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대선 때까지 1주일에 한 번 정도 제 나름의 대선 판세 읽어보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쏟아지는 문재인에 대한 공격, 어떻게 극복 가능할까?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총선 전 문재인 의원을 디스할 때 <주간조선> 인터뷰에서 '고전적인 의미에서 대통령감은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반은 맞는 말이다. 문재인은 리더로서 존재했던 적이 없다. 그래서 리더십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리더십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분을 조경태 김영환 정세균 손학규 등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그들의 공격방식이 찌질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미칠 것이다. 단순한 호감을 품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과연 문재인이 리더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물음표를 안겨줄 수는 있을 것이다.
(문재인의 무능과 관련한 지적 중에서 가장 뼈아픈 것은 아마 '민정수석'이었을 때 노건평씨 등 대통령 일가족과 관련된 문제를 제대로 싹을 자르지 못한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정권 초기에 언론이 알람을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민정수석이었던 문의원이 문제를 방치해 결국 대통령 서거에까지 이르게 했다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문재인을 디스하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한계
사족으로 문재인을 디스하는 다른 대선주자들 중 문재인의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아직까지 안 보인다. 김두관은 경남지사를 사퇴하면 안방을 내준 것에 대한 책임론이 일 것이다(대선과 함께 치러질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두관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구원투수론'을 통해 얻을 수 있었는데, 자가발전해서 이런 명분을 확보하지 못했다.
리더십에 대한 비교를 위해서 손학규와 박원순을 잠시 비교해 보겠다. 5년 전 대선 때 손학규는 '100일 대장정'을 떠났다. 전국을 돌며 열심히 일을 하고 부지런히 현장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정리력'이 없었다. 100일 대장정이 손학규표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박원순은 다르다. 손학규처럼 현장을 열심히 도는데 손학규와 차이는 그것이 정책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돌면 돌수록 맥락이 형성되어 더욱 구체적인 정책이 된다. 이것이 손학규의 한계다.
김영환 조경태 등은 대선주자급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길게 얘기할 필요성을 못느낀다. 정세균은 리더에게 필수적인 '야마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다(핵심 메시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손학규도 비슷하다). 정동영은 그동안 열심히 뛰었지만 지난 대선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재인 죽이기'가 성공하려면 다른 주자가 대안으로 부각되어야 하는데, 아무튼 현재의 인물들로는 난망하다고 본다.
카리스마형 리더는 아니지만 '위대한 상식인' 이미지는 가능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것은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리더십에 대한 얘기다.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보편적이기는 하지만 언제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시대 정신'과 결부되느냐가 관건이다. 이명박 시대를 거치면서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종언을 고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소통'하는 '상식적인 리더'를 원한다. 무너진 상식을 복원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의 참모들은 억지 리더십을 부여하려 하고 있다. 그것은 부여한다고 부여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배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배의 위치가 어딘가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참모들은 문재인의 좌표값을 잘 읽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문재인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인 이유다.
정치인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은 여권의 주자나 가능한 일이다. 정권에 장악된 미디어에 의해 '여론 조작' 수준의 이미지 메이킹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문재인은 이런 기반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리더십을 부여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지금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것만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문재인은 '페이스 메이커', 안철수는 본선 주자?
문재인과 안철수를 비교하자면 문재인은 '현재가치'가 있고 안철수는 '미래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회고적 투표'를 한다면 문재인이 유리하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전망적 투표'를 한다면 안철수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대체로 총선은 '회고적 투표' 성향이, 대선은 '전망적 투표' 성향이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이 안철수와 비교해서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비전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철수는 '햇빛 정치인' 라인이고 문재인은 '달빛 정치인' 라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스스로 이룬 안철수를 통해서는 미래의 비전을 볼 수 있지만 참모였던 문재인을 통해서는 미래의 비전이 잘 그려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에 비해 문재인이 불리한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안철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투자대상이다. 안정성이 없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 반면 문재인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의 투자대상이다. 표의 확장성의 한계는 있지만 리스크 관리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노하우가 있다.
문재인의 기회는 박근혜가 열어주었다
지난 총선은 여권 지지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명박에 대한 회고적 투표'(심판)가 아니라 '박근혜에 대한 전망적 투표'(쇄신)를 한 선거였다. 그런데 총선 이후 박근혜가 모든 정치 이슈를 주도하면서 독재자적인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그러므로 대선은 이런 박근혜에 대한 심판 선거의 프레임이 가능하다(마치 총선 전에 다수당이 된 듯 처신한 민주당에 대한 심판 투표가 행해졌듯이).
문재인은 '박근혜에 대한 회고적 투표' 프레임의 적임자일 수 있다. 우리 시대 '상식의 대변자'로 무너진 상식을 복원할 '상식인' 이미지를 준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전두환의 친구이자 참모로 카리스마적 리더상을 보여줄 수 없었던 노태우가 '위대한 보통사람'을 선언했던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여름이 문재인에게 최대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밖에는 안철수라는 강력한 주자가 있고 안에서는 다른 모든 주자들이 그를 딛고 일어서려 하고 있다. 여기서 우물쭈물하다가는 페이스 메이커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문재인이 자신이 선 위치와 이 시대에 할 역할을 잘 설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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