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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지못미' 프로젝트/'소셜 엔터테이너'를 보호하라

윤도현 등 대중가수들, "저항의 노래를 들어라"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5. 23.

오늘(5월23일) 서울광장과 부산대학교로 오시면 
'저항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공연 함께 하시고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시죠~ 
서울 광장에 오시는 분은 제 트위터(@dogsul)로 멘션 주세요.




저항의 노래가 거리에 울려 퍼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서(노무현 추모 콘서트 <파워 투 더 피플>), 4대강 재개발 사업을 막기 위해서(콘서트 <강의 노래를 들어라>), 재개발로 철거될 칼국수 집을 지키기 위해서(전국자립음악가대회 <뉴타운 컬처 파티51+>), 외규장각 도서와 약탈 문화재 반환을 위해서(콘서트<로스트 헤리티지>) 가수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음악으로 권력에 맞서고, 자본에 맞서고, 외세에 맞서는 일에 인기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윤도현 밴드(YB)·이승환 등 유명 가수부터, 한음파·밤섬해적단 등 인디 밴드까지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권력과 자본·외세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노래하고 있다. 권력은 ‘국민이 반성해야 한다’고, 재벌은 ‘국민이 정직해져야 한다’고 윽박지르는데 이들은 주눅 들지 않는다.


5월8일 서울 항동 성공회대에서 막을 올린 노무현 추모 콘서트 <파워 투 더 피플>에는 노찾사·우리나라·안치환·이한철·YB·강산에·두번째 달·윈디시티·피아가 참가했다.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광주·대구·대전 공연을 마쳤고, 창원(5월22일)과 부산(5월23일)으로 이어지며 ‘노무현 추모 열풍’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5월27일(허클베리핀·윈디시티·이승환)과 28일(소히·이한철·3호선 버터플라이) 이틀간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외규장각 도서와 약탈 문화재 반환 기원 콘서트는 한국 정부와 프랑스 정부의 협상 결과 발표에 앞서 선제적 조처로 여는 콘서트다. 우리 외교부가 굴욕적인 ‘임대’ 조처를 받아들일 것을 우려해 여론 환기차 열린다.  


5월29일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는 <강의 노래를 들어라> 콘서트에 한영애·안치환·우리나라·노찾사·윈디시티 등이 출연해 강과 관련된 노래를 들려주며, 4대강 재개발 사업에 시달리는 우리 강을 노래로 위무한다. 행사 말미에는 천주교·불교·개신교·원불교 4대 종단 합창단이 강의 평화를 노래한다. 정부 정책에 반하는 콘서트가 선거 직전에 열릴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5월1일 노동절을 기념해 열린 전국자립음악가대회 <51+>에는 인디 밴드가 무려 60팀 참여했다. 한받·정동민·단편선·박다함 등 인디 밴드 멤버가 주축이 되어 기획한 이 공연은, 5월1일 정오에 시작해 그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외국인 등 밤새 1000명이 넘는 관객이 행사에 참여해 칼국수 집을 지키는 한국판 우드스톡이라는 의미로 ‘푸드스톡’이라 불리기도 했다(62~63쪽 딸린 기사 참조).    

뮤지션들은 자신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기타 제조업체 노동자들을 위한 파업 지지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콜트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와 함께하는 문화 노동자 모임’이 2008년 12월부터 매월 <콜트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와 함께하는 문화제>를 홍대 앞 클럽 ‘빵’에서 진행했다. 4월29일 홍대 앞 상상마당 공연에는 이한철·와이낫·킹스턴루디스카·한음파 등이 참여했다. 



가수 이승환, 언론노조 도와

또한 자신들이 자주 접하는 프로듀서와 기자들이 연관된 언론 자유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2007년 현재의 <시사IN> 기자들이 삼성 기사 삭제 사건에 맞서 감행한 <시사저널> 파업 당시 가수 전인권씨와 허클베리핀이 공연으로 힘을 주었던 것처럼, 낙하산 사장에 맞선 YTN 기자들의 투쟁에는 가수 이은미씨와 그룹 블랙홀 등이 무대에 올라 지지 공연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에 맞선 언론노조 총파업과 MBC 파업 때도 많은 뮤지션이 노래로 힘을 보탰다. 지난 4월30일 <MBC 지키기 1만인 촛불문화제>에는 그룹 노브레인이 무대에 올라 파업 중인 MBC 노조원들에게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그룹 크라잉넛은 KBS 작가들이 ‘PD 집필제’ 문제로 사측과 맞서고 있을 때 작가들 모임에 나타나 응원 공연을 했다.  


