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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글라디에이터

소셜미디어가 기성 언론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인 이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11. 4.



 

내가 트위터를 하는지 트위터가 나를 하는지 모를 정도로 트위터에 빠져 지냈다. 트위터 팔로워(구독자)를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도대체 잠은 언제 자느냐”라는 것이었다. 내외의 모든 타박을 뒤통수로 받아내며 트위터에 매달렸다. 뉴미디어의 끝을 보고 싶었다. ‘재밌을 때는 그냥 재밌는 것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겠지만 아직은 트위터가 재미있다. 미디어를 전공했고 미디어에 종사하면서 미디어에 대한 취재를 하는 사람으로서 특히 재미있다. 이곳은 거대한 이슈의 원형경기장이다. 뉴스를 전달하는 기자와 기자의 취재원인 유명인과 독자가 ‘계급장 떼고’ 어울려 논다. 그 흐드러진 한 판 놀음에서 미디어의 미래를 보았다.

 
트위터를 인간의 좌뇌와 외뇌 외에 우리 몸 밖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외뇌’라고 표현했던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다이에 호크스를 인수하면서 "야구단을 한국 드라마처럼 운영하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시청자 요구대로 대본을 그때그때 바꾸는 한국 드라마처럼 야구단을 유연하게 운영하겠다는 것이었다. 헛똑똑이들이 공허한 비판을 할 때 천재는 상대의 장점을 훔친다. ‘쪽대본’이라 비난하는 제작 양식에서 그는 한국 드라마의 에너지를 읽어냈다. 올해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퍼시픽리그 1위를 차지했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의 핵심은 네트워크다.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는 것이 제 1의 명제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이슈는 어디서 만들어냈나? 유력 신문사 편집국과 방송사 보도국이었다. 그래서 신문사가 1면에 내는 기사가 방송사가 9시 뉴스에 보도하는 뉴스가 대한민국의 이슈를 주도했다. 소수의 엘리트가 이슈를 주도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중이 집단지성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신문사와 방송사에서는 권력과 광고주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라 독자와 시청자들의 요구를 받들어 편집권을 행사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소셜미디어를 통해 펼쳐지는 ‘이슈의 패자부활전’을 보면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소외된 뉴스, 뉴스화 되지 못한 소스 수준의 이야기가 트위터를 통해 전파되는 것을 자주 목도한다. 이슈의 전달 방식이 ‘탑 다운’ 방식에서 ‘바텀 업’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주류미디어가 소셜미디어 이전, 블로그로 대표되는 대안미디어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분법적이었다. 주류와 대비되는 2부리그나 마이너리그 혹은 언더그라운드 미디어로 보았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는 다르다. 주류의 일원인 유력언론사 기자와 유력방송사 PD들, 유력 정치인들, 유력 연예인, 유력 전문가가 참전해 있다. 그래서 위 아래 개념이 아니라 선후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이곳은 이슈의 유행이 선행하는 ‘이슈의 청담동’이다.

 
이슈의 유행을 선도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는 미디어 이전의 미디어다. 미디어에서 뉴스가 나와서 여론이 형성되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가 포착하기 전에 알려지고 여론이 형성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디어가 보도하기 전에 미디어 행위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 자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디어가 포착하기도 전에 트위터 이용자들은 ‘전국민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일상의 기적을 맛보고 있다.


주류미디어에 이것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상투적인 답이겠지만 위기이면서 기회이다. 이런 빠른 소통에는 ‘혼란’이라는 기회비용이 있다. 여기서 주류미디어의 역할이 요구된다. 사람들은 이 혼란을 일거에 정리해 줄 수 있는 ‘끝판왕’ 보도를 보고 싶어한다. 그때 훈련된 기자들의 정제된 보도가 ‘구원의 여신’처럼 등장하면 된다. 기자가 기자다워질 수 있게 기운을 북돋아준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미디어 모형 중 성공한 모형이 두 가지 있다. 포털에 산소호흡기를 대고 있는 인터넷 언론과 지하철 무가지다. 그러나 이 모형이 촉발한 속보경쟁과 ‘낚시 기사’ 그리고 ‘요약 저널리즘’을 거치며 저널리즘은 오히려 후퇴했다(물론 오마이뉴스 프레시안과 같은 취재모형도 있고 노컷뉴스처럼 OSMU의 긍정적 모형도 있다) . 진정성 있는 기사는 오히려 이 경쟁에서 밀려났다. 그것을 발견해주는 눈과 전달해주는 손발이 바로 소셜미디어다. 그래서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