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을 100배로 즐기려면...
대학로 연극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품을 많이 팔수록 좋다. 그러나 힘들게 발품을 팔 필요는 없다. 클릭과 터치만으로도 충분하다. 포털 사이트에도 연극 정보가 많지만 플레이DB(www.playdb.co.kr)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연극 정보가 정리되어 있다. ‘대학로 공연 안내’라는 스마트폰 앱도 도움이 된다. 대학로 소극장은 구석구석 숨어 있어서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다음 로드뷰를 활용해 주변 건물을 파악해두면 도움이 된다.
오프라인으로 발품을 팔 생각이라면 대학로 대로변에 있는 서울연극센터(위 사진)를 찾으시라. 연극 관련 정보가 한데 모여 있다. 작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할인 혜택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각종 할인 혜택이 많은데 보통 40% 정도는 할인받을 수 있다. 초대 행사도 많다. 서울연극센터에서 지난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로 연극 관객 중 35%는 무료 관객이다.
영화를 고를 때는 <씨네21>의 '별점'을 주로 본다. 그렇다면 연극을 고를 때는? '꽃점'을 보면 된다. 서울연극센터에서 발행한 '연극IN'에 꽃점이 20자 연극평과 함께 나와 있는데 보면 연극을 고를 때 지표가 된다. '김은성의 연극데이트'로 현장 연극인과 친숙해지고 '최윤우의 연극미리보기'를 통해 작품에 대해 감을 잡으면 좋은 연극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http://www.e-stc.or.kr/Front/commu/grade.asp
현장 연극인들이 답한 서울연극센터 통계를 바탕으로 작품을 고르는 요령은 이렇다. 오픈런(무기한 장기 공연) 공연일 경우 연극과 뮤지컬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연극은 예술성과 실험성은 낮지만 대중성이 높은 작품이 오래 공연된다. 풀이하자면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작품이 오래 공연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예술성과 대중성이 높은 작품이 오래 공연되는 경향이 있다. 공연 기간이 긴 뮤지컬은 작품성도 높다는 평이다.
공연장 크기에 따라서는 이런 차이가 있다. 연극은 예술성과 대중성이 높고 실험성이 낮을수록 큰 공연장에서 공연된다. 큰 극장에서 하는 연극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을 확률이 큰 것이다. 반면 뮤지컬은 작품성이 낮아도 대중성이 높으면 큰 공연장에서 공연되는 경향이 있다(서울연극센터 조사 - 2011).
대학로에서 연극이나 뮤지컬을 고를 때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멀티맨’이다. 한 명의 배우가 스무 가지 이상의 배역을 소화하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종욱 찾기>에서 선보인 후 이제 ‘대학로 히트 상품’이 되어 여러 작품에서 볼 수 있다. <김종욱 찾기> 출신의 임기홍·김종구·전병욱 등이 멀티맨을 잘하는 배우로 손꼽힌다.
대학로에 가서 요즘 '뜨는 연극'을 보고 싶을 때는 공연기획자인 김옥진님의 아래 글 참고하시라. 요즘 '뜨는 연출가' 3인에 대한 설명이다. 이들의 작품을 고른다는 것은 대학로 최신 트렌드 연극을 고르는 것이 될 것이다. 이들 외에 개인적으로 이해성(희곡도 많이 쓴다) 김재엽 류주연 연출가들도 추천하고 싶다. 희곡 작가로는 김은성과 한현주를 추천한다(연극을 많이 보지 못해 추천할 연출가와 작가가 많지 않다).
연출가 3인방이 대학로를 주름잡고 있다. 맨 왼쪽부터 고선웅, 조광화, 성기웅 씨.
대학로 웃고 울리는 ‘신 트로이카’ 고선웅 조광화 성기웅
김옥진 (공연 기획자)
지난 몇 년간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선보인 연출가를 꼽으라면 단연코 고선웅씨다. 고씨는 작가로 시작했다. 13년 전 <락희맨쇼>라는 걸출한 작품으로 대학로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흥행까지 거머쥐었던 ‘슈퍼루키’ 고선웅은 이제 중견이 되어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작품으로 무대를 쥐락펴락하는 노련한 연출가가 되었다. 극단 ‘마방진’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2007년 극단을 창단한 이래 입담과 재기 넘치는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극단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단원들과 <들소의 달> <칼로막베스>로 날을 세우더니 급기야 <푸르른 날에>에서는 작두를 탔다. 호흡이 빠르고 위트 있는 대사에 움직임까지 다채로운, 꽤 까다로운 연기임에도 오래 합을 맞춘 극단 단원들이 이를 잘 구현해내면서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다음은 조광화 연출가. 지난해 화제작 중 <됴화만발>을 빼놓으면 서운하다. <됴화만발>을 연출한 조씨는 <남자충동>이나 <미친 키스>와 같은 파괴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남성적인 작품들을 많이 해왔다. 고선웅씨와 마찬가지로 극작과 연출을 병행하고 있으며 뮤지컬계의 러브콜도 많이 받는 연출가다. 2011년 연극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작품 중 하나인 <됴화만발>은 남성의 고독과 설화적 판타지가 만나 관객을 압도하는 강렬한 작품이었다. 검객이라는 소재가 주는 화려한 볼거리와 스타일리시한 안무, 현대적인 음악이 만나 시너지를 만들어낸 이 공연은 메시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성기웅 연출가는 위의 두 연출과 상당히 다른 지점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조용한 연극으로 대표되는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로 대학로에 출사표를 던진 성씨는 2006년 데뷔 이후 매해 주목받는 작품을 내놓은 신진 예술가다. 군대를 배경으로 조직 내 인간의 변화를 섬세하게 끄집어낸 <삼등병>과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으로 지난해 주목을 받았으며 일본과의 교류 활동도 활발해 <혁명일기> <재/생>과 같이 일본 연출가와의 협력 공연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많은 젊은 연출가가 재기만으로 승부하려 할 때 성씨는 차분하고 섬세하게 자기 색을 만들어왔다. 그의 작품은 강하고 화려한 한 방이라기보다는 켜켜이 쌓인 감동을 만들어낸다.
나이대도 다르고 데뷔한 시기도 다 다른 이들의 작품은 연극을 처음 보는 관객에게는 좀 무거울 수도 있다. 말랑말랑하고 웃기기만 한 작품이 아니니까. 그래도 2012년 연출가 3인방의 공연에 주목해보자. 최소한 후회는 안 할 것이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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