그룹 나무자전거는 언론노조 총파업 때 거의 매번 지지 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가수 이승환씨는 언론노조의 숨은 조력자다. 언론노조 후원 바자회 때 자신이 콘서트 때 입던 가죽 재킷을 기증하기도 했던 그는 언론노조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조용히 찾아와서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당시 사진기자들은 그의 부탁을 받아들여 공연 사진을 찍지 않았다.  


뮤지션들의 사회참여 공연은 2008년 촛불집회 이후 본격화했는데 2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나름의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섭외에 응하는 형식이었는데, 요즘은 직접 주최가 되어 함께 기획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단순한 동의를 넘어 개인적 신념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래서 저항의 무대가 더욱 단단해졌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그룹 윈디시티다. 사회적 발언을 시적인 언어로 승화시켜서 ‘보브 말리’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 레게 그룹 윈디시티의 리더 김반장은 “우리 강은 맨 얼굴 그대로 예쁘다. 그런데 왜 자꾸 화장하고 성형하려고 하나. 제발 우리 강을 맨 얼굴로 놔두라”며 4대강 공사 현장 체험 프로젝트 ‘저수지의 개들’에 참여해 현장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했다.  

     
이한철씨는 역시 ‘외규장각 문화재 완전 반환을 위한 1인시위’까지 할 정도로 열심히 현실에 참여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참여 방식이다. ‘해피송’이라 부르는 밝은 노래를 주로 부르는 그는 ‘웃으면서 분노하기, 즐거워하면서 응징하기, 행복하게 고민하기’를 제안한다. 5월8일 노무현 추모 콘서트에서도 그는 “오늘은 평소보다 더 즐겁게 보내자. 내 노래 가사처럼 ‘괜찮아 잘 될 거야’를 외치자”라고 말했다. 


때로는 주최 측보다 뮤지션의 목소리가 더 강경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노무현 추모콘서트에서 행사 장소로 예정된 연세대가 봉쇄되자 가수 신해철씨는 기획자에게 “물러서지 말자. 노래로 뚫자. 연세대 정문이 열릴 때까지 내가 그 앞에서 노래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씨는 공연장에서도 거친 어조로 현 정부를 비판했다. 


공연이 자신의 의도를 벗어날 때는 문제 제기를 하기도 한다. 노무현 추모 콘서트에 참여하고 있는 강산에씨는 “내 순서 앞에서 발언하는 분이 하는 정치적인 얘기 중에 들어보면 내가 동의하지 않는 이야기도 많이 있다. 그럴 때 바로 뒤에 오르면 그가 이야기하는 것에 전부 동의하는 것이 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그럴 때 마음이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뮤지션이 사회참여 활동을 하려면 깨어 있는 ‘의식’과 함께 압력을 견디는 ‘맷집’도 필요하다. 민주노총 문화제에 참석했던 한 가수는 구호가 너무 세다며 이후로 이런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노무현 추모 콘서트에 출연하려고 했던 한 여가수는 새로 요청이 온 라디오 DJ 일을 붙잡기 위해 참가를 포기했다. 연예인의 사회참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팬들의 시선도 부담이다.


노무현 추모 콘서트에서 가수 윤도현씨는 “그동안 화살을 너무 많이 맞았다. 너무 많이 맞아서 이제는 아프지도 않다.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이 시대에 책임감을 느낀다.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지 않고 가던 길 그대로 계속 가면서 음악을 통해 힘을 주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내외의 압력을 버텨내는 뮤지션은 많지 않다. <노무현 추모콘서트>와 <강의 노래를 들어라>를 연출하는 공연기획자 탁현민씨(한양대 겸임교수)는 “방송을 중심으로 활동하지 않는 가수, 대중음악의 저항성을 인정하는 가수들 위주로 섭외하는데 쉽지 않다. 첫 번째 공연보다 두 번째가 힘들고 두 번째보다 세 번째가 힘들다. 참여하고 싶어도 되돌아올 불이익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뮤지션이 사회참여 활동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기점이 되는 것은 주로 방송이다. 방송을 놓으면 말문이 트인다. KBS <1박2일>에서 하차한 ‘뜨거운 감자’ 리더 김C는 “내 할아버지와 내 아버지도 지금 나 정도 되는 나이에 이런 아픔을 겪었을지 궁금하다. 현 시국을 보면 X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행복해질 수 있게 노래해보겠다”라며 비판 포문을 열었다.  


이 같은 어려운 여건 때문에 공연 요청은 몇몇 가수에게 집중된다. 박영선 미디어행동 대외협력국장은 “섭외 리스트에 오른 가수는 이제 몇 명 되지 않는다. 출연 부탁을 위해 연락할 수 있는 가수는 열 팀 이내다. 그래서 행사는 달라도 출연진은 늘 똑같다. 더 많은 뮤지션들의 참여가 아쉽다”라고 말했다. 지식인도 시민도 움츠러든 이때, 이들의 노래가 어떤 메아리를 만들어낼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