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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깊숙히 들여다보기

케이블 예능은 어떻게 지상파 예능을 눌렀나?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3. 12. 28.


시트콤과 미니시리즈의 장점 결합한 '응답하라 1994'


막장 드라마들의 어이없는 굴착이 더욱 기승을 부리던 한 해였다. 작가가 ‘데스노트’를 작성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갖은 구실을 대 극중 배역들을 죽이는 드라마(<오로라 공주>)와 며느리를 공개 오디션으로 뽑는 설정의 드라마(<왕가네 식구들>)가 시청률 수위를 기록했다. 


한 출연자는 이렇게 말한다. “암세포도 어쨌든 생명이에요.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세포들도 느낄 것 같아요. 이유가 있어서 생겼을 텐데. 치료 안 받아요. 나 살자고 내 잘못으로 생긴 암세포들 죽이는 짓 안 할래요.” 동성애 캐릭터인 한 출연자는 108배로 동성애를 고쳤다며 또 이렇게 말한다. “절에서 108배를 하고 왔다. 절을 1만 번 넘게 하니 남자들이 눈에 안 들어오더라. 10만 배를 하니까 희한하게 여자들이 예뻐 보였다. 그제야 나도 온전한 남자구나 싶었다.”


막장 드라마는 더 강한 자극을 지향한다. 마치 얼마나 포악하게 소리 지를 수 있는지를 경쟁해 캐스팅된 듯한 주인공들은 드라마 속에서 쉴 새 없이 내지른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한 아침 드라마의 PD는 “우리는 주부가 설거지하고 청소하면서도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든다. 그러다 보니 자주 소리치지 않으면 시선이 안 온다. 신기하게도 소리를 지를수록 시청률이 올라간다”라고 말했다.



<응답하라 1994>(위)는 미니시리즈와 시트콤을 합한 드라마 형식이 독특하다.


 


<응답하라 1994>(위)는 미니시리즈와 시트콤을 합한 드라마 형식이 독특하다. 막장 드라마들이 더 강한 자극으로 경쟁할 때 더 섬세한 자극을 추구해 각광받은 드라마가 있다. tvN의 <응답하라 1994>가 그렇다. 케이블이라는 한계가 있기에 시청률은 10% 이내였지만 <응답하라 1994>는 가장 화제가 된 드라마로 꼽힌다. 특히 타깃 시청자 층인 20~40대에 미친 영향력은 압도적이었다. 


‘응사’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 드라마는 드라마 형식에서도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기존 미니시리즈와 시추에이션 코미디(시트콤)를 합친 형식이다. 빛을 발하는 것은 탄탄한 상황 설정과 캐릭터에 대한 섬세한 심리묘사다. 그리고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그 시절을 철저히 복원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꽃보다…’ 시리즈와 ‘응사’ 만든 이우정 작가의 관찰력 


‘응사’가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우정 작가가 정통 드라마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예능 작가 출신으로 tvN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를 집필했다. 리얼리티 체험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 작가는 요즘 대세라고 하는 ‘관찰 예능’에 능하다. 관찰 예능의 핵심은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부각하고 캐릭터들 간의 갈등과 긴장을 포착해서 이를 중계하는 것이다. ‘응사’는 이 같은 관찰 예능의 흥행 공식을 효과적으로 대입한 드라마다. 이 작가는 자신이 익숙하고 잘하는 방향으로 시청자들의 관전 포인트를 끌고 왔다. 이 작가와 함께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를 제작한 나영석 PD는 그녀를 “괴물 같은 작가이고, 늘 발전하는 작가다”라고 평가했다.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응답하라 1994>를  성공시키고, <꽃보다 할배>에 이어 <꽃보다 누나>까지 흥행시킨 이우정 작가로 인해 방송가 판도가 바뀌고 있다. tvN은 <꽃보다 누나>와 <응답하라 1994>를 금요일 밤에 연속으로 편성해 지상파와 정면 승부를 걸었다. 지상파 위주의 시청 패턴을 바꿔보겠다는 것인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광고료가 두 배 이상 수직 상승했다.



