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제적생 김주식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4월2일, 새내기 500인의 열정콘서트를 앞두고
우리 시대 대학과 대학문화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제언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중앙대학교입니까?두산대학교입니까?
-2011 새내기 콘서트를 응원하며
중앙대학교 제적생 김주식(철학과03)
지난 1월 퇴학처분 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하여, 2년 만에 다시 교정에서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푸른 봄 꽃과 생기발랄한 새내기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3월의 교정은 언제나 그렇듯 참 아름답습니다. 두산의 기업식 대학운영에 반기를 들고 싸워온 지난 2년이 무색할 정도로 말입니다.
오랜만에 학교에 와보니 도서관 리모델링이 끝나있고, 메디컬센터 신축공사도 많이 진척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중앙대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수능 커트라인 점수도 많이 높아졌지요. 저도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새 건물, 대학종합평가 순위가 싫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교정에서 다시 맞는 봄이, 생기발랄한 새내기들의 얼굴이 온전히 기쁨만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결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잃어가는 것’들에 대한 절박함 때문입니다.
중앙대에 입학해서 처음 갔던 새터가 기억납니다.‘의혈’깃발을 둘러싸고 1,000여 명의 학생들이 함께 어깨 걸고 뛰었던 대동놀이. 아무것도 모르던 새내기였지만 ‘의혈’이란 자부심, 함께 땀흘리며 느꼈던 공동체, 무어라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뜨거운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두산이 들어온 후, 그런 새터는 없어졌습니다. 중앙대 전체가 함께 가던 새터는 단과대별로 나눠졌고, 그것도 3월에나 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지원을 받을 수 없고, 심지어는 징계를 받기도 합니다. 새내기들에게 ‘새터에 참여하지 말라’는 방해 전화를 하기도 하죠. 제가 느꼈던 그 감동을 새내기들과 함께 나눌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두산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은 교지에 지원금을 끊고, 결국 폐간시켜 버린다거나, 학교에 비판적인 진중권 교수를 별다른 이유 없이 해고한 사례는 창의성과 비판의식을 말살하고 <무조건 복종>하는 군대식 문화, 재벌총수 중심의 기업식 학교운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장에 돈이 안되는 인문학과들은 통폐합되고, 교양과목의 수는 대폭 줄었습니다. 더군다나 ‘회계와 사회’ 과목을 전교생 필수 이수과목으로 지정해 국문과생이건 영문과생이건 그 수업을 이수해야만 졸업 할 수 있습니다.
통폐합 된 학과는 하루아침에 과방이 없어지고, 내년부터는 후배를 받을 수도 없습니다. 학교에서 밀어주는 단과대와 사라져야 하는 단과대간의 안도와 미안함이 교차하는 미묘한 감정이 너무나 서글픕니다. 돈이되는 학문, 기업이 원하는 인재라는 두산의 학교경영방침은 창의성과 비판의식을 거세하는 것을 넘어 중앙대 구성원간의 관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기업이 아닙니다. 여기는 두산대학교가 아니라 중앙대학교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십년간 중앙대 구성원들이 땀흘려 만들어 온 ‘의혈’만의 전통과 문화, ‘대학다움’‘인간다움’같은 것들을 지키고 싶습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인 대학, 이윤창출 중심의 학문풍토가 아니라 가치와 철학이 존중되는 학풍,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들만의 대학문화와 전통이 존중되는 대학을 꿈꿉니다. 4월 2일 새내기 콘서트가 .눈에 보이지 않고, 당장 돈이 되지 않지만 그런 가치와 문화를 새롭게 만드는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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