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트친분이 나는 가수다, 보고 그러시더군요. 정엽이 떨어졌을 때, 박명수가 "내가 좋아하는 김신영 떨어졌단 말이야... 왜 진행하고 난리야!" 했으면 대박이었을 것이라고... 긴장을 이완시켜주는 유머는 생활의 활력소죠. 저는 그렇게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왜? 오락프로그램이니까?
세상의 이치는 냉혹합니다. 저는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나간 신승훈보다 직접 오디션 받으러 간 김건모의 결정이 훨씬 용기 있고 가치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신승훈은 뒷방노인이 아니라 속 넓은 선배가수가 되었고 김건모는 국민가수에서 찌질이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나는 가수다>의 프로그램 구조상 김건모의 재도전은 찌질해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돌을 제치고 주말 황금시간대에 진정성 있는 음악프로그램을 유지하려면 누군가는 제단에 올라가 줘야했습니다. 그리고 그 제물이 김건모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요.
가수들도 김건모 재도전에 대한 국민반감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건모는 출연자 중 가장 강자의 위치였습니다. 소속사 대표인 김창환은 KMP홀딩스라는 가장 강력한 기획사 조직체 대표였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혹은 기자들은) 재도전을 '특혜'로 받아들였습니다. 아마 탈락자가 정엽이었다면 달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참에 제작진과 출연 가수들도 태도를 좀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가수들은 아티스트로서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들의 예술적 성취를 위해 그들에 대해서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 합니다. PD들이 비인기연예인이라고 해서 함부로 하면 안 되듯이 인기연예인들도 PD한테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이소라처럼.
김건모의 재도전으로 <나는 가수다>는 사단이 났습니다. 이에 대해 오락프로그램 하나 가지고 나리 나리 개나리다, 라고 하는 것도 일리는 있습니다. 세상에 다른 문제가 많고 많은데, 말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지금 여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문제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로 관심을 옮기기 위해서라도 알아야 합니다.
왜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의 반칙에는 침묵하면서 연예인만 비난하느냐, 왜 삼성 현대 불공정한 것에 가만히 있고 오락프로 불공정하다고 난리냐, 비난하는 것도 일리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 오락프로에서라도 공정이 구현되는 모습을 사람들이 보고 싶어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도 있습니다.
저는 나는 가수다에 대해 극과극의 판단을 했습니다. 프로그램의 방향과 포맷은 옹호했습니다. 가수 지망생이 아니라 프로가수가 직접 평가받는 것에 대해서, 그래서 강한 음악프로그램 만드는 것에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린 진행과 특혜는 비판 했습니다. 방법론에서 달랐던 것이지요.
가수들 중에서도 왜 순위를 정하는 그런 프로그램에 나가냐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는데, 최소한 가수들은 <나는 가수다> 출연 가수들을 비난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그들이 몸을 던지고 쪽을 팔아서 주말 황금시간대 예능프로그램 고지를 아이돌에게서 되찾아왔습니다. 후방에 있으면서 최전방에 있는 사람들한테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같은 시간대 프로그램인 <1박2일>과 비교해 볼까요? <1박2일>도 물론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나 김C 이승기 은지원 김종민에게 있어서 웃기려고 추위와 싸우는 것보다는 음악프로그램에서 좋은 음악을 위해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을까요?(가수에게 <1박2일>과 <나는 가수다>가 갖는 의미 차이를 말한 것이고 두 프로그램에 대한 비교는 아닙니다)
신해철은 왜 가수들을 검투사처럼 원형경기장에서 싸우게 하느냐고 비난했습니다다. 하지만 저는 신해철과 다르게 생각합니다. 가수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예비가수들을 싸움붙여 놓고 황제처럼 살리느냐 죽이느냐 심판했습니다. 왜 그들은 되고 당신들은 안 되는 것인가요? 학생들 성적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수들 강의 평가하는 것은 그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대중스타의 존재기반은 대중입니다. 그 대중에게 평가받는 것에 왜 자존심을 상해하는 것입니까? 노래 10년 20년 불렀다고 해서 음악의 신이 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가창력이 인기의 신기루인지 스스로 점검해야 합니다. 왜 인간이 신을 평가하는가, 라고 나무라기 전에. 대중가수에게는 일부 평론가의 평가보다 대중의 평가가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중의 박수로 큰 대중가수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의 프로그램 포맷이 최선은 아닙니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음악프로그램을 어떻게 구현하죠? 하지만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수요예술무대든 라라라든, 뮤지션을 최우선에 둔 그런 프로그램은 심야시간대에도 버텨내지 못한다는 것을. 그지같은 시청률 때문에. 그런데 심야시간대에도 안 되는 이런 포맷을 주말 황금시간대에 구현할 수 있을까요?
<나는 가수다>의 잠정 중단에 많은 시청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어떤 트친 분은 “저는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예를 들면 현빈?) 갑자기 뜨자마자 군대 가는 형국? 이라고 봅니다.. 그치만 그런 아쉬움도 시간이 지나면 제대 후 복귀한다는 희망으로 추후 방송을 기다릴랍니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더군요.
저는 다른 시청자들도 이 프로그램의 포맷이 아니라 이를 구현하는데(김건모 재도전) 있어서 공정성을 상실한 것을 문제삼았다고 봅니다. 그래서 포맷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포맷의 부족한 점은 ‘패자부활전’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봅니다. 충분히 그런 기회를 줄만한 가수들이므로 동의할 것입니다. 밖에서 피나는 자기수련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기회를 주지 말자고 해도 기회를 주자고 할 것입니다.
<나는 가수다>의 조속한 재개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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