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악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행보가 가파르다.
‘24시간 뉴스채널’ YTN이 ‘24시간 편파방송’이 되지 않을까,
‘국민의 방송’ KBS가 ‘권력의 방송’이 되지 않을까,
‘우리 시대의 정직한 보고자’ <PD수첩>이
‘우리 시대의 비겁한 방관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그러나 정부가 내려보낸 낙하산 부대에,
무분별한 소송 폭탄에
기자들이 뿔났다.
PD들도 뿔났다.
그런데 분위기 파악 못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혀 표정관리를 안하고 환영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 분들, 심히 걱정된다.
다음 선거는 미국 기자들하고 치르시려나?
낙하산 사장 임명과 전 정권 인물의 해임, 그리고 고소 고발에 의한 정부의 ‘방송 장악’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24시간 뉴스채널’이 ‘24시간 편파방송’이 되지나 않을까, ‘국민의 방송’이 ‘권력의 방송’이 되지나 않을까, ‘우리 시대의 정직한 보고자’가 ‘우리 시대의 비겁한 방관자’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행보는 <시사IN> 창간의 모태가 되었던 ‘시사저널 파업’를 연상시킨다. 정부가 “공영방송은 관영방송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정권의 철학을 구현해야 한다”라고 우기듯이 당시 시사저널 경영진은 “편집권은 편집인의 것이다. 편집권은 경영권이므로 편집권 독립을 위한 파업은 경영권 간섭이라 불법 파업이다”라고 주장했었다.
이런 시사저널 경영진의 억지 주장은 기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특별히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두드러지게 운동권 활동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시사저널 기자들은 자존심의 상처를 입자 발끈했다. 오직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기자들은 대책 없이 파업을 했고, 대책 없이 사표를 냈고, 대책 없이 창간을 했다.
똑같은 현상이 YTN과 KBS와 MBC에서 벌어지고 있다. 낙하산 사장이 ‘잠입 출근’을 하자 YTN은 노조위원장을 새로 선출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노종면 기자는 메인뉴스 앵커 자리도 박차고 노조일을 도맡았다. 노조의 대오가 정비되자 사측은 노조와의 대화 테이블을 복원하기 위해 경영기획실장과 보도국장을 보직해임시켜야 했다.
KBS에서는 성명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참 기자와 PD가 KBS 사내게시판을 통해 격문을 올린데 이어 입사 4년차인 31기 기자 52명과 올해 갓 입사한 34기 27명이 정부의 방송 장악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냈다. 심지어 베이징 올림픽 현장 중계팀도 ‘KBS 올림픽 방송단원 중 정권의 KBS 유린을 용납할 수 없다는데 뜻을 같이하는 KBS인 일동’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MBC도 마찬가지다. 경영진이 <PD수첩> 광우병편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청자 사과명령’을 이행하기로 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PD수첩> 제작팀을 비롯해 PD들이 사과방송 테이프 반입을 막기 위해 주조종실을 지키는 동안 무려 50여명의 기자들이 뉴스센터를 지켜주었다.
자존심의 상처를 입은 기자들이 독을 품는 것도 모르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혀 표정관리를 하지 않고 즐거워하고 있다. 이들은 KBS 정연주 사장 해임과 체포, 그리고 MBC의 사과방송을 즐기며 이에 대한 환영 논평을 쏟아냈다.
<이경재 의원> 8월13일 한나라당 최고중진 연석회의 발언
“어제 정연주 KBS사장이 해임되고 오늘 아침에 MBC가 PD수첩과 관련해서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은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리는 좋은 첫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나경원 의원> 8월13일 성명
“MBC의 광우병 보도 사과를 시청자와 함께 환영한다. 우려하던 시청자들이 조금이라도 안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조윤선 대변인> 8월13일 논평
“<PD수첩>은 거짓과 왜곡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의혹, 법질서를 거부하며 완강히 맞서는 부적절한 모습 등을 버리고 언론 본연의 건전한 비판 기능과 공정성, 객관성을 하루빨리 회복하길 바란다.”
<차명진 대변인> 8월13일 논평
“PD수첩은 석고대죄 하시오.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란 판에 어깨 한 번 으쓱하고 돌아섰다. PD수첩은 정녕 자신들이 두 달 동안 저지른 일을 모르는가! 대한민국을 국제적 망신거리로 만들고, 온 국민을 패를 갈라 서로 헐뜯게 만들었다.”
