷으로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정식 개봉을 하기 위해 그는 백방으로 뛰었다. 그러나 장애인의 성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곳은 없었다. 이상한 성인채널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는 있었다고 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독립영화전용관에 거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결국 조 감독은 수익은 해외 판권을 통해 얻기로 하고 인터넷 개봉을 선택했다. 




어떻게 장애인 이야기를 영화화할 생각을 했나? 
<말아톤> 정윤철 감독이 그러더라. “나랑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은데 너는 왜 돈이 안 되는 걸 하려고 하니?” 사실 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일본에 있을 때 아사히 신문에 연재된 글이 책으로 묶였는데 ‘섹스 자원봉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성매매의 일환이었는데 흥미가 갔다. 국내 사례를 취재해보았는데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영화화하기로 생각했다. 보기에 불편할 수 있다.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니까 불편한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잠시 불편해져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직접 취재를 많이 한 것 같다. 
실제 장애인, 장애인 시설, 집창촌 등을 2년 동안 취재했다. 장애인 캠프에서 봉사활동도 해보고 거기서 만난 장애인을 캐스팅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섹스 자원봉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사도 손이 아니라 발로 썼다. 영화의 대사는 취재노트 여러 권에서 건진 현장의 언어다. 취재 과정에서 받아 적은 말을 그대로 대사로 만들었다.


장애인의 성은 말하기 힘든 주제 아닌가? 
말하기 힘든 주제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절실한 문제다. 신체에 장애가 있다고 해서 성욕까지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장애인의 성은 누군가 도와주어야 해결이 가능하다. 실제로 엄마가 자위를 도와주기도 한다. 심지어 섹스를 할 때도 제 3자가 거들어줘야 한다. 영화에서는 신부님이 그 역할을 맡는다. ‘봉사로서의 성’은 섹스 상대자뿐만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사람들이 이런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는데 출연한 여배우에게 물어보았더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나리오 보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하더라.


장애인의 성을 다뤄 불편한 영화라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그렇다. 그래서 영화제에 출품했을 때 제목을 바꾸라고 권유받기도 했다. 그러나 바꾸지 않았다. 이 영화의 화두니까. 영화에서는 장애인의 성이라는 화두에서 출발해 다양한 장애인 문제를 건드린다.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하느님도 장애인일 수 있겠다고. 자신의 형상을 본떠 인간을 만들었다고 했으니 그렇지 않겠나. 장애인 문제와 더불어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문제까지 다루었다.


이 영화에 대한 장애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일 년에 단 하루 장애인 관련 기사가 나가는 날이다. 다른 날은 무심하다. 그나마 나오는 얘기도 뻔하다. 장애인들에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는데. 영화에서는 장애인의 목소리를 많이 담았다. 자신들의 처지를 잘 대변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