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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발견/캠핑 & 글램핑

왜 사고는 글램핑장에서 났는데 정부는 캠핑장을 규제하려는 것일까?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5. 7. 3.





지난 3월 강화도 글램핑장에서 끔찍한 화재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두 가족이 참담한 변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야영장법 시행규칙을 만들면서 글램핑장은 예외로 하고 캠핑장만 규제하겠다고 합니다. 

무슨 까닭일까요? 


(이 글을 글램핑장도 캠핑장처럼 규제하라, 라는 내용으로 읽지 않았으면 합니다. 

글램핑장처럼 캠핑장에도 자율권을 주라는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아주 멋진 공무원들을 보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야영장법 시행규칙을 만드는데 텐트 내 전기와 화기 사용을 금하겠다는 것입니다.

캠핑 열풍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는 정책이지요. 

아마 대한민국 캠퍼 아빠들은 '캠핑을 하지 말라는 얘기구나'라고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그린벨트에 캠핑장을 허가하겠다고 할 정도로 열심인데 문체부 공무원들이 소금을 제대로 뿌린 셈입니다.

저도 캠핑할 때 되도록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고, 텐트 내에서 화기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단순히 전기와 가스를 사용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평범한 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일을 태연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캠핑장에서 전기를 해체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한국 캠핑계의 대마인 '가족형 캠핑'이 반토막 납니다. 

계절별로 기후가 다르고 일교차가 심해서 한국의 아빠들은 대부분 전기요나 담요에 의지합니다. 전기를 안 쓰려면 좋은 침낭이 있으면 되는데 비싸서 사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전기 사용 문제는 문체부 공무원들과 야영장법 비대위 간의 공청회에서 무조건 금지에서 최소한의 사용을 가능하게 하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개별 분전함을 설치해서 안전을 도모할 수도 있을텐데 시행규칙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진짜 문제는 이것입니다. 

문제는 국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 시행규칙이 시행되면 앞으로 캠핑장 주인은 이용자들의 텐트 안을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텐트 안에서의 화기 사용을 금지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예전에 여관 인검하는 것처럼... 


심약한 캠핑장 업주들이 텐트 검열을 하지 않더라도 아버지들은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됩니다.  

만약 날이 추워서 아버지들이 텐트 안에서 가스 버너나 석유난로를 켠다면 이분들은 범법자가 됩니다.


이 시행규칙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글램핑장을 예외로 한다는 부분입니다. 


문체부 공무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진짜 엿먹인 부분은 글램핑장은 예외로 하겠다는 부분입니다. 

불은 글램핑장에서 났는데 규제는 캠핑장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안전을 외쳤던 대통령에게 빅엿을 먹이는 부분입니다.


정부는 글램핑장을 예외로 하면서 '연기감지기 설치, 누전차단기 설치, 소화기 비치, 방염천 텐트 사용'을 조건으로 걸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글램핑장이 안전해 질까요? 


저런 시설을 한 글램핑장이 안전할까요?

아니면 아무런 시설을 하지 않지만 얇은 텐트를 이용하는 캠핑장이 안전할까요?


<위기탈출 넘버원>을 보면 텐트 안에서 화재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행동 요령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첫번 째 해야 할 일은 탈출하는 일입니다. 

출구도 못찾는데 소화기를 찾을 수 있을까요?(<위기탈출 넘버원>은 불이 나면 텐트를 칼이나 날카로운 물체로 찢고 나오라고 하고 있습니다. 글램핑 텐트는 두꺼워서 이것이 어렵겠지만요. 입구 지퍼에 발광시설이라도 해둬서 어두워도 잘 보일 수 있게 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겁니다.)

방염처리를 하면 안전할까요? 글램핑장 안의 침대와 카펫을 비롯해 인화물질이 천지인데...

 

글램핑장 텐트는 커서 난방이 힘들기 때문에 전기와 화기 사용이 필수불가결합니다. 

그리고 글램핑장을 이용하는 사람은 캠핑 경험이 없거나 캠핑 초보인 사람이 많은데 캠핑장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보다는 숙련된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서 글램핑장은 안전에 취약한 사람이 이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위험에 노출된 글램핑장 텐트는 예외로 하고 캠핑장 텐트는 규제하겠다는 것이 형평성에 맞을까요? 


(캠핑장도 글램핑장처럼 소화기를 비치하도록 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에 문체부 공무원은 그럼 술을 마신 캠퍼가 소화기를 흉기로 사용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 글램핑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럴 위험이 없는 것인가요?)


글램핑장 이용료는 캠핑장 이용료보다 훨씬 비쌉니다. 

대신 이용자들은 업주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요구합니다. 

위험에 대해서도 글램핑장은 업주가 대비해 주어야 합니다.


글램핑장 화재 사건이 났을 때 대부분 글램핑장 업주를 욕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사건이 캠핑장에서 났다면 어떨까요? 

아마 캠퍼의 부주의를 탓했을 것입니다. 

캠핑은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이니까요. 

사람들이 글램핑장을 이용할 때는 '서비스'를 제공받으러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임이 업주에게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캠핑은 기본적으로 캠퍼의 책임입니다.


문체부 공무원들과 캠퍼들과의 만남 자리에 참관하고 제가 얻은 결론은 정부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것은 ‘안전’이지만 이면적으로 원하는 것은 ‘돈을 쓰는 캠핑의 활성화’라는 것이었습니다. 

문체부 담당 공무원은 ‘앞으로 큰 캠핑장 위주로 재편되도록 유도하겠다’라는 말을 직접 하기도 했습니다. 


자 이렇게 캠핑장은 규제하고 글램핑장은 규제를 안 하면 캠핑장 갈 사람들이 캠핑장에 안 가고 글램핑장으로 갈까요??? 

아마 캠핑장이 아닌 일반 노지나 오지를 찾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불어난 캠핑인구가 그런 식으로 캠핑을 한다면 자연훼손이 불가피합니다. 


정부가 규제를 만들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20여년 전 취사금지법이 우리나라 캠핑 산업을 후퇴시키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면 일본은 그때 캠핑 열풍이 불어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도 갖게 되었습니다. 


세 가지는 다시 검토되어야 합니다. 

1) 글램핑장은 예외로 하고 캠핑장만 규제하겠다고 하는 것

2) 캠핑장 업주의 책임을 물어 업주가 캠퍼의 텐트 안을 살필 수 있도록 하는 것

3) 글램핑장과 대형 캠핑장 위주로 산업구조를 몰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