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고라에서 유행하는 놀이가 하나 있다.
‘나도 권태로운 창’놀이다.
촛불논객 ‘권태로운 창’ 구속에 항의하기 위해
누리꾼들이 스스로를 ‘권태로운 창’이라고 사칭하는 것이다.
대략 이런 식이다.
“저는 권태로운창입니다. 현재 또 다른 권태로운창은 경찰청에서 심문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권태로운창이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권태로운창은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벌써 이곳 아고라에선 권태로운창이란 아이디가 상당히 많군요. 참으로 놀랍다고요? 이미 제 친구들도 권태로운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모두 개인 촛불이자, 스스로가 주도자입니다”(ID ‘권태로운창’)
<데일리서프라이즈>의 관련 기사 <“아고라에 ‘권태로운창’이 왜 이리 많아?” 경찰 ‘급당황’
논객 나모 씨 구속에 항의 “우리 모두가 촛불 주도자”>에 따르면 이 ‘나도 창’ 놀이가 요즘 유행이라고 한다.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88716)
그런가하면 YTN에서는 ‘나도 징’놀이가 유행이다.
‘나도 징’ 놀이는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YTN 노조원 6명을 고소하기로 하고 76명을 징계하기로 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노조원들이 ‘나도 징계하라’고 사내 게시판에 격문을 올리는 놀이를 말한다.
YTN 노조가 밝힌 바에 따르면 9월3일 하루 동안 5명이 ‘징계 동참’선언을 했다고 한다.
(아래 관련 글 첨부)
공채 2기(94년 입사), 3기, 4기, 9기까지 다양한 기수에서 항의 글이 올라왔고
서울은 물론 바다 건너 제주도에 있는 지국 조합원까지 ‘구씨 반대 투쟁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자신도 징계자 명단에 올려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YTN의 ‘징계 동참’ 격문을 읽으니
‘시사저널 사태’ 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당시 회사 측에서 윤무영 선배와 노순동 선배에게 ‘3개월 정직’ 징계를 내린 것에 항의해
기자들이 ‘나도 징계하라’고 격문을 써 붙였었는데...
벌써 2년 전 이야기네요.
그렇게 해도 알아듣지 않아서 결국 파업을 했고,
파업을 해도 알아듣지 않아서 결국 <시사IN>을 창간했죠.
방송장악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행태가 노골적으로 나타나면서
다양한 놀이들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시대유감 놀이백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의인놀이’ ‘기고놀이’ ‘파업놀이’ ‘취재원 입장 되어보기놀이’ ‘사육당하기놀이’...
이와 관련한 내용을 매거진t에 기고했는데 한 번 읽어보세요.
(http://www.magazinet.co.kr/Articles/article_view.php?mm=006001000&article_id=48742)
다음은 YTN 노조원들이 올린 '나도 징계하라' 글모음입니다.
마지막엔 '시사저널 사태' 당시 제가 쓴 글입니다.
참 싸가지 없게 썼네요.
반말로. ㅋㅋ
매거진t 제공 (백은하 편집장님 감솨~~~)
'나도 처벌하시오' (국제부 신00 조합원)
국제부의 신00입니다.
6명 고소, 그리고 76명 징계 심의.
나름 전략적으로 선택한 명단이겠지요. 딱 그 숫자만큼만 회사에 항명한 것이라 믿고 싶겠죠.
그들만 처벌하면 항복할 것으로 생각했나요? 물론 심의 과정에서 숫자는 더 줄겠죠.
제 이름이 명단에 빠진 것에 대해서는 일단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를 예쁘게 봐주신 거니까요.
하지만 그런 혜택(?) 사양하겠습니다. 같은 편이 아니니 저도 잡아가세요.
명석한 분들께서 혹시 실수로 빠뜨린 것은 아니겠죠? 나름대로 채증을 하셨다면 잘 살펴보세요.
저 역시 많은 노조원들과 더불어 주주총회를 저지하려 했고 사장실을 점거한 채 구호도 외쳤으니 말이죠.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는 노조원들은 훨씬 많답니다. 명단에서 빠지면 회사편이 될 거라는 착각은 말아주세요.
부당한 인사가 난 뒤 소집된 비상총회에 100명가량이 모였다고요. 그 숫자가 적어 보였나요?
그 숫자가 전부로 보였나요? 그 뒤에 어린 더 크고 많은 분노를 보지 못했나요?
저 자신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밖에서나마 내내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현상과 본질을 동시에 꿰뚫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던 선배들은 다 어디 갔나요? 그나마 보이는 것도 믿고 싶지 않았던 거겠죠.
저 자신 그동안 노조게시판에 눈도장만 찍고 그저 조용히 노조의 지침만 따랐습니다. 하지만 더는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머지 조합원 동지들도 이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부팀장 선배들에게 한 번 더 호소합니다. 옳은 것을 위해 이제는 제발 행동해 주세요.
달갑지는 않겠지만 누구에게나 퇴직의 순간은 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후회할 일을 남기지 말아야죠.
언론인이란 무엇보다 명예를 먹고사는 사람들 아닙니까? 감히 조언합니다.
제가 입사했던 94년,,, 대한민국 언론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며 수송동 사옥으로 모여들었던 선배들은 정말 큰 사람들이었죠.
제가 잘못 본 거였나요? 그렇게 믿고 싶지 않습니다.
MB 특보출신 구본홍씨를 위해 그동안의 자존심과 신념을 버릴 건가요?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
<몸은 떨어져 있지만......> (제주지국 권00, 고00 조합원)
지국 근무자로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사우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사측의 일방적인 징계·고소 대상자 명단에 오른 82명의 선후배, 동기들의 이름을 봤을 때 미안한 마음에
전화 한 통화도 할 수 없었습니다.
