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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판 위원회/꿈 꾸는 만화들

"누군가에게 몹쓸년이라는 것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6. 3.




만화집 < 몹쓸년 > 을 쓴 김성희 작가(34·사진)는 자신은 부모에게 '몹쓸 년'이라고 했다. 부모에게 사랑과 기대를 받았지만 그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그럴 의지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란다. 대학 졸업 후 '몹쓸 년'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 10년간 붙들었던 만화를 통해 그녀는 조용히 항변했다. "기대를 낮춰주세요."

< 몹쓸년 > 은 '삶의 행복'에 관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안고 사는 '일상의 불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 작가는 "가까이 있는 불행이 살아가는 힘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순간 웃고 소비되는 것일 뿐이다. 우리를 살아남게 하는 힘은 불행이다. 이유 없는 긍정론보다 이유 있는 부정론을 대면할 필요가 있다. 괴롭겠지만 그래야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신과 가족의 불행을 들여다보는 데 밝은 눈을 가진 작가는 주변에서도 '소소한 불행'을 쉽게 발견해낸다. 그리고 그 불행이 어떻게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지 그려냈다. "정신적 독립을 이루고 싶지만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자녀들을 보면서 부모는 역설적으로 자존감을 확인한다. 자녀들 뒷바라지를 하면서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라는 것이 그녀의 '불행학 원론'이다.

88만원 세대도 아닌데 88만원 세대만큼도 못 버는 작가에게 부모는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녀는 이런 부모에게 자식이 취할 도리는 부모가 쿨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원했으니 간섭할 자유도 있다는 것이다. < 몹쓸년 > 에는 쿨하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불행을 받아내고 그 불행을 안고 일상을 꾸려가는지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