주) 아래는 케이블 예능이 지상파 예능을 능가하게 된 것에 대해 4가지 이유를 들어 분석한 글입니다. 두 달 정도 된 글이라 시점이 조금 안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케이블과 지상파, 평일 예능부터 역전되다 


겉으로 보기에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은 지금이 황금기로 보인다. <무한도전>이라는 지존을 보유한 MBC는 <아빠 어디 가>와 <일밤-진짜 사나이>가 연이어 히트하면서 다시 예능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는 여전히 휴일을 마무리하는 프로그램이고, 시청자들은 SBS <정글의 법칙>을 보며 김병만의 서바이벌 기술에 환호한다.


그러나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주말 가족 시간대에 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평일 저녁 시간대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신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채널의 약진이 눈에 띈다. 화요일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11월12일 JTBC <유자식 상팔자>의 전국 가구 시청률은 3.8%였다(TNMS).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인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의 시청률 6.9%와는 차이가 크지만 SBS <심장이 뛴다>의 시청률 4.5%에는 근접했다. 특히 <유자식 상팔자>의 시청률은 계속 상승세이기 때문에 조만간 역전도 점쳐볼 수 있다.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가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화요일 밤 시간대에는 SBS가 고전하고 있다. SBS는 지난 10월 시청률이 낮은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를 폐지했다. 후속작인 <심장이 뛴다>는 소방관 체험 프로그램으로, 군대 체험 프로그램인 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아류작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실제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금요일 밤 역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고전하는 날이다. SBS <정글의 법칙>이 버티고 있지만 케이블과 종편의 기세가 무섭다. tvN의 <응답하라 1994>가 7%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매주 화제에 오르고 있다. JTBC <마녀사냥>도 매주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11월8일의 시청률은 2.75%(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닐슨코리아 조사)였다.


이런 접전은 토요일 밤까지 이어진다. <응답하라 1994>와 쌍벽을 이루며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JTBC <히든 싱어 2>는 6.2%의 시청률로, MBC <세바퀴>의 6.9%, KBS 2TV <인간의 조건>의 7.7%,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6.2%에 뒤지지 않는다. 가장 시청률 전쟁이 치열한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 시간에 케이블과 종편은 지상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한다. 



정치·연예 비평 토크로 인기를 끌고 있는 JTBC <썰전>



수도권·유료가구에서 케이블 시청률 강세


핵심 시청자 층을 비교해보면 간격이 더욱 좁아지거나 심지어 역전된다. 전국 가구가 아닌 수도권 가구, 유료 매체 비가입 가구가 아닌 가입 가구, 전 세대가 아닌 20~49세의 시청률을 보면 tvN의 <꽃보다 할배>나 <응답하라 1994>는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주춤하고 케이블·종편의 예능 프로그램이 약진하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대목은 CJ E&M 그룹의 tvN과 중앙일보사가 소유한 JTBC의 라이벌 구도다. 두 채널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면서 시청률을 쌍끌이하는 양상이다. 채널 설립 당시부터 ‘수도권·유료가구·20~49세대’의 시청률에 주목했던 tvN은 이 세대의 감수성에 맞는 시리즈물을 계속 제작한다. 후발 주자인 JTBC는 ‘젊은 채널’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tvN은 가장 많은 시즌제 프로그램을 보유한 채널이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벌써 12시즌째 방영 중이다. <슈퍼스타 K>가 다섯 번째 시즌이고, <SNL 코리아>는 네 번째 시즌이다. <응답하라 1997>은 <응답하라 1994>로, <꽃보다 할배>는 <꽃보다 누나>로 이어졌다. 속편이 계속 제작된다는 것은 tvN이 타깃 시청자 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JTBC의 <마녀사냥>(아래)은 네 남자가 여성의 심리에 대해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이다.



JTBC의 <마녀사냥>은 네 남자가 여성의 심리에 대해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이다.

