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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독설

파시즘의 은밀한 매력, 왜 우리는 파시즘에 빠지는가?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3. 11. 20.


일제 청산이 왜 제대로 안 된 것일까?

새롭게 접근해 볼 방향은 바로...

박정희 군부독재시절에 일제 파시즘 문화를 복원했기 때문이다. 

한민주 박사가 쓴 <권력의 도상학>을 읽으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우리 것으로 알고 있었던 군부독재문화가 사실은 일제시대에 이미 개발된 것이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과거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금주의 저자’로 소개한 적이 있는 주영하 교수의 <식탁 위의 한국사>에 나온 분석을 보면 1930년대 이후 평양냉면 육수를 만드는 데 일본 아지노모토 사의 조미료가 두루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평양냉면 맛을 감별해줄 평양 출신 사람들의 입맛이 왜곡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뿐 아니라 과거도 묻고 따져보아야 한다.



일본이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벌인 1930년대 후반과 1940년대는 군국주의가 극에 달했던 시기다. 일본의 내상도 컸다. 일본의 군국주의를 정신분석학적으로 들여다본 사회심리학자 노다 마사아키 교수는 <전쟁과 인간>에서 그 전에는 1~2%였던 후송병 가운데 정신질환자 비율이 이 시기에는 10배나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식민지 조선은 어떤가.



파시즘 연구자인 한민주 박사(동국대 한국연구재단 연구원)는 이 시기의 시각 문화에 주목했다. 포스터와 광고,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사진을 분석해 파시즘 체제의 권력 이미지를 연구했다. 일제가 ‘국가총동원법’을 공포한 1938년 4월1일 이후의 자료가 분석 대상이다. 한 박사는 방대한 자료를 카테고리별로 묶어 <권력의 도상학>을 엮어냈다. 저자는 조선의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몰기 위해 일제가 임전무퇴의 화랑도 정신을 발굴한 것을, 같은 맥락에서 최승희의 검무를 부각한 것을, 국민체조가 황국신민체조에서 유래한 것을 밝혀낸다. 



식민지 시절 일상의 이미지에서 파시즘을 읽어내게 된 계기에 대해 저자는 “파시즘 담론을 조사하고 연구하던 과정에서 독일·이탈리아·일본의 파시즘과 식민지 조선의 파시즘의 상관성을 발견했다. 독일의 파시즘 관련 서적에서 보았던 이미지와 동일한 이미지를 식민지 조선의 잡지에서도 발견했다. 수확의 기쁨으로 황금빛 밀대를 끌어안고 웃는 여성의 이미지였는데 친근한 이미지를 이데올로기적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선전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이미지 조작은 교묘했다. 그들은 그들의 목적을 위해 우리 전통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저자는 “일본 제국주의 파시즘이 조선 시대 유교적 전통에서 비롯된 가족주의와 농경주의를 그 지배 논리로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가족 단위를 국가 단위로 확장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바꿨다. 자국의 영토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농경 생활을 강조하며 자발적인 공출과 증산을 가능하게 했다”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광복 이후다. 군사정권은 이런 일제의 간교한 이미지 조작을 청산하는 데 주목한 것이 아니라 이를 적극 재활용했다. 이 책이 불편한 것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독재정권 시기에 했던 것이 일제강점기에 연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광복 이후 일본 지배의 잔재를 제거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통치 기술을 그대로 사용한 사례들이 발견되는 것을 보면, 통치 기술의 많은 부분이 변형되면서 명맥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독재정권 시기의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기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유사한 점들이 보인다”라고 평했다.



책장을 덮으면 ‘파시즘의 은밀한 매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왜 사람들이 일제강점기의 향수에 젖는지, 왜 독재를 그리워하는지, 파시즘이 그들의 가슴에 무엇을 남겼는지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몇 가지 문제의식...


- 왜 민완기자 조갑제는 파시즘에 빠져든 것일까? 

- 사람들은 박근혜를 통해 박정희 시대 파시즘의 향수를 느끼려고 한다. 그 향수는 무엇일까?

- 파시즘은 질서정연함을 추구한 인간 심리의 원형과 맞닿은 부분이 있지 않을까?







고상한 지배세력, 구차스런 피지배세력...


간송미술관의 줄이 너무 길어 옆의 성북구립미술관의 '위대한 유산'전을 보았는데... 이 그림이 눈을 붙들었다. 


허주 이징 선생의 그림이라는데... 지배와 피지배의 표상인 듯해 눈을 뗄 수 없었다. 지배란 저렇게 남의 숨통을 조이고도 여유롭고 우아하고 품격있는 것이고 피지배란 저렇게 구차스럽고 옹색하고 주접스러운 발버둥이구나 하는 생각에... 


노동자는 뭐뭐다라고 요즘 청소년들이 묘사하는 단어들이 '거지다' 이런 식이라는데... 묘하게 겹쳤다. 지금의 세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