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종편 개국 6개월이 되었는데...
이제는 너무나 잊혀져서...
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환기가 안 되고 있네요...
종편 6개월, 절반 이상의 실패
부모가 과목별로 족집게 과외도 시켜주고 공부 잘하는 친구 옆에 앉아서 커닝도 할 수 있게 해주고 시험지도 유출해 주었는데 성적은 밑바닥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지진아? 12월1일 개국한 조·중·동 종편이 이런 의심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KBS1, EBS에나 적용돼 왔던 의무 재송신 채널에 포함되고 황금채널(15~19번)을 배정받는 등 온갖 혜택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종편 시청률은 선동렬 방어율보다 낮게 나왔다.
6월1일로 JTBC, 채널A, TV조선, MBN 종합편성채널 4사가 개국 6개월이 되었다. 6개월 간의 종편 성적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절반 이상의 실패’라 할 수 있다. 종편 6개월의 유일한 성과는 종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린 것 뿐 미미한 시청률과 외주제작사에 대한 불공정 계약과 일방적인 계약 파기 등으로 방송 생태계의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종편 초기 지상파 PD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종편으로 옮길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고 답한다.
종편 출범 100일 정도 되었을 때 벌써 ‘매각설’이 나오기 시작했고 개국공신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설’도 들려왔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각 종편사 제작·편성 본부장들이 줄줄이 사표를 써야 했다. 시청률 0.3% 대의 종편에 지상파 채널 75%의 광고비를 주는 광고주는 없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고 광고비가 형편없이 줄어들면서 종편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종합편성채널 개국 100일 시점에 <시사IN>이 한국PD협회(독립PD 포함) 소속 PD와 한국방송작가협회 작가를 대상으로 종편 100일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었다(현직 PD 203명과 현직 방송작가 221명이 답변). 조사 결과, 종편 개국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느냐는 물음에 현직 PD 94.5%(매우 아니다 79%, 아니다 15.5%)와 현직 작가 93.2%(매우 아니다 67.7%, 아니다 25.5%)가 성공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제작비 100억원을 들인 <한반도>(TV조선)의 실패는 종편들을 더욱 낙담하게 만들었다. <한반도> 시청률은 2월6일 1.649%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해 2월27일에는 0.866%까지 떨어졌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가구 대상). <한반도>는 각개약진하던 종편 4사가 SBS가 드라마 <모래시계>로 일어났듯이 종편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줄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공동 홍보를 해줄 정도로 기대를 건 작품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종편 평균 시청률은 0.3%대(JTBC 0.382%, 채널A 0.323%, MBN 0.321%, TV조선 0.296%-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가구)로 지상파 평균 시청률(5~7%)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4사 시청률을 모두 합쳐도 1.3~1.4%밖에 되지 않아 EBS 시청률을 조금 넘는다. 종편 시작 전에 1강(중앙)-1중(조선)-2약(동아·매경), 혹은 1강(중앙)-2중(조선·매경)-1약(동아) 정도로 예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두루 지지부진했다.
종편 4사의 실패 이유
준비가 덜 된 종편 개국의 결과는 참담했다. 가장 헤맨 곳은 TV조선이었다. 프로그램 준비가 덜 되어 급히 영화를 구매해 땜질 편성을 해야 했다. TV조선은 일단 개국 후 프로그램을 확대·편성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한반도>까지 무너지면서 초반의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시청률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TV조선은 <시사IN>이 종편 개국 100일을 맞아 현직 PD와 방송작가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TV조선은 <한반도>의 실패 이후 관련 간부들을 문책했고 조기 종영했다. 이에 대해 한 종편 관계자는 “대작 전략은 신생 채널인 종편에 유의미한 전략이다. 단 뚝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선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꼬리를 내려서 현업 제작자들의 의지를 꺾었다”라고 논평했다.
채널A는 다른 케이블TV 채널에서 보류했던 아이템들을 받아다 급히 편성했다. 그러나 설익은 기획을 덥석 물었다가 비싼 수업료를 치러야 했다. 제작비에 비해 프로그램 반응이 좋지 않아 몇 회 방송하고서 프로그램을 조기 종영했던 것이다. 외주제작사의 피해사례가 가장 많았던 곳이 바로 채널A다. 채널A는 종편 4사 중에서 가장 편성전략이 허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별 프로그램에서는 성공 사례를 만들었지만 예능에 비중을 두었는데 시사가 터지는 등 아직도 우왕좌왕 하고 있다.
