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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지키미 게시판

YTN 노조원의 편지를 읽고 '데자뷰'를 느끼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9. 17.



요즘 YTN 노동조합을 보면
‘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지략형 용장’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중심으로
노조원들이 똘똘 뭉쳐
‘낙석 사장’에 맞서고 있습니다.




(노조원 22명의 징계라는 참사를 부른 구본홍씨를 낙하산 사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 ‘예우’를 해주는 것 같아서, <독설닷컴>에서는 ‘낙석 사장’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주에 ‘낙석사장’에게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냈던
‘여수장우중문시’를 ‘낙석사장’에게 읽어주었던 YTN 노조는
이번 주에는 뉴스 배경화면에 투쟁 구호를 노출시키는 ‘돌발 투쟁’으로
또 한번 회사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추석을 맞아 YTN 상황이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노조원들이 명절 때 가족들을 만나면 아무래도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파업 열심히 하라’고 말할 사람은 사실 거의 없죠.
(저라도 그렇게 말 안합니다.ㅋㅋ)


그러나 뉴스 배경화면을 투쟁에 활용하는 기막힌 ‘인테리어 투쟁’은
저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YTN 노조의 ‘콘서트 투쟁’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노종면 위원장은 대학시절 그룹사운드 활동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하는군요.
기대가 큽니다.


오늘 YTN 노조에서 보내온 노조원들이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고 ‘데자뷰’를 느꼈습니다.
(‘데자뷰’가 정확한 표현은 아니겠네요.
꿈에서 본 것이 아니라 제가 실제로 겪은 일이니까요.)
한 노조원이 <당신을 사랑하는 길을 선택하시길 빌며>라며 구본홍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습니다.
저도 시사저널 파업 당시 ‘금창태 사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 적이 있어서
그분에게 ‘빙의’되어 마음으로 그 글을 읽었습니다.


한 YTN 노조원이 '낙석사장'에게 보내는 글과
시사저널 파업 당시 제가 썼던 글을 함께 올립니다.





제목 <당신을 사랑하는 길을 선택하시길 빌며>


추석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잘 보내지 못했습니다. 회사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하신 송편, 탐스럽게 익은 과일을

이렇게 맛없게 먹어본 추석이 또 있었나 하는 생각을 다 해봤습니다.


어렵게 편지를 쓰게 됐지만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일단 건너뛰겠습니다.

최대한 예의를 갖추면서 왜 당신이 나의 사장이 될 수 없는 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직도 모르고 계신 것 같아서요.

특보만 달고 오지 않았어도 지금처럼 당신을 결사반대할 명분 별로 없겠지요.

YTN 사람들이 ‘특보’라는 두 글자에 이렇게도 민감하게 된 건

매우 기분 나쁜 학습체험 때문입니다.


황우석 사태 때 고개 들고 다니질 못했습니다. 악몽이었습니다.

‘너희가 언론인 맞니?’ 이런 비난과 조롱 숱하게 들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이런 악몽 되풀이되지 않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런데 ‘특보’ 지낸 사장이 온다고 하니까 또 난리가 났습니다.

YTN 절대 안 본다는 전화가 빗발치고, 게시판은 당신 이름 석 자로 도배됐습니다.

많은 YTN 사람들, 당신이 이 회사 사장되는 건

황우석 사태 다시 겪는 일 못지않게 무서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황우석 사태는 몇 달 만에 수그러들었지만

당신이 사장이 되면 적어도 3년은 정말 비참하게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과거에도 코드 사장들이 다녀가지 않았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겨 묻은 개가 집안에 들어왔다고

X 묻은 개도 들어와도 된다는 건 정말 심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특보 하셨나요? YTN 사장하려고 특보 견장 다셨나요?

언제부터 YTN 사장자리에 관심 가지셨습니까?

MBC에 있었을 때부터인가요? 대선 때쯤인가요?

다른 자리 알아보다가 여기까지 오시게 됐나요?


 

어쨌든 특보 직함 달고 사장 경쟁에서 나선 건 불공정한 게임이었습니다.

그런 당신이 공정한 방송하겠다는 건 정말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방송은 관여 안하고 경영만 하시겠다고요?

지켜지지 않을 것이고, 지켜진다고 해도 정말 웃기는 사장 아니겠습니까?

대한민국 뿐 아니라 지구촌 어느 언론사에 경영만 하는 사장이 있습니까?


공식적으로는 처음 출근하던 날 이런 얘기를 하셨죠.

“여러분이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잠시 헷갈렸습니다. ‘저런 식으로 나오면 쉽지 않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 장수다운 면모를 갖춘 듯 했으니까요. 하지만 침도 마르기 전에 본색을 드러내셨지요.

인사가 만사라고 했는데…….


사장되기 전부터 이 회사에 많이 알아 보셨을 텐데 대체 무슨 얘기를 들었습니까?

