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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판 위원회

올 봄에 꼭 가봐야 할 축제, '페스티벌 봄'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1. 3. 17.


3월22일부터 4월17일까지 '국제다원예술축제 - 페스티벌 봄'이
서울에서 열립니다. 

한국의 축제 중 가장 전위적이고 전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축제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꼭 한 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한국 김황
모두를 위한 피자

2008년 12월, ‘평양에 북한 최초의 피자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공산당 간부만 들어갈 수 있다’는 뉴스를 본 김황 작가는 ‘모두를 위한 피자’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말 그대로 ‘모두를 위한 피자’ 제조법을 북한에 유포시키기로 한 것이다.
프로젝트는 이렇게 제작되었다. 김황 작가는 ‘피자 만들어 먹기’ 같은 동영상 CD를 제작해서 이를 중국과 북한의 암시장을 통해 북한에 들여보냈다. 배포 경로는 한국 드라마 CD의 배포 루트와 같았다. 
놀랍게도 북한에서 사진이나 메모 형식으로 피드백이 왔다. 김황 작가는 다시 이를 모아 영화로 제작해 북한에 또 유포시켰다(4월10~11일,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 

   



한국 김지선
발랄과 신출귀몰의 종결자

김지선 작가는 국제 다원예술 축제 ‘페스티벌 봄’ 주최 측이 꼽는 ‘발랄함 종결자’다. 작가는 10대 청소년들이 어이없을 때 쓰는 감탄사인 ‘헐’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각종 정치 행사를 배회한다. 그리고 미디어에 노출된 사진과 영상에서 자신을 찾아낸다. 
 
그의 프로젝트는 신출귀몰하다. 지하철에서 ‘비밀요원 모집’이라고 구인광고를 돌리고 문화부 장관실 번호를 적어놓기도 했다. ‘범아시아국제회의’라는 유령 기자협회를 만들어놓고 인도에서 취재 활동을 벌이기도 하고, 유럽에서는 허위 경찰 공문을 만들어 기차를 공짜로 타고 여행하며 갖은 특혜를 경험한다(4월6~7일,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 

   



일본 도시키 오카다
<핫페퍼, 에어컨, 그리고 고별사>

도시키 오카다는 거품경제가 붕괴된 뒤의 일본 사회 풍경을 적나라하게 담아내는 연출자다. 자기 자신에 천착하면서 굉장히 이상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굉장히 이상한 작품으로 풀어낸다. 특히 거대 권력에 대한 무관심을 자기 방어의 기제로 활용하는 일본 젊은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이퍼 리얼리즘’적인 방법으로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핫페퍼, 에어컨, 그리고 고별사>(사진)의 이야기는 이렇다.
1. 
동료 비정규직 사원의 송별회를 준비하는 다른 비정규직 사원들은 되묻는다. 이게 정규직 업무인지 비정규직 업무인지, 회비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할지.
2. 
한 정규직 사원은 에어콘 바로 아래 자리라서 추워서 고생한다. 누군가 늘 실내온도를 23도로 고정하거나 강풍을 틀어댄다. 그녀에게는 그것만이 고민이다. 
3. 떠나는 비정규직 사원은 인사를 전한다. 늘 도시락을 싸와서 밥을 먹었는데 남은 세제를 양보해 준 정규직 사원과 새로운 세제를 가져다 준 정규직 사원에게 고맙다고.
(3월24~26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독일 르네 폴레슈/파비안 힌리히스
국제 금융위기가 몸짓을 만나면

독일 최고의 연극인 르네 폴레슈가 연출하고 독일 최고의 배우 파비안 힌리히스가 출연한 1인극 <현혹의 사회적 맥락이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가 ‘페스티벌 봄’의 서막을 연다.
 
요즘 유럽 공연계의 최대 화두인 ‘포스트 드라마틱 시어터(드라마로부터 탈출한 연극)’의 마스터로 불리는 르네 폴레슈의 ‘담론 연극’을 볼 수 있는 기회다. 게다가 독일 연극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는 파비안 힌리히스가 공연한다. ‘국제 금융위기’라는 세계적 담론이 어떻게 연극의 언어로 표현되고 어떻게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지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국제 금융위기가 야기한 혼란을 인식하지 못하는 몸 때문에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주인공의 몸짓이 코믹하게 표현되었다(3월22~23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독일 디르크 플라이쉬만
독일판 <허생전>

독일 작가 디르크 플라이쉬만은 ‘독일판 허생’으로 불릴 만한 작가다. 그는 경제행위에서 비롯된 퍼포먼스를 벌이며 ‘사업미술’이라는 신영역을 개척했다. 이를테면 다른 작가들이 작업할 때 그들이 먹을 초콜릿을 떼다 팔면서 퍼포먼스를 하는 식이다. 그는 ‘행복한 치킨’ 프로젝트를 통해 비싼 값에 닭을 팔아 돈을 모으기도 했다.
 
여기서부터는 판이 커진다. 말레이시아에 땅을 산 작가는 나무를 심고 그에 해당하는 탄소배출권을 행사한다. 그 땅에서 생성되는 산소만큼 이익을 얻어야 한다며 이를 2유로에 판다. 작가의 행위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그냥 돈을 내는 것이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개성공단에서 티셔츠를 주문해 그 셔츠로 패션쇼를 진행했다(4월2~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프랑스 자비에 르루아
컨템포러리 댄스 ‘부토’

프랑스의 자비에 르루아가 선보이는 작업은 ‘짝퉁 부토’다. 부토는 전후 일본의 컨템포러리 무용의 한 종류로 죽음의 미학, 특히 ‘썩음의 미학’을 보여주는 장르다. 문드러지고 이지러지는 시체의 강렬한 이미지는 유럽 현대 예술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작가는 인터넷과 책 등을 통해 배운 엉터리 부토를 연기한다. 작가가 아마추어 방법을 통해 부토를 익혀가는 과정을 보면서 관객은 제한된 상황에서 어떻게 하나의 예술 형식이 체화될 수 있는지 간접 경험한다(4월1~2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