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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독설/독설닷컴 칼럼

괴담은 꽃일 뿐 뿌리가 될 수 없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1. 12. 8.



“괴담은 꽃일 뿐, 결코 뿌리가 될 수 없다” 요즘 괴담타령을 하고 있는 보수 정치인 혹은 보수 언론인에게 해주고 싶은 <뿌리 깊은 나무>식의 답이다. 보수언론과 보수정치인들은, 세상은 멀쩡한데 사람들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럼 무엇이 멀쩡한 것이고 무엇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인가, 우리의 현실과 현실인식을 냉정히 따져보자. 
 

세 가지만 짚어보자. 하나. 괴담은 언제 횡행하는가? 왕이 대비를 죽였다는 것(연산군), 청산리와 봉오동에서 독립군이 일본군을 몰살시켰다는 것, 광주에서 군인들이 시민을 죽였다는 것, 그 시대에는 모두가 괴담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이었나? 거짓이었나? 언로가 막힐 때 진실은 괴담의 외피를 입고 전달된다.
 

하나 더 짚어보자. 현실이 괴담을 능가하는 시대다. 대통령이 아들 명의로 사저를 구입해서 실명제법을 위반하고, 사저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아들은 시가보다 더 싸게 경호실은 시가보다 더 비싸게 구입해서 배임을 했다는 것, 이것이 괴담이었나? 국회의원 비서가 업체를 고용해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감행해 다운시켰다는 것이 괴담이었나? 방송사 기자가 야당 대표실을 도청해 그 자료를 여당 의원에 넘겼다. 이것이 괴담이었나?
 

마지막이다. ‘천안함이 인간 어뢰에 의해 폭침되었을 수 있다’라는 보도를 능가하는 괴담이 있었나? 이 언론사는 한나라당 의원 비서가 선관위 홈페이지를 다운시킨 것이 명백한 대도 ‘북한 소행일 수 있다’라고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부끄러웠는지 바로 내렸다). 이 언론사가 만든 종편에서는 박근혜 의원 뒤에는 형광등 100개가 있는 것 같다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거칠게 괴담 이야기를 한 것은 요즘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를 괴담의 원흉으로 몰고 가고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규제 전담팀 신설을 정당화하기 위해 괴담론을 부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괴담론이 퍼져나간 경위를 보자.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괴담론을 들먹이고 조,중,동이 이를 부풀리고 마지막으로 공중파 방송사가 이를 받아서 보도하면서 ‘괴담정국’을 완성시켰다.


괴담에 대한 잘못된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프레임이 가두려고 하는 ‘대마’가 바로 '나꼼수'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이다. 보수정치인과 보수언론이 보기에 '나꼼수'는 반드시 무너뜨려야 할 진보의 여리고성이고 SNS는 그 여리고성의 혈관과 신경이다. 이 둘을 겨냥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총대를 멨다. 
 

2011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꼼수' 4인방의 '형제애'와 김진숙-김여진의 '자매애'가 세상을 바꾼 해라고 할 수 있다. '나꼼수'의 형제애는 굳건한 '쫄지마성'을 구축했고, 김진숙-김여진의 자매애는 희망버스의 신화를 만들었다. 주류 언론이 정권에 부역하고 야당이 맥을 못출 때 국민은 자신들만의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스스로 행동해 ‘이슈의 패자부활전’을 이뤄냈다. 
 

김어준이 말했다. “힘센 놈 피하는 것은 비겁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자꾸 피하면 우울해진다. 그래서 보여주고 싶었다. 할 말 다 하고도 우리가 말짱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증명하고 싶었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쫄지마’라는 것이다” 그의 ‘시바’를 통해 국민은 제 목소리를 찾았다. 그리고 그들의 또 다른 형제가 되어 정권에 맞섰다. 
 

김진숙-김여진의 ‘자매애’는 SNS를 통해 공감과 교감을 확장시켰다. 그 전까지 ‘저런 타워크레인에 올라가서 시위를 하는 사람은 나랑은 완전 DNA가 다른 사람이야.’ ‘저 사람들은 저런 것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같아’라면서 멀리 느끼던 사람들이 ‘아는 사람의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동참했다. 새로운 형식의 ‘사회적 연대’가 이뤄진 것이다.  
 

정권이 몰상식을 일삼고 언론이 침묵하면서 국민은 제 목소리를 찾기 위해 '나꼼수'를 열심히 들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 받고 힘을 얻었다. 그런데 정권이 다시 법적 근거도 불분명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규제를 빌미로 입을 막으려 하고 있다. 어느 트위터 이용자가 이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국민은 똥이 마려운데 정권이 손가락으로 똥을 막으려 하고 있다. 그런다고 똥이 안 나오나” 
 

다시 말하지만, 괴담은 꽃일 뿐 뿌리가 될 수 없다. 국민들이 SNS에서 말하는 내용 중에는 분명 사실이 아닌 것, 과장된 것, 잘못 알려진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엔 신문도 있고 방송도 있고 포털도 있다. 신문과 방송과 포털에서 진실을 말하면 거짓은 곧 질식한다. 언제부터 우리가 화장실 낙서의 진실성을 검증했고, 술자리 담화의 허구성을 챙겼는가. 나라가 그렇게 한가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