시즌제를 안착시킨 것과 함께 꼽을 수 있는 tvN의 강점은 바로 핵심 프로그램의 파괴력이다. <슈퍼스타 K> 시리즈와 <꽃보다 할배>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서 tvN은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친 원경험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코미디 빅리그>로 MBC나 SBS가 만들어내지 못한 KBS <개그콘서트> 대항마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콘텐츠 제작 역량이 충분히 검증된 셈이다.


tvN과 함께 주목할 채널로 JTBC가 꼽히는 이유는 ‘수도권·유료가구·20~49세대’ 시청자층에서 JTBC가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시청률은 MBN과 TV조선이 JTBC보다 높다. 하지만 광고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 성향이 높은 타깃 시청자 시청률에서는 JTBC가 발군이다. 또한 경쟁이 치열한 프라임 시간대의 시청률이 좋다. 다른 종편 채널이 드라마를 포기할 때도 JTBC는 거액을 주고 김수현 작가를 영입해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해왔다.


2년 전인 2011년 12월1일 종편이 출범할 때 지상파 방송 PD들은 ‘가장 위협적인 종편 채널’로 주저 없이 JTBC를 꼽았다. 다른 종편과 달리 확실한 채널 전략을 가지고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편이 개국하고 JTBC는 다른 종편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 채 시청률이 오히려 뒤져서 고전했다. 그러나 개국 2주년을 앞두고 확실한 예능 채널로 떠올랐다.





케이블과 종편의 예능은 약진하고, 지상파 예능은 부진한 이유를 당사자 격인 케이블·종편·지상파 편성 책임자와 제작 PD들에게 물었다. 이들은 원인을 대략 네 가지로 꼽았다.



 지상파는 플랫폼 변화에 적응 더뎌


tvN의 신종수 편성팀장은 마인드의 차이를 지적했다. “CJ E&M 계열의 연출가들은 프로그램 제작이 콘텐츠 비즈니스라는 확실한 마인드가 있다. 이 프로그램의 소비자가 누구인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를 마케팅 조사로 정확하게 파악한 뒤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그 결과 비록 시청자들이 ‘본방 사수’를 못하더라도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 개인화된 플랫폼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다시 보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정확한 마케팅 조사는 바로 시청률로 연결된다. 신종수 팀장은 <꽃보다 할배>의 성공 요인에 대해 “시청자 조사에서 두 가지 경향성이 확연히 나타났다. 구성이 잘 짜여 있지만 작위적인 프로그램보다는, 구성이 느슨하지만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을 원한다는 것과, 바뀐 실버 세대는 계속 젊은 세대의 취향에 머무르고 싶어서 쿨한 마인드를 갖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분석 결과를 기획에 적극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상파 방송 연출자는 이런 변화에 둔감하다. 한 SBS 예능 PD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강자는 플랫폼의 변화에 적응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제 다중을 겨냥하는 종합편성 혹은 종합방송의 시대는 가고 있다. 적극적 소비층을 타깃으로 한, 더 트렌디하고 더 적극적인 프로그램이 살아남는다. 케이블과 종편의 예능 콘텐츠가 더 소비된다는 것은 그것이 그런 흐름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지상파 출신 PD들, 케이블·종편 적응에 성공


<꽃보다 할배>(나영석 PD), <썰전>(여운혁 PD), <마녀사냥>(김석윤 PD), <유자식 상팔자>(성치경 PD), <히든 싱어 2>(조승욱 PD) 등 요즘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종편이나 케이블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연출가가 지상파 출신 PD라는 점이다. 이것은 지상파 출신 PD들이 종편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송원섭 JTBC 홍보마케팅 팀장은 “지상파 출신 PD들이 종편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그들은 더 이상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다. 종편의 체질과 특성에 맞으면서도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KBS 2TV에서 <1박2일>을 연출했던 나영석 PD의 <꽃보다 할배>가 이룬 성취다. 지상파 프로그램 못지않은 시청률과 많은 화제를 낳은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케이블·종편 채널에서 제작비 부담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외부 로케이션 촬영을 시도해 성공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 촬영을 통해 비주얼에서 새로움을 보여주었고, 다른 예능 PD들이 아이들 육아를 활용할 때 노인을 소재로 삼았으며, 지상파 예능의 대세인 ‘관찰 예능’이 케이블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JTBC의 <히든 싱어 2>.