<차명진 대변인> 8월8일 논평
“KBS 이사회가 참 잘했다. 사필귀정이다. 정연주라는 좋지 않은 혹을 떼어낸 KBS의 창창한 앞날이 기대된다. BBC와 같은 진짜 국민의 방송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온 국민이 성원할 것을 약속한다. 좌파들이 정연주 사장을 극렬 비호하는 모습을 보니 KBS 이사회가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더 든다. 국민의 방송을 좌파코드 방송으로 악용하는 자들이 KBS 카메라를 조종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윤상현 대변인> 8월11일 논평
“정연주씨에게 볼모로 잡혀있던 KBS가 풀려났다. 애초에 어울리지도 않는 자리에 털컥 앉아 권력을 업고 호가호위했던 정연주씨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해임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도 참 구차하다.”
이들에게 한 보수신문 사주가 했다는 “정권은 5년이지만 우리는 영원하다”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이명박 정부는 5년이지만 언론은 영원하다’는 것을 잊으신 것 같다. 기자들이 스스로 무엇이 되기는 힘들어도 남이 무엇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주 잘한다. 정부의 방송 장악을 즐긴 의원들이 다음 총선에서 무사할까. 방송 장악 저지에 앞장 선 기자들은 주로 정치부 기자들이었다.
KBS 박성래 기자는 2002년과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을 취재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기간에는 '이명박 1진'으로 이명박 캠프를 취재하기도 했다. 박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전문 링크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61056).
최근 대통령께서 중용하시는 분들이 "KBS 사장에 대한 임명권뿐 아니라 해임권도 대통령이 가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저하고 술을 마시던 분들입니다. 참 이상한 분들입니다. 그렇게 중요한 정보가 있으면 진작에 말씀해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더 따뜻하고 애정있게 보도해드릴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 분들의 말뜻은 이렇습니다. "대통령이 KBS 사장을 임명할 수 있고 해임도 할 수 있다. 그냥 사문화된 규정이 아니라 언제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해도 정당하다."
참으로 엄청난 얘깁니다. 대통령이 KBS 사장에 대해 그렇게 온전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KBS 사장은 저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게 되니 대통령의 저의 상관이 되십니다.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제 제가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게 됐으니 인수위 시절 어떤 공무원의 얘기처럼 저한테는 영혼이 필요가 없을까요? 청와대 모 수석의 말대로 그저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구현하기만 하면 될까요?
대통령께서는 영혼이 없는 감사원과 국세청과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 KBS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계십니다. "너희들도 영혼이 필요 없으니 영혼을 이리 내놓아라. 그리고 가서 세 치 혀를 놀려 국민들의 영혼들도 잡아 바치라. 그리하면 일사불란한 영도력 아래서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게 될 것이다." KBS더러 국정철학을 구현하라는 얘기는 이런 뜻이겠지요.
박 기자의 글은 “제가 가진 상식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자랑스러운 저의 조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저의 상관이 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KBS의 기자는 대통령의 수하일 수 없습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KBS ‘시사기획 쌈’의 유성식 기자는 한겨레신문에 <보수는 왜 방송을 탐하는가?>라는 글을 기고했다. 유 기자는 이 기고문에서 “거듭나야 할 대상은 한국방송보다 방송사에 경찰을 투입한 정권이다. 현 정권이 ‘국민화합 도모하지 못한 죄’를 방송에 물을 자격이 있는가. 조중동 훈수대로 방송장악 밀어붙이는 보수정권은 방송을 장악해 조중동에 방송까지 주려고 한다. 방송이 조중동화 되면 지지율 2배 올라간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유 기자는 “나는 자신을 중도 보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에는 중도 보수가 몸을 담을 곳이 없다. 그것이 40살 전후의 전문직들이 다른 나라와 달리 진보 성향을 보이는 이유다. 우리 사회 보수에게 감히 충언하고자 한다. 남을 공격하는 데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콘텐츠’를 개발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제발 21세기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좀 해 달라는 것이다”라며 글을 마무리지었다(전문 링크 /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3044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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