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고향’을 만드는 ‘마을 캠핑’을 제안합니다.
저는 캠핑 초보입니다. 장비가 부족해 겨울에는 주로 글램핑장을 이용합니다. 그러다 평소 구상하던 ‘고향만들기’가 캠핑/글램핑을 통해서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생각을 정리해 올립니다.
요즘 아이들은 고향이 없습니다. 고향이 꼭 시골일 필요는 없지만, 끝없이 변신하며 기억을 밀어버리는 도시를 고향이라고 생각하기엔 2% 부족합니다. 그래서 캠핑 가는 마을을 ‘마음의 고향’으로 만드는 ‘마을 캠핑’을 제안해 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캠핑 한 번 다녀오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그 동네 어르신들과 소통해 ‘마음의 고향’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지요.
아래 아이디어를 여러분의 고향마을에 한 번 적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이런 고향을 남겨주는 것 아닐까요? 이런 일은 애정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일인데... 고향을 위해서라면 한 번 해볼만한 일 아닐까요?
1) ‘고향 만들기’를 위한 ‘마을 캠핑’
그 동네에서 생산한 쌀/고구마/감자 먹는 캠핑 해보셨나요? 저도 안 해봤습니다. 하지만 해보고 싶습니다. 지난 주말에 양평군 용문면의 별내마을에서 딸기체험/당나귀체험을 하고 왔습니다. 체험마을 사무국장을 하는 김재훈 님이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분이라 다녀왔습니다. 아이가 딸기 수확도 좋아하고 당나귀 타고 마을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더군요.
김재훈 님은 잔디구장이 조성된 마을 공터를 글램핑/캠핑장으로 만들어 체험마을을 더 활성화 시키겠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숙박을 해야 체험마을 유지를 할 수 있는 매출이 나올테니까요. 마을 주민들이 글램핑/캠핑장을 직접 운영하면 흥미로운 모형이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캠핑/글램핑에서 동네 주민은 객체였습니다. 캠핑장 주인하고만 소통하고 오고 그들은 타자였습니다. 이런 '마을캠핑'이 들어서면 객체였던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것이니 재밌을 것 같습니다.
캠핑 온 사람들에게는 '마음의 고향'을 제공해주고... 캠핑 가서 현지 농수산물을 구입해서 먹는 것을 '공정캠핑'이라고 해서 요즘 장려되고 있는데. 마을 주민들이 직접 캠핑장을 운영한다면 그 마을에서 나는 쌀과 고구마 감자를 패키지로 판매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1-1) 별내마을이 캠핑에 유리한 이유
별내마을은 용문면 ‘삼성2리’에 속하는데, 삼성에서 ‘1사1촌 맺기 사업’의 일환으로 체험관을 지어주고 잔디구장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캠핑을 하려면 화장실/샤워실/싱크대 등 공동 시설이 필요한데 그런 것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잔디주장 주변으로 텐트를 설치하기 좋게 되어 있습니다.
다른 마을에서도 마을회관을 활용하면 마을캠핑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마을 회관에는 방이 있고 부엌이 있고 화장실이 있습니다. 이 시설을 체험관으로 바꿔놓은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용자가 적습니다. 이런 마을회관을 ‘마을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편의시설로 이용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2) 농산물이 아니라 농사를 사면 어떨까요?
농산물이 아니라 농사를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이런 겁니다. 마을에 가서 사과를 사면 농산물을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과나무를 사면 농사를 사는 것이 됩니다. 사과나무를 아주 사는 것이 아니라 1년 치만 사는 것입니다. 사과나무 한 그루를 사서 그해 열리는 사과를 전부 갖는 것입니다.
재밌지 않을까요? 다른 계절에 캠핑 가서 자기 사과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밌지 않을까요? 잘 크라고 퇴비나 거름도 좀 갖다주고... 그러면서 애정을 기울여보면 아이들 정서에도 좋지 않을까요? 농민들 입장에서도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구요.
그런다음 수확하면 1년 농사를 산 것이니까, 자기 이름으로 포장해서 지인들에게 선물하면 멋지지 않을까요? 완벽하게 자신이 기른 것은 아니지만 1년 동안 관여했으니 자기 이름을 붙여서 선물하는 것이 그리 오버는 아닐 것입니다. ‘마을 캠핑’을 하면 이런 소소한 재미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2-1) 귀농/귀촌 학교 운영도 가능할 것입니다.
귀농이나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이 계절마다 마을을 찾아서 차근차근 농사를 배우고, 시골생활을 익힌다면 나중에 귀농/귀촌할 때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요? 캠핑/글램핑 하면서 정을 쌓은 다음에 나중에 아예 들어와서 사는 겁니다. 그러면 귀농/귀촌의 여러 장벽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3) 별장도서관을 만들어 봅니다.
‘마음의 고향’을 만드는 ‘마을 캠핑’이라면 그 마을에도 기여를 해야겠죠?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바로 ‘별장도서관’ 컨셉입니다. ‘별장도서관’이란 일종의 원격 ‘공유 책장’입니다. 자신의 책을 100권 정도 기증해서 자기 이름을 단 책장을 마을회관에 설치하는 것입니다. 몇 십 명만 동참해도 멋진 ‘마을 도서관’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제가 ‘기적의 책꽂이’라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약 11만 권의 책을 모아서 전국에 기부해 보았습니다. 그때 내린 결론은 ‘부의 재분배’ 뿐만아니라 ‘책의 재분배’도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이 대도시에만 몰려있습니다. 농촌에는 책이 없고, 책을 사러 가기도 힘들도, 책이 있는 도서관은 이용하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런 ‘마을도서관’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3-1) 책과 장작을 교환해 주자.
책을 소량으로 기부하는 사람은 장작과 교환해주면 어떨까요? 어차피 캠핑 가면 장작이 필요하고, 주로 현지에서 구매하게 됩니다. 그런데 집에서 남는 책을 가져가서 장작과 교환하면 재밌지 않을까요?
4) '마을 아티스트'를 두자
캠핑/글램핑장이 자리를 잡으면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도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나가는 과객'처럼 아티스트가 일정 기간 동안 이곳에 머무르는 겁니다. 그리고 마을과 관련된 것을 예술적으로 표현해 주는 겁니다. 화가라면 벽화를 그릴 수도 있겠고, 시인이라면 시를 지어주고, 음악가라면 노래를 만들어 줄 수 있겠죠.
'마을 아티스트'의 역할은 잘 노는 것입니다. 그래서 잘 놀아보고 그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도 주면 됩니다. 마을의 개 중에서 어떤 개가 가장 사나운지, 석양을 보는 곳은 어디가 좋은지, 더울 때 어디가 시원한지, 밥 먹고 산책하기에는 어느 길이 좋은지, 그런 마을 정보를 제공해주면 좋겠죠.
4-1) 마을 캠핑/글램핑장 관리는 공익근무 아이템으로도 괜찮지 않을까요? 읍사문소 면사무소에서 행정 보조직으로 일하는 공익근무요원이 많던데... 그런 것보다는 이런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창조적이고 인생의 경험으로도 더 값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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