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위기의 기자들, PD들

"이왕이면 회사에서 잡혀가야죠" 강제구인 앞둔 PD수첩 PD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8. 26.


 

일요일 밤 늦게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휴가 가서는 정말 좋았습니다. 
많이 쉬고 많이 먹고, 완전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출근해 보니 세상은 그대로였습니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조금 더 나빠져 있었습니다.
메일을 읽기가 두려웠습니다.



KBS에서는 낙하산 사장 선임을 위한
허수아비 이사회가 예정되어 있었고
YTN에서는 낙하산 사장 출근을 막은 노조원의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뻔했죠.



아는 KBS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목소리에 힘이 없더군요.
벌써 상황이 벌어졌는지,
수화기 너머로 고함소리가 들렸습니다.
몇 마디 주고받지도 못하고 전화가 끊겼습니다.
뚜 뚜뚜 뚜 뚜...



점심시간에 국회 앞에서 YTN 기자들과 마주쳤습니다.
박소정 기자가 반갑게 맞아주더군요. 
점심 먹고 빨리 리포팅 마무리하고 난 뒤에
회사에 들어가서 인사위원회 개최를 막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취재하랴...투쟁하랴...



YTN 경영진은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에 나섰던 기자들을
‘근무지 이탈’로 징계한다고 했습니다.
기자의 근무지가 어딜까요?
‘기자 정신을 지킬 수 있는 곳이 기자의 근무지다’라고 말했던
YTN 현덕수 기자의 말이 뇌리에 맴도는군요.



어제 KBS와 YTN에 가봤어야 하는데
휴가 때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챙기느라 못갔습니다.
상황파악도 좀 해야했고....
영 마음에 걸리는군요.



“정권이 바뀐 것 뿐인데 이상하게 나라를 빼앗긴 기분이 든다”
아는 기자가 한 말입니다.
아마 YTN과 KBS에는 정상적인 취재활동을 하는 기자보다
낙하산 사장을 막는 등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를
저지하는 활동을 하는 기자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밤에 <PD수첩> PD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있더군요.
지난주에 <PD수첩> 팀의 인사발령이 있었습니다.
환영회와 송별회를 겸한 술자리라고 하더군요.
 

술자리 뒤에는 기약 없는 합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검찰의 소환에 불응한 국장과 CP, 그리고 PD 두 명은
화요일 저녁부터 MBC 사옥 안에서 노조와 함께 합숙에 들어갑니다. 
검찰의 강제 구인에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MBC가 명동성동도(혹은 조계사도) 아니고
안에 있다고 한들 안잡혀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함께 있는 것이 낫겠죠.



김보슬 PD가 그러더군요.
“잡혀가기에는 아무래도 집보다는 회사가 낫죠.
이왕이면 회사에서 잡혀가야죠.
그나저나 저희는 젊어서 괜찮은데 국장이랑 CP는 걱정되네요.”
잡혀가기에는 집보다 회사가 낫다....
그렇긴 하겠군요.


또 엄혹한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독설닷컴>은 이들과 함께 끝까지 가도록 하겠습니다.
독자여러분들도 계속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