지금 당신 주변을 맴돌고 있는 분들에 대한 얘기 못 들으셨습니까?

당신의 싱크탱크라고 자처하는 몇몇 분은

이 회사에서 이미 여러 차례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어

‘구제불능’ ‘공공의 적’이라는 판정을 받기까지 한 분들입니다.


사람은 쓰기 나름이라고요?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요.

그런 분들이 당신의 책사와 오른팔, 왼팔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한 맺힌 사람들 머리에서 무엇이 나오겠습니까?

겁을 주려했더니 용감해졌고, 분열을 노렸더니 단결을 했습니다.

당신이 쓴 사람들과 그들의 술수 덕분입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결코 하지 말아야할 ‘인사’와 ‘징계‘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사장 노릇하려면 절대로 건너지 말아야할 강을

당신의 싱크탱크들과 어깨동무하고 건너고 말았습니다.

징계 대상자 명단이 드러나자

명단에 있는 사람은 웃고 명단에 없는 사람들은 ‘나도 처벌하시오’ 외치고 있습니다.


어쩌다 상도 벌도 통하지 않는 사장이 되셨습니까?

당신이 경찰서에 고소한 사람들 정말 별 볼 일 없던 회사를 이렇게까지 키운 대단한 일꾼들입니다.

YTN은 반년이나 월급 못 받으면서까지 정말 어렵게 그들이 키워온 회사입니다.

그들의 눈물어린 노력이 있어 이 회사는 당신같은 분들이 사장이 되고 싶어하는 회사가 됐습니다. 


YTN 출범 당시 어떤 생각 하셨습니까?

거들떠보기라도 보셨나요?

대한민국 굴지의 언론사에 계시면서

하고 싶은 것 다하셨고, 오를 만큼 높이 오르셨지 않습니까?

저희는 앞으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습니다.


그런 우리를 당신이 막아서고 있습니다.

당신이 온다는 얘기가 들린 이후로 평화롭던 이 회사가

벌집 쑤셔놓은 꼴이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스스로 당신을 사랑하는 길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만이 민영화 막을 수 있다는 말도 이미 실언이 되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민영화를 막겠다는 건

당신을 이곳에 보낸 당신의 주군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YTN과 인연을 맺기로 한 이후 당신께서는

평생 먹은 양의 몇 배가 넘는 욕을 들었을 겁니다.

이렇게 몇 년을 더 사실 겁니까?

이 시기를 지나면 YTN 사람들이 당신을 존경하게 될 까요?

'YTN 사장입니다' 하면서 명함을 건네면 당신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지금보다 많아질까요?

YTN이 당신의 인생에서 뭐 그리 중요한가요?


앞으로도 살아갈 날이 많지 않습니까?

당신을 사랑하세요. 저희에게도 당신에게도 인생은 소중한 것입니다.

부디 YTN과의 인연을 정리하시고

이후부터라도 복되고 아름다운 날들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예의를 갖춘다 했지만 거북한 표현 더러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마음속에 담고 있던 솔직한 심정 전하고자 함이니 용서하소서.

큰 회사에서 큰 일 많이 하신 분이니 저의 충정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다음은 시사저널 파업 당시 제가 금창태 사장에게 썼던 공개 편지입니다


금창태 사장님께서 설 선물을 보내주셨네요.
그것도 무려 두 개 씩이나 보내주셨습니다. 
그저께 하나. 어저께 하나.


하나는 또 저를 위한 징계위원회를 마련하셨다는 것이네요. 
책 만들기도 바쁘실텐데,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 징계위원회네요.
끝없는 배려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특히 명절 직전, 징계위원회 출두 요구서를 보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혹시나 제가 명절을 편하게 보낼까봐, 걱정하셔서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심약해질 대로 심약해진 아내를 자극해주신 것도 더불어 감사드립니다.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이유는 “<PD수첩> 취재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시사저널을 짝퉁이라고 비하하는 등의 발언을 비롯하여 반성의 기미나 개전의 정이 전혀 없이 회사와 경영진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금 사장님, 혹시 저한테 ‘짝퉁 시사저널’을 인정했던 서류를 보낸 것을 기억하시지 못하십니까? 금 사장님은 제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 대해 명예 훼손 소송을 하겠다며 다음과 같은 구절을 담고 있는 내용증명 서류를 보내셨습니다.


“2. 위 기사에는 "편집권의 배타적 소유자인 금 사장과 대체 인력으로 고용된 비상근 편집위원, 그리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일부 유령기자(공식 임명 절차 없이 책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있다)들이 만든 이 책은 경영진이 편집의 전권을 휘둘렀을 때의 패악을 드러내는 증거물이기도 하다"라는 등 회사 및 편집인을 비난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3. 이는 사실을 적시하여 회사의 언론매체로서의 사회적 가치 및 평가를 저하시키고 편집인의 인격적 명예감정을 침해하는 내용들로서 위와 같은 귀하의 행위는...”


