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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이 울고 싶은 우리 뺨을 때려줬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9. 2.




파업 앞둔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




“많이 아깝죠......
왜 안 아깝겠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포기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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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노종면 노조위원장




YTN 노종면 위원장은 말을 아꼈다. 노조위원장이 되기 전에 그는 YTN 메인뉴스 <뉴스창> 앵커였다.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 과정에서 노조위원장을 떠맡은 그는 앵커자리까지 내놓아야 했다. 앵커를 맡은 지 채 2년이 되지 않아 미련이 많은 터였다. 국회의원이 되거나 무슨 좋은 자리로 옮기기 위해 앵커를 그만 둔 것도 아니었다. 노조위원장이 되기 위해, 그것도 새로 부임할 사장을 막는 노조위원장이 되기 위해 그는 앵커 자리를 포기했다.


처음 YTN 노조사무실에서 노 위원장을 만났을 때(아직 노조위원장이 되기 전이었다) 그는 종이비행기를 접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선대위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 낙하산 사장을 떨어뜨릴 ‘촛불요격기’를 시민들에게 날리자며 종이비행기 접기를 제안한 그는 매일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나중에, 그가 YTN 메인뉴스 앵커라는 것을 알았다. 정부의 방송 장악을 막고 있는 YTN KBS MBC 3사를 통틀어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노 위원장을 꼽을 것이다. 


노 위원장은 현덕수 전 위원장과 함께 YTN을 지키기 위해서 온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자다. YTN 앞에서 촛불을 켜는 시민들은 크게 ‘노빠’와 ‘현빠’로 나뉜다. 둘의 리더십은 차이가 있다. 현 전 위원장이 전체를 다독이면서 포용해 가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노 위원장은 원칙을 확고히 지키며 의지를 관철시키는 강한 리더십을 보여준다. 둘의 리더십은 각자 처한 국면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 냈고, 또 도출해내고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노 위원장은 등장부터 화려했다. 지난 8월12일 끝난 YTN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그는 압도적인 지지(79.9%)를 받으며 위원장에 당선되었다. 노조원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자, 낙하산 사장으로 선임된 구본홍씨도 당황했다. 당장 노조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불량간부’ 2명에 대한 숙청을 들어주었다. 구씨는 자신의 수족 역할을 했던 경영기획실장과 보도국장을 보직해임시켰다.


노 위원장은 회사와 ‘대화’를 했다. 그러나 ‘협상’은 하지 않았다. 낙하산 사장에 대해서 협상의 여지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노 위원장이 회사와 ‘대화’에 나선 것은 공약으로 내건 ‘끝장투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였다. ‘끝장투표’는 구씨를 사장으로 받아들일 지 가 부를 노조원들에게 묻는 것이었다. ‘가’가 나오면 노조가 구씨를 사장으로 받아들이고 ‘부’가 나오면 구씨가 깨끗이 물러난다는 것이었다.


YTN의 운명을 가를 이 건곤일척의 투표가 이뤄질 수 있을 지, 이뤄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결국 투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파업 찬반투표’가 실시된다(9월2일~3일). YTN 파업은 정부의 방송장악 저지에 큰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기간 동안 KBS를 완전 장악한 정부는, ‘국민의 방송’을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어내고 파죽지세로 이제 KBS 2TV와 MBC 민영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YTN 파업이 이뤄진다면 그 의미가 크다.


과연 막둥이 YTN이 해낼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일반 국민이 외면하는 속에서도 이미 YTN 노조원들은 47일 동안 낙하산 사장의 출근을 막아냈다. 신재민 문화관광체육부 2차관이 섣부르게 ‘YTN 민영화론’을 꺼내면서 여론도 고조되어 있다. ‘24시간 뉴스채널’이 ‘24시간 편파방송 채널’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는 노 위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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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 찬반투표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는가?
찬성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업찬성률이 관건인데, 어떻게 나올지 좀 걱정된다. 높게 나와야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민영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지가 관건일 것 같다.


- ‘YTN 민영화’ 이야기는 이전에도 간헐적으로 나오지 않았나?
한 달만 빨리 이슈화 되었더라면 낙하산 저지 투쟁이 이렇게 장기화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한 달 전에 구본홍씨가 지분 매각을 언급했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오히려 노조가 이를 이슈화가 안 되도록 덮는 상황이었다. 아직 그리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제대로 문제제기를 하면 된다.


- 민영화와 관련된 부분은 그동안 어떻게 준비하고 있었나?
지난주 금요일 신차관이 민영화를 언급했다. 노조는 그 일주일 전부터 민영화 부분을 이슈화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지난주 수요일 노조 총회에서는 이 부분을 집중 논의하기도 했다. 신차관이 ‘뻘소리’를 하는 바람에 오히려 이슈화하기가 더 좋아졌다.


- 회사의 압박도 심해지는 것 같다. 징계 대상자 명단을 입수했다던데.
76명이나 된다. 6명은 사법처리 대상이다.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에 명단을 확보했다. 회사는 출근저지 투쟁이나 사장실 앞 농성 등에 앞장섰던 사원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징계하려 한다. 징계 절차는 아직 밟지 못한 상태였다.


- 파업에 들어가면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노조를 이끌 생각인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기자회견에서 했으면 한다.



YTN 파업은 정부의 방송장악을 막는데 큰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의 민영화 추진에 대비해 언론노조와 함께 파업을 준비 중인 MBC 노조도 힘을 받을 것이고 KBS 내부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생길 것이다. 이번주에 정부의 KBS 장악에 항의하는 ‘삼별초의 난’이 KBS에서 일어날 조짐을 보이다가 수그러들었는데, 다시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막둥이 YTN이 큰일을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