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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판 위원회

감성 종결자가 되기 위한 B급 문화 콘텐츠 10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1. 3. 27.




토크쇼
까칠한, 변종 시사 프로그램

‘케이블계의 지존’ CJ E&M이 새로 개국하는 조·중·동 종합편성 채널에 맞서 선제적 조처를 취하고 있다. 기존 연예·오락 프로그램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는데, 맏형 채널 격인 tvN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시사 랭크쇼, 열광>이 화제다. 거침이 없다. MBC·KBS·SBS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거나 간판 프로듀서들이 교체되는 가운데, <시사 랭크쇼, 열광>은 ‘반값 등록금’ 문제처럼 정권이 꺼려하는 시사 이슈들을 까칠하게 다룬다. 사회자 김정운 교수(사진)와 가수 호란씨를 비롯해, 공연기획자 탁현민씨와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씨 등도 이슈에 대해 거침없는 의견을 쏟아낸다. 재밌는 변종이 나왔다(케이블 tvN, 일요일 밤 11시). 





음반 
도시의 우울을 ‘소쿨’하게 

‘정부는 나와는 상관없는 삽질에 집중하고/내 하루는 아무 희망 없이 저물어간다 저물어간다/야근에 특근에 일해봤자/부자 되는 건 우리 사장님.’(<다운(DOWN)> 중) 가사는 직설적인 반면 발음은 자주 뭉개진다. 어쿠스틱 기타 소리는 따뜻하지만, 공간을 울리는 드럼 소리는 다소 반항적이다. 1집 <프라이빗 에코(Private Echo)> 이후 박준혁이 3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나왔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현실에 대한 연민과 분노로 ‘도시의 우울’을 노래한다. 록과 감성적 멜로디가 직조되면서 노래는 여운을 남긴다. 고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캐리커처가 잠깐 등장하는 타이틀 곡 <컨트롤(Control)>의 뮤직비디오 또한 실험적이고 흥미롭다.

   



연극
<경로당 폰팅 사건> 

연극 <경로당 폰팅 사건>(사진)은 ‘상경 연극’이다. 대전의 토종 극단 ‘드림’이 서울 대학로에 진출해 공연 중인 작품이다. 2006년 대전에서 초연된 <경로당 폰팅 사건>은 200여 회 공연되어 약 2만 관객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일본 교토의 겐토 시어터에서 초청 공연을 했다. 내용은 이렇다. 늘 시끌벅적한 경로당에 어느 날 수백만원에 달하는 전화요금 청구서가 날아든다. 폰팅 때문이었다.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현대인의 소외와 노인들의 외로움을 보여주는 여러 에피소드가 벌어지는데, 이것을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그려냈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애절한 노인 애정물이라면, <경로당 폰팅 사건>은 경쾌한 노인 추리물이다(3월12일~5월29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소극장 모시는사람들). 

   



인디 다큐 페스티벌
재개발을 샅샅이 훑다

카메라는 묻는다. 우리가 사는 현실이 정말 재개발되어야 하는 건지, 또한 정말 재개발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최대 축제인 인디 다큐 페스티벌이 올해로 11회를 맞았다.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첫걸음이 될 이번 페스티벌의 슬로건은 <다큐, 재개발>. 장소도 ‘작은 용산’이라고 불리는 서울 서교동 두리반 옆에서 열린다. 카메라가 현실의 재개발을 샅샅이 살피는 동안 관객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개발 논리의 속도전 앞에서 초라하기만 한 삶의 욕망을 ‘재개발’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개막작은 박제욱 감독의 <러브 인 코리아>. 3월24~3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문의 sidof.org). 

   



격월간지
‘기’ 있는 잡지 <오브케이>

정보화가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덕분에 국경은 사라지고 있다. 단적으로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 운동을 우리는 기존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도, 트위터를 통해 현장 소식을 바로바로 접할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시대, 그러나 <오브케이(ofK)>의 발행인 박용준씨는 이럴 때일수록 ‘정체성’을 좀 더 분명히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들은 한국 문화와 한국인의 정서가 어디에서 기원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조명한다. 창간호 주제는 기(氣). 한국의 풍경과 산수를 비롯해 ‘기’를 표현할 수 있는 패션 화보와 부적 사진까지 다채로운 이미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외국 독자와 해외 동포를 위해 영문판도 따로 제작한다. <ofK>는 ‘of Korea’의 약자로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라는 의지를 담아 만든 제호이다.
  