3번 내용을 보면 2번 내용이 '허위사실'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즉 '899호가 경영진이 편집의 전권을 휘둘렀을 때의 패악을 드러내는 증거물'이라는 것을 '사실'이라고 금 창태 사장님 스스로도 인정했던 것입니다. 기억이 나지 않으십니까?


금 사장님께서는 징계위원회 출두 요구서만으로는 행여 제가 겁먹지 않을까봐,
내용증명 서류를 하나 더 보내셨더군요.


언론에 ‘짝퉁’이라고 말하는 것은 형법 제 311조 ‘모욕죄’에 해당한다며 이에 대해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을 비롯하여 민사상 책임의 추궁도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사규에 따른 엄격한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 또한 개시할 수밖에 없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셨습니다.

금 사장님의 사려 깊은 배려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금창태 사장님은 저를 너무 편애 하시는 것 같아 다른 선후배 기자들에게 제가 미안합니다.
지난 1월31일 저에게 마지막 주신 징계는 무기정직이었습니다.
그런데 금 사장님은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았습니다.
무기정직이 시작되는 시점을 노조 파업 종료일이라고 명시하셨지요.
즉, 협상이 타결 되어도 저만 특별히 쉴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아는 노무사분께서는 금 사장님의 이 징계에 대해 무릎을 치시며 탄복하시더군요.
“그동안 전혀 듣도 보도 못했던 옵션 징계다. ‘징계 특허’를 출원할 만하다”라고요.


금창태 사장님께서는 징계 전에 저희 장인어른께 전화를 하셔서
제가 처가에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하도록 미리 손을 써 주셨습니다.
이 또한 잊지 않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금 사장님께 너무 많은 은혜를 입은 것 같습니다.
설 지나고 나서 꼭 답례 하도록 하겠습니다.

(설 지나고 눈에 불을 켜고 상식 공부해서
<퀴즈 대한민국>에 출연해 우승하고 상금 2천만원을 받았답니다. ㅋㅋ)


주) '스크롤의 압박'을 감안해서
여기까지만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YTN 사내 게시판에 오른 다른 글도
글이 좋아서
도저히 소개하지 않을 수 없네요.
끝까지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제목 <17층 풍경...>


 
제가 존경하는 선배가 계십니다.

한때 같은 부서에서 상사로 모시기도 했고,

기자 이전에 인생 선배로서 참 좋아했던 분입니다.

무심한 듯 하지만 보이지 않게 후배들을 격려해 주셨고,

때론 따끔한 질책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 분을 요즘 17층에서 마주합니다.

그 분은 구본홍씨를 기다리는 간부들 사이에 서 계십니다.

어떤 얼굴로 선배를 대해야 할 지 여전히 곤혹스럽습니다.

혹시 눈이라도 마주치면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느냐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볼썽사납게 눈물이라도 쏟을까봐,

차마 마주보지 못했습니다.

먼 발치에서 본 선배는 참 고단해 보였습니다.

매일매일 가슴앓이를 하는 것이

'낙하산 반대'를 외치는 후배들만은 아니겠지요.


이미 6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내일과 모레, 앞으로 우리 앞에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 지는 것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소중함을 간혹 잊어버리지만

언론에 있어 '공정성'이란 공기와 같다는 것.

이것이 없이는 언론으로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

YTN을 YTN답게 하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입니다.

지난 60여일의 시간들은

언론인으로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

고통스러웠지만 참으로 귀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 시간들을 함께 한 동료 12명이 사측에 의해 고소됐습니다.

인사불복종에 동참한 24명은 곧 인사위원회에 출석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이들은 대단한 투사들이 아닙니다.

일부 인사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소위 '좌파','운동권'은 더더욱 아닙니다.

YTN을 사랑하고, 방송을 사랑하는,

우리와 함께 지난 십 수년을 열심히 일 해 온 동료들입니다.

이들은 그저 언론인으로서 상식과 양심을 지키고자 한 것 뿐입니다.

이것조차 잘못이 된다면 이 조직은, 우리 사회는 얼마나 부조리한 것입니까?

우리들의 행동을 법적 잣대로 규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 행동에 앞선 우리들의 양심이 옳지 않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 말하는데 상대는 그 진심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이 틈에 득세하려 하는 것인지 오히려 강공을 부추기는 인사들도 있었습니다.

소통을 철저히 거부당한 우리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를 빌미로 선량한 이들을 범법자로 몰아간다면,

그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행위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관계된 사람이 누구이든 YTN의 역사 속에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군림하는 권위는 껍데기일 뿐입니다.

권위란 도덕적 정당성이 뒤따를 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선배들의 침묵은 조직의 권위와 기강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후배들에게 보여주십시오.

부당한 고소와 징계를 철회해 주십시오.

부팀장은 전원 보직 사퇴하고 사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해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구본홍씨,

이제 그만 결단을 내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