MBN은 기존에 방송하던 뉴스·시사 프로그램에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더 제작해 확대 편성했는데, 세심한 전략 없이 이를 편성했다가 뉴스·시사 프로그램만 내보낼 때보다 시청률이 급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지난 17년 동안 케이블TV 채널을 운영했기 때문에 종편사 중에서 가장 알찬 장사를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MBN은 현재 종편사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손해를 보았다. 종편 전까지 평균 시청률이 0.5% 정도로 케이블 채널 중에서 상위권이었던 MBN은 종편 전환 후 시청률이 0.3%대로 떨어졌다. 현재 MBN은 다시 보도채널로 회귀해 낮 시간에는 뉴스·시사 프로그램만 편성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개국 초기 다른 종편 시청률의 곱절이었던 JTBC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적·물적 투자를 가장 많이 했는데도 결과가 시원치 않아서 고심 중이다. 종합 시청률이 꾸준히 하락해 요즘은 다른 종편과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일일 시청률에서 종편 4사 중 꼴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른바 ‘조·중·동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JTBC 측은 자신들을 다른 채널과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다른 채널에 비해 나은 것이 없는 상황이다. JTBC는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고 차별화한다는 전략을 꽤했다. 일단 경쟁 상대를 타 종편이 아니라 지상파 3사로 설정하고 있다. 그래서 ‘제4의 지상파’ 혹은 ‘제2의 SBS’로 불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이런 전략을 접었다.
외주제작사들의 ‘꼴갑’, 방송 생태계의 파괴자 종편
종편은 개국 시 특혜라는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방송 종사자, 특히 외주제작사들에게는 환영받기도 했다. 방송 채널이 늘면 일자리가 증가하고 프로그램 수요도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국 150일이 지난 지금 외주제작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뭐 피하다 뭐 만난 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3월12일 종편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제작사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독립제작사협회 명의로 된 성명서에서 이들은 “종합편성채널이 불공정한 계약을 일삼고 있다. 계약 없이 제작을 먼저 하게 한 후 제작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 제작비의 일방적 삭감과 편성 수시 변경, 협찬금의 불공정한 분배, 외주사 프로그램 포맷의 무단 사용 등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폭로했다.
외주 제작사들에게 종편 편성 간부들은 ‘꼴갑’이라 불린다. 시청률도 낮고 제작비도 적어 제대로 ‘갑’ 축에도 들지 못하면서 깨알같이 ‘갑’ 대우를 받으려는 행태를 비아냥대는 것이다. 독립제작사협회 배대식 기획팀장은 “종편이 개국하면 지상파 독점의 방송시장에 숨통이 트여 제작 환경이 개선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반대다. 개국 한 달 만에 막을 내린 프로그램이 25편이다. 손해는 고스란히 외주 제작사들이 떠안았다”라고 주장했다.
종편의 우울한 미래, '답이 없다'
종편 4사는 봄 개편을 보면 말이 좋아 개편이지 사실상 ‘축소 편성’이 되었다. 무엇보다 제작비 부담이 큰 드라마 비중이 줄었다. TV조선은 애초에 준비했던 계획 중 ‘플랜B’를 택해 ‘종합편성채널’이 아닌 뉴스·시사 채널로 가는 양상이다. MBN 또한 뉴스·시사 채널로 사실상 복귀했다. 채널A는 아직 갈피를 못잡고 있지만 결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JTBC에 밀려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심의 채널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JTBC는 ‘종합편성채널’을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JTBC 역시 고충이 없지 않다. 최근 한 방송관계자로부터 JTBC가 보낸 공문을 받아보았다. 스튜디오와 방송 장비를 임대할테니 필요하면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스튜디오와 방송 장비 임대를 할만큼 현금흐름이 좋지 않다는 것으로 읽혔다.
개국 전 채널 설명회 때 종편사들은 대부분 1년 제작비를 1500억~2000억원 규모로 쓸 예정이라고 광고주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종편사 대부분이 축소 편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작비 규모는 1000억원 이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종편사들이 감내해야 할 첫해 적자 폭은 500억~6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제작비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는 JTBC는 적자 폭이 1000억~1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과연 종편사들은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
주) 최근 정보에 따르면 JTBC 역시 제작비 규모를 1000억원 이내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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