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아 웃겨' '황당' '유쾌상쾌통쾌' '한풀이'...

시사IN에서는 숨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모아 

'B급좌판' 지면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 소개했던 것 중 다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을 모았습니다. 

이런 숨은 콘텐츠 있으면 

scoop@sisain.co.kr로 보내주시거나 

트위터 @dogsul 계정으로 제보해 주세요. 

올해의 ‘상상력 발전소’

성북예술창작센터 

혹시 다음 이름의 시설이 집 주변에 들어섰는지 살펴보라. 서교예술실험센터, 금천예술공장, 신당창작아케이드, 연희문화창작촌, 문래예술공장, 성북예술창작센터,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홍은예술창작센터. 서울시의 창작 공간 프로젝트로 들어선 이들 시설은 실험적인 예술가들의 입주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예술 체험센터이기도 하다. 이 중에서도 보건소를 개조해 만든 성북예술창작센터(사진)는 아이들의 오감 체험을 돕는 상상력 발전소다. 아이들을 위한 명품 문화센터로 ‘강추’다. 

   

올해의 ‘아, 웃겨’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인터넷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어설픈 캐릭터와 엉성한 스토리 일색인 텔레비전 시트콤과 구별되는 밀도 있는 시트콤이다. ‘촉망받을 줄 알았던 영화감독’을 자처하는 윤성호씨가 충동적으로 만든 이 시트콤은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시트콤의 미래를 묻는 분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버전을 인디플러그에서 유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12월31일까지 다운로드하면 윤성호 감독의 이전 단편 <두근두근 영춘권> <두근두근 배창호> <우익 청년 윤성호>를 함께 받을 수 있다(indieplug.com). 

   

올해의 ‘농담과 진담 사이’

그룹 UV 

UV의 데뷔곡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방송 출연 한 번 없이 올 상반기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더욱이 비와 이효리와 UV 3자 구도였다. 하이사이드라는 밴드에서 활동하는 진짜(!) 뮤지션 뮤지와 개그맨 유세윤이 뭉쳐 만든 이 그룹은 엠넷 <UV 신드롬>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UV는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에서 진짜 공연을 벌였고, 진짜 홈쇼핑에서 앨범을 판매하기도 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아이돌에게 연애를 허하라”며 법안을 제출하기도 하고 서명운동도 벌였다. 진짜 가수인지, 가수 코스프레인지 아무리 뜯어봐도 도통 알 수가 없는데. 농담과 진담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이 그룹, 최근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UV 크리스마스’라는 캐럴을 무료로 배포했다. 

   

올해의 ‘유쾌상쾌통쾌’

<아큐, 어느 독재자의 고백>

명계남이 기획·연기하고 여균동이 출연·연출했으며 탁현민이 연출·기획한 ‘거의 모노드라마’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은 풍자가 낭자한 패러디극이지만 공정한 연극이다. 독재자 아큐를 비꼬지만 또한 아큐의 시선에서 독재자를 선택한 국민을 비웃는다. 정의와 공정이 의미를 잃은 MB 시대 해독제로 그만이다. 2011년 1월4일까지 서울 대학로 공연(소리아트홀 2관)을 마치고 지방 공연에 나선다(포항 1월8~9일 포항아트센터, 전주 1월15~16일 우진문화공간 소극장, 대전 1월22~23일 연정국악문화회관 소극장, 광주 1월29~30일 장소 미정). 

   

올해의 ‘다시 부르기’

말로 <케이 스탠더드(K-standard)> 

재즈 가수 말로의 <케이 스탠더드(K-standard)>는 리메이크의 전설이 될 만한 음반이다. 원곡을 넘어섰다고는 함부로 말할 수 없겠지만, 원곡을 가장 잘 재해석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동백 아가씨’ ‘신라의 달밤’ ‘빨간 구두 아가씨’ ‘서울 야곡’ 등을 재즈로 재해석했는데, 원곡이 갖는 세월의 무게를 살리면서도 재즈의 자유분방함을 더했다. 세월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는 원곡의 위대함. 여기에 깊이를 더해주는 재즈의 매력, 그리고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감성을 북돋우는 말로의 밀도 있는 가창력이 더해져 명반을 만들어냈다. 