 실험해야 사는 곳 vs 실험하면 죽는 곳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특징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베끼기’다. <꽃보다 할배>의 아류작인 단체 여행 예능, <진짜 사나이>의 아류작인 직업 체험 예능, <정글의 법칙>의 아류작인 야생 체험 예능, MBN이 성공시킨 <황금알> <동치미> <아궁이> 등 ‘떼토크’ 예능의 아류작이 범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증된 모형으로 쉽고 안전하게 가려고만 할 뿐 새로운 실험은 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난이 인다.


한 외주제작사 대표는 “기획안을 볼 때, 케이블이나 종편 기획자는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려고 하는 반면, 지상파 기획자는 ‘비슷한 것’을 찾아내려고 한다. 기획안이 프로그램으로 제작되려면 담당 PD뿐 아니라 CP(책임 PD), 국장, 본부장의 판단을 거쳐야 하는데 지상파는 여기서 유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검증된 ‘비슷한 것’만 찾는다. 이에 비해 케이블이나 종편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것’에 목을 맨다”라고 비교했다.


지상파 예능 PD들의 고충도 있다. 편성 자체가 채널의 안정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파일럿 프로그램(비정규 편성)’의 경우 좋은 시간대에 편성되기가 어렵다. 기껏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되지 않아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고 그렇게 되면 실험정신이 위축되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우는 케이블이나 종편의 편성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유자식 상팔자](아래)는 6%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 김교석씨는 “실패에 드는 비용이 싸기 때문에 케이블과 종편은 다양한 실험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로 가면 몇 년 안에 지상파와 콘텐츠 우위가 바뀔 것이다. 타깃이 넓은 프로그램은 점점 살아남기 힘들고, 당장은 실패하더라도 타깃을 정확히 겨냥하는 능력을 키운 케이블과 종편 쪽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라고 전망했다.



 지상파에선 안 되는 게 케이블·종편에서는 된다


지상파 예능 PD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케이블·종편 예능 PD보다 불리한 점은 또 있다. 바로 소재의 제약이다. 지상파에서 소재로 삼으면 ‘그런 것을 왜 방송에서 하느냐’고 곧바로 시비가 붙을 만한 것도 케이블이나 종편에서 하면 ‘케이블과 종편은 원래 자유로운 곳’이라며 문제 삼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다. 대표적인 경우가 SBS 추석 특집 프로그램 <송포유>다. 문제 학생들을 합창으로 치유하는 한국판 ‘엘시스테마’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폭력 학생을 미화한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성을 다루는 19금 소재’ ‘욕설이나 폭력적인 소재’ ‘정치적인 소재’ 등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금기다. 반면 케이블과 종편에서는 마치 음식을 만들 때 쓰는 MSG(화학조미료)처럼 프로그램의 흥미를 높이는 도구로 쓰인다. 남자친구의 성기를 자동차의 기어처럼 만진다는 여성의 사연도 버젓이 방송을 타고, 주요 캐릭터가 ‘국민 욕동생’이 될 만큼 욕설이 난무하는 프로그램도 시청률 최고 프로그램에 등극한다. 정치를 희화화하고 정치인들이 나와 심하게 웃고 까불어도 별로 문제 삼지 않는 추세다.


이번 겨울에 케이블과 종편은 편성을 더욱 강화해서 지상파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낸다. tvN은 <꽃보다 할배> 후속작인 나영석 PD의 <꽃보다 누나>를 <응답하라 1994>와 연이어 편성함으로써 금요일 저녁 시간대를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시청률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종편 방송사들은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드라마 제작에도 나설 예정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겨울이 더욱 혹독해질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