 
영화
‘독한 놈’들이 온다

‘독한 놈’들이 온다. 쌍둥이지만 전혀 닮지 않은 영화감독 김곡·김선의 <방독피>(사진)가 인디포럼 3월 월례비행 상영작으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방독면 살인자’가 주인공이다. 방독면 살인자로부터 숨고 싶은 정치인, 방독면 살인자에게 죽임을 당하고 싶은 소녀, 방독면 살인자를 잡고 싶은 슈퍼 히어로, 방독면 살인자에게 살해당한 한국인 여자친구에게 용서를 빌고 싶은 미군…. 방독면 살인자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감독들은 ‘아무도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 하나의 진실’을 보여주려 한다. 2010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작이자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상영이 끝난 뒤 감독과 남다은 영화평론가의 시네토크는 보너스. 3월31일 오후 7시30분,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문의 indieforum.org). 

   



콘서트
소리 따라 춤추는 영상

부평 뒷골목에서 시작해 홍대 인디 레이블의 전설이 된 ‘루비살롱레코드’가 금의환향 콘서트를 연다. 국카스텐, W&Whale, 짙은, 안녕바다의 합동 콘서트 <사운드 오브 타이포(Sound of Typo)>는 김윤태 교수(홍익대 시각디자인과)의 아트디렉터팀이 뮤지션들의 소리에 따라 변화하는 영상을 선보이는 미디어아트 콘서트다. 2010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노래상과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한 ‘국카스텐’, 모던 록의 새로운 흐름이라는 평을 받는 ‘짙은’, 드라마 SBS <나는 전설이다>와 MBC <장난스런 키스>에 밴드 역으로 출연했던 ‘안녕바다’, 2009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과 노래상을 수상한 ‘W&Whale’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4월23일, 인천 부평구 십정동 부평아트센터). 




 연극
박근형식 <햄릿>

대학로의 ‘전설’이 세종문화회관에 간다. 숙부와 어머니의 결혼,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의혹으로 미친 척 세상을 비틀어보며 번민하는 햄릿,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에 맞서 싸울 것인가, 거짓 속에서 굴복하며 살 것인가’ 고민했던 햄릿의 고뇌 속으로 국민 연출가가 들어갔다. 창립    15주년을 맞는 서울시극단이 함께했다. 1999년 <청춘예찬>으로 연극계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이후 <경숙이, 경숙 아버지> <너무 놀라지 마라> 등 직접 희곡을 쓴 창작극을 선보였던 박근형 연출가의 고전 해석 능력을 가늠할 기회가 될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극단의 <햄릿>(사진) 외에 산하 예술단인 서울시무용단의 <백조의 호수>,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서울시뮤지컬단의 <투란도> 4개 공연을 묶어 50% 할인하는 패키지 상품 ‘봄의 축제’를 내놓았다(4월8~24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 공연
젊어진 국악, <뛰다 튀다 타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20~30대 관객에게 구애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었다. 국악 공연과 현대적 무대미술을 결합한  ‘퍼포먼싱 콘서트’로 젊은 국악 팬과 만난다. 신춘 콘서트 <뛰다 튀다 타다>(사진)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젊은 피’들이 주축이 되어 기획한 공연으로 국악의 강점인 어울림과 신명을 살리고 여기에 다양한 무대 기술과 화려한 조명을 곁들인다.
<반칙왕> <달콤한 인생> 등 영화음악계의 탁월한 실력자이자 천재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작곡가 장영규씨가 곡을 쓰고 황병기 명인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작년과 재작년 이 공연에 연인으로 출연했던 국립창극단 박애리 단원과 팝핀현준 씨가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 결혼에까지 이르게 한 공연이라 젊은 연인들에게 특히 인상적일 듯하다(4월1~2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영화
국가인권위표 <시선 너머>

우리는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온 새터민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주노동자 앞에 붙이는 약한, 착한, 불쌍한 따위 수식어는 그들이 우리와 다르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CCTV는 내 사생활을 얼마나 치밀하게 지켜보고 있는 걸까? 국가인권위원회가 유명무실해졌지만, 그래도 인권영화는 계속된다. 지난해 인권위가 기획·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시선 너머>는 강이관·부지영·윤성현·김대승·신동일 감독이 참여해 만들었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아름다운재단·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이 함께 여는 정기상영회 ‘영화·희망·나눔 영화인 캠페인’의 3월 상영작으로 <시선 너머>가 선정됐다. 이 캠페인은 기금을 조성해 ‘청소년들의 자발적 문화 활동’을 증진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3월28일 오후 7시30분,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문의 02-741-9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