   

올해의 ‘황당’

<살인자 O난감>

   

<살인자 ㅇ난감>은 스토리가 황당한 황당하지 않은 웹툰, 혹은 황당하지 않은 황당한 웹툰이다. 실력 없고 운 없고 소심하고 존재감 없는 한 청년이 우연히 살인을 저지르고 고민·방황하다가 어느덧 연쇄살인범이 되는 황당한 이야기를 황당하지 않게 그린다. 스토리는 극단적인데 왠지 설득력이 있다.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 너무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어 섬뜩하다. 일상이 지루한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comic.naver.com). 

올해의 ‘본받을 만한 삶’

<리영희 평전> 

   

올 한 해 우리가 잃어버린 그 많은 무언가 중 단연 중요했던 사람, 리영희 선생이 지난 12월5일 우리 곁을 떠났다. 살아서 스승이었고, 죽어서는 깃발이 된 선생의 ‘빈자리’가 주는 아쉬움을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걸로 대신하면 어떨까. 수많은 저작을 남겼지만, 무엇보다 이럴 때는 ‘평전’을 읽어야 한다. 선생의 임종 직전 완성되어 생일 선물로 헌정되기도 했던 <리영희 평전>. 후배 언론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선생의 자택을 매주 두 번씩 6개월간 방문해 150시간여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하고, 선생의 저서와 글 수백 편을 참고해 적어내린 글이다. 

올해의 ‘깜짝 신인’

The Finnn

더 핀(The Finnn)을 설명할 수 있는 딱 두 글자, 신인. ‘홍대 앞에서 활동’이라는 그 흔한 경력조차 없는 이 밴드, 홍보라고 해봐야 2010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에서 데모 CD를 나눠준 것이 전부였다. 그러더니 덜컥 지난 9월 데뷔 앨범 <비틀스 오버 제플린(Beatles Over Zeppelin)>을 내놓았다. 그 주에 네이버에서 ‘오감을 만족시키는 목소리, 더 핀-이 주의 발견’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브릿 팝의 말랑말랑한 감성에 다소 심드렁하고 나른한 목소리의 ‘여운’이 그처럼 만만찮다. 그리고 두둥! 드디어 정체 공개. 1월15일 클럽 DGBD 첫 번째 단독공연 <소 레귤러(So Regular)>를 연다.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은 물론 비틀스와 레드 제플린을 리메이크하기도 했다고(문의 www.rubysalon.com). 

   

올해의 ‘한풀이’

<반도체 소녀>

   

“엄마, 나 오래 살 거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던 박지연씨가 지난 3월 스물셋의 나이로 숨졌다. 박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온양공장에서 일하던 중 백혈병을 얻었다. 연극 <반도체 소녀>는 박씨의 죽음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삼성 백혈병 피해자는 박씨만이 아니다. 알려진 사람만 100명이 넘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 없이 또 한 해가 저문다. 이 연극은 삼성 백혈병 피해자뿐 아니라 올해 노동 이슈를 총망라했다. 1000일이 넘도록 싸우고 있는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기아자동차 하청업체 비정규직 등이 연극에 등장한다(1월30일까지, 서울 대학로 혜화동 1번지). 

올해의 ‘골라 골라’

나다의 마지막 프러포즈

미처 챙겨보지 못한 영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날이면 날마다’ 있는 일은 아니다. 아직 당신을 만나지 못해 아쉬워하는 영화 19편이 ‘프러포즈’를 건넨다. <경계도시2> <시>(사진) <클래스> <옥희의 영화> 등 모두 2010년을 대표하는 수작이다.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가 매년 연말 진행해온 이 행사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특별히 명사들이 선정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도 상영한다. 사진가 구본창은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건축가 승효상은 <어둠 속의 댄서>, 배우 조재현은 <우리 학교>를 추천했다(1월1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