YTN을 사랑하는 대다수 노조원들이 같은 마음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당한 인사조치는 즉각 중단돼야 하고, 진행될 경우엔 신00 선배 뒷자리에 저희들의 이름도 올려 주십시오.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마음으로 응원하는 권00, 고00 .
-------------
<처벌해 주십시오. 달게 받겠습니다.> (사회1부 김00 조합원)
인사팀에서 보내 온 '엄중 경고' 메일 성실히 읽어봤습니다. 사규에 따라 처벌해 주십시오. 달게 받겠습니다.
구본홍 씨 저지 집회 과정에서 사측이 '채증' 등에 의거해 올린 징계 명단에도 제 이름 꼭 넣어 주십시오.
부득이한 사정으로 '구본홍 저지' 집회 불참하고 서초동 출입처로 직행했던 몇 차례를 제외하고는 열심히 참석했는데,왜 징계 대상 명단에 빠져 있는지 잘 납득되지 않습니다. 저를 무시해서 그랬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겠습니다.
의자에 기대다시피 앉을 수 밖에 없는, 만삭이 다 되어가는 사우도 징계하시겠다면서 저같은 사원 왜 빼시나요 ?
일정 부분 '자기 손해' 볼 각오도 없었다면, 애초 집회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옳은 일 하는 데 힘 보태겠다면서편하게 이뤄보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둔하지는 않습니다.
여태 살아오믄서 10차례도 넘게 봐서 대사 외울 정도가 된 영화가 있습니다. '강철중' 시리즈입니다.
2편에서 현실에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꼴통 검사'로 출연해 서울중앙지검 검사장과 동료 검사들 모아놓고 이러더군요.
"이렇게 구린내 풀풀 나는 사건 그냥 두면 검사 더 못 합니다....쪽팔려서요."
범인 잡으러 가면서 상관인 부장검사 손에 자기 신분증 꼬옥 쥐어주고는 이러더군요.
"홍길동이 왜 홍길동이 된 줄 아세요"라구... "00을 00라고도 말 못하는 조직이면 저 안 돌아옵니다."라구요..
전 그렇게 말할 용기 없습니다. 그리고 조직 떠나 안 돌아오려는 생각도 없습니다. 내가 너무 사랑하고
선후배들과 함께 하고 싶은 직장이라서 못 떠납니다. 여기 이 자리에서 땀 흘리며 서로 아껴주고 회사 키우고 그렇게 잘 하고 싶어서 못 떠납니다. 저를 싫어하는 분들이 많더라도 그냥 버티고 있을랍니다.
이런 말 하는 저는 부족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옳기 때문에 꺾을 수 없는 일을 하려는 것이니 감수하겠습니다. 제가 그것의 합당 여부를 마음으로 용납하건 아니건.
하지만 지금 회사는 지금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잠시라도 생각 한 번 해보십시오.
----------------------
<[징계동참] 함께 가자 우리 이 길...> (경제부 이00 조합원)
먼저 글을 올린 분들은 기꺼이 처벌해달라는 표현을 썼지만 웬지 내키지 않습니다. 우리가 뭘 잘못해 벌받는 것 같아서.
다만 정당한 행동에 대한 결과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불사하겠습니다.
다음주 화요일이면 이 회사 밥을 먹은 지도 꼭 14년이 되는 날이 되는군요.
문득 14년 전 그날들이 그리워서...그땐 꿈도 많고 쉽게 지치지도 않았었는데.
내발길을 이곳으로 돌리게 유혹했던 빛바랜 신문광고와 현 사장이 준 사령장, 그리고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세월을 마셔버린 입사 동기 100명의 얼굴들을 추억해봅니다.
------------------------
'금수창태' 보아라
'똥낀 놈이 성낸다'고 했던가?
그대는 죄를 덮기 위해 더 큰 죄를 짓고 있네 그려.
백주대낮에 기사를 도륙하지 않나,
석고대죄 하여도 시원치 않은 판에,
오히려 정의를 세우는 기자들을 내쫓고 있다니...
듣자하니 그대의 여식이 언가의 법도를 다루는 학문을 한다고 들었네.
이제 어쩔텐가?
언가의 법도를 어지럽힌 그대의 소행을 여식에 의해 낱낱이 까발려져야 할 터인데.
그대의 악행이 여식으로 하여금 불효막급한 일을 하게끔 초래하는데,
그대는 이에 느끼는 바가 없는가?
금수 수괴여,
내가 '삼성숲'에 기별해 두었다네.
그대가 모시는 '금수의 왕'이 요즘 곤란지경에 처해
주변 정리를 한다고 하네.
그대에게도 조만간 소집 명령이 있을 터이니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게나.
자네는 결국 '삼성숲'에 귀의하려 이 난리를 치는 것 아닌가?
추신)
금수 수괴여,
그대는 요즘 '징계 놀음'에 흠뻑 빠져있다고 하던데,
그래 내게는 어떤 징계를 줄 셈인가?
'금징계'를 줄텐가?
'은징계'를 줄텐가?
그러지 말고 묵직한 '쇠징계'를 하나 주게나.
'YTN 지키미 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YTN 노조원의 편지를 읽고 '데자뷰'를 느끼다 (5) | 2008.09.17 |
---|---|
소송에 시로 답한 YTN 노조 위원장(동영상 추가) (15) | 2008.09.12 |
"신재민이 울고 싶은 우리 뺨을 때려줬다" (29) | 2008.09.02 |
YTN 막내기자가 옮겨적은 '시민들의 편지' (6) | 2008.08.07 |
YTN 기자들이 낙하산 사장에게 전해달라는 말 (10) | 2008.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