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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2010년 지방선거

'인간병풍'으로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의 굴욕 일지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6. 19.


시사만담가 김용민님( @funronga )이 시사IN에 잼난 글을 보내오셔서
필자 허락을 득해 독설닷컴에도 올립니다. 
서울 경기 지역 보수 교육감 후보를 위해 '인간병풍'을 자처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선거 결과 어떤 굴욕을 당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잼나게 쓴 글이니 찬찬히 함 읽어보세요. 





제대로 ‘굴욕’당한 조전혁과 인간 병풍들


글 - 김용민 (시사 만담가) 


이번 6·2 지방선거 결과,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게 0.6% 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며느리도 몰랐을 일이다. 허구 만발의 여론조사 탓이다. 선거 전 마지막 언론사 여론조사를 보자. 두 사람의 격차는 문화일보 23.2, 동아일보 20.8, 한겨레 18.0, 조선일보 17.7, 중앙일보 16.2% 포인트였다. 민심을 왜곡하고 오도한 책임이 막급하다. 각설하자. 가장 정확한 민심의 소재는 선거 결과에 있다. 이번에 54.5%라는 높은 투표율은 오늘과 내일의 정치 좌표이다. 이 좌표, 평면이 아닌 측면·후면·밑바닥에서 재조명해보자.


지방선거전이 한창이던 5월28일, 보수 성향의 이원희(서울)·정진곤(경기) 교육감 후보가 서울시교육청에서 ‘정책협력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전대미문의 ‘인간 병풍’이 펼쳐졌다. 임해규·원유철·정두언·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이다. 이들이 한 일이라고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한 것이었다. 교육감 선거 정당 개입 불가 ‘원칙’과, 두 사람에 대한 지지 ‘인증’ 사이에 절충한 행동이다. “우리, 이 후보 지지하니 유권자 니들은 밀어줘야 쓰겠다.” 이런 무언의 시위이다. 인간 병풍의 한 블록을 형성했으면 더없이 좋은 그림이었을 사람이 빠졌다. ‘전교조 조합원 명단 공개’로 보수 진영의 아이돌이 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다. 

   
인간 병풍 플러스 조전혁 의원의 투철한 ‘학교 교육 정상화 철학’에 지역구민들은 서울에서 곽노현, 경기도에서 김상곤 등 친전교조 성향 후보에 대한 배척으로 화답했을까. 줄선 병풍의 순서에 따라 그 의원들 지역구에서 나온 교육감 선거 결과를 살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5명 모두 고배(苦杯)를 ‘무상급식’당했다.


뉴라이트의 기수마저 힘을 쓰지 못하다 

특히 반전교조의 ‘상징’ 조전혁 의원 지역구는 매우 심각했다. 조 의원의 지역구는 인천 남동을. 인천교육감은 보수 성향 나근형 후보의 몫이 됐다. 그러나 남동구의 다수 표심은 진보 진영 이청연 후보에게 쏠렸다. ‘반전교조 의원의 아성’에서도 친전교조 후보가 두각을 드러낸 것이다. 게다가 남동구청장은, 전교조 교사 상당수가 입당해 당비를 냈다던 민주노동당이 공천한 후보가 차지했다. 조전혁과 인간 병풍들, 제대로 ‘굴욕’당했다.


조전혁 의원 하니 신지호 의원이 떠오른다. 본인이 부담스러워할지 모를 일이나, 그는 ‘뉴라이트의 기수’이다. 그도 그럴 것이 18대 총선에서 자신이 ‘올드 레프트’로 규정했던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을 누르고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했다. 이번 결과로 2012년 그의 재선을 가늠해봤다. 아, 위기이다. 시장 선거에서도 이 지역에서의 한나라당 표는 0.1% 포인트의 열세를 면치 못했다. 구청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에게 7% 포인트 대로 열세를 나타냈다. 결국 배지를 단 이후 처음 지역구에서 열린 구청장 선거에서 패하고 만 것이다.


‘구청장 선거에서의 패배가 어찌 지역구 국회의원 탓일까’라고 한다면 당신은 하수(下手)이다.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에 입김이 가장 큰 인물은 당연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이다. 따라서 선량 책임 아래 지방선거가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18대 ‘뉴타운’ 공약 하나로 졸지에 의원 배지를 달게 된 한나라당 서울 지역구 초선 의원들, 이른바 ‘뉴타운 돌이’의 성적표 역시 자못 궁금해진다. 신지호 의원도 이에 포함된다. 물론 이들의 개발 약속이 오세훈 시장의 일축으로 결국 ‘블러핑(허풍)’으로 드러났다. 


‘뉴타운 돌이’를 따져보니 신지호 의원 외에 진수희 김동성 진성호 정태근 김효재 김선동 현경병 홍정욱 강승규 김용태 구상찬 김성태 이범래 안형환 윤석용 의원 등 총 16명이다. 이 중 용케 지역구 구청장 탄생이라는 기염을 토한 주인공은 단 한 명뿐(그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중랑갑의 진성호 의원 되시겠다. 중랑구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에 많은 표를 얹어줬다). 이러다 낙선 구청장이 이들의 미래가 되는 것은 아닐까. 2012년 19대 총선은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이 채 1년 안 남은 시점에 치른다. 후광도 미미할 것이다. 


‘뭐 벌써부터 19대 얘기냐’ 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긴 정치에서 1주일은 1년과 같다고 하더라. 하물며 1년 하고도 10개월 남은 시점이라면 강산이 100번 가까이 변할 무렵이 되겠다. 그러나 벌써부터 총선을 위해 부단히 뛰는 이분만은 ‘앞날’을 짚어드리고 싶다.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다. 최근 이근행 노조위원장 등을 해고하는 등 나름의 ‘포스’를 포효하고 있으나, 그는 고향 인사들의 민원이라면 공영방송 사장 체면 몰수하고 기자를 사칭한 채 경찰서·병원 등을 잡아주는 다정다감함의 소유자이다. 


MB의 정신적 고향에서 ‘좌파’ 당선

이분의 고향은 MB 정권 실세였던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아성이며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의 지역구인 경남 사천이다. 두 거물의 벽을 허물고 여의도동 1번지에 입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 간판만 있으면 된다고? 아니다. 매우 부족하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한나라당 후보는 당선자에 비해 사천에서 845표를 덜 얻었다. 다행히 시장은 한나라당 사람이 됐으나,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외에도 민주노동당·민주당 의원까지 당선되는 혼조세가 뚜렷했다. 명실상부하게 경남 정치의 신1번지가 된 사천이다. 경찰서·병원 잡아주는 식의 민원 해결사로는 2% 부족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신적’ 고향인 경북 포항 흥해의 성적도 궁금했다. 경북도지사와 시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다른 야당 후보의 표를 모두 합친 것에 4배 가까이를 차지했다. 그런데 포항시의원 선거에서 진보신당 후보가 한나라당의 또 다른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흥해가 배출한 나라님이 한양에서 좌파를 잡는데, 고향에서는 좌파가 꽃가마를 탄 셈이다. 


한편 한나라당의 텃밭이요, 지하수까지도 파란색일 것 같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에서는 도지사, 시장, 도의원 6명 가운데 4명을 친노 성향의 민주당 후보가 당선했다. 차이는 이것이다. 한쪽은 누수가 생긴 것이고, 다른 한쪽은 물꼬가 트인 것이다. 아, 이번 선거, 정말 재미있었다. 별 다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