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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판 위원회/키 작은 영화들

가을에 볼만한 프랑스영화 5편을 소개합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4. 9. 30.

가을에 볼만한 프랑스영화 5편 


프랑스영화는 가을에 봐야 제맛이죠. 

올해 개봉한 프랑스영화(혹은 합작영화) 중에서... 

제가 본 작품들 소개합니다. 

<프렌드: 하얀 거짓말>을 제외하고는 IPTV에서 VOD로 보셔야 할 듯. 





<프렌즈: 하얀 거짓말>


가을은 프랑스 영화를 보기 좋은 계절이다. 특히 <프렌즈:하얀 거짓말>은 ‘프랑스 영화를 보면 졸린다’는 사람들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작품이다. 내용은 매년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는 친구 8명의 애정과 욕망과 질투가 얽히고설킨 이야기다. 인간의 욕망과 욕구, 집착과 질투, 허영과 과시욕에 솔직하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여유가 있고 성숙하게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랑스 영화의 장점이 잘 살아 있다. 서로 배려하고 챙겨주는 친구처럼 보일지라도, 알고 보면 서로 ‘하얀 거짓말’을 주고받는 ‘적당히 먼’ 사이일 수도 있음을 일깨운다.


개성 강한 친구 루도가 휴가 직전 오토바이 사고로 입원했지만 친구들은 그를 중환자실에 남겨두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는 동성애 문제, 사랑과 우정의 문제, 기부와 속물근성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여러 에피소드가 발생한다. 틈이 벌어지면서 여유로웠던 한 달 동안의 휴가는 갈수록 악몽이 된다. 그 불협화음이 흥미롭다. (9월25일 개봉)





<님포매니악> 


‘님포매니악(Nymphomaniac)’은 여자 색정광을 뜻한다. 친구와 함께 기차를 탄 ‘조’는 누가 남자와 더 성관계를 많이 하는지 시합을 벌인다. 이후 다양한 섹스 편력을 거친 그녀는 거리에 쓰러진 자신을 구해준 ‘샐리그먼’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일 밤 시간을 나눠 많은 남자들과 관계한 이야기,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고도 흥분했던 이야기, 유부남과 관계하면서 어떻게 한 가정을 파괴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죄인이라고 말한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이번에도 충격적인 작품을 들고 왔다. 섹스를 삶의 본능인 ‘에로스’가 아닌 죽음의 본능 ‘타나토스’로 다루는 점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섹스는 죽어야 하는 이유, 죽음과 닮은 것, 죽음으로 가는 길로 묘사된다. 그러면서 가장 원초적인 성욕을 풀어내는 방식이 세상 모든 일을 풀어내는 방식과 닮았다는 것을, 섹스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래 4시간짜리인 영화를 두 편(볼륨 1, 볼륨 2)으로 나눴다.





<엄마와 나 그리고 나의 커밍아웃>


나는 동성애자다. 그런 나를 엄마는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준다. 그런 엄마에게 좋아하는 남학생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고 여자보다 더 여자처럼 보이기 위한 고민도 나눈다. 엄마는 친절한 편은 아니지만 사려 깊은 편이어서 이런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 방법도 제시해준다. 그래서 다른 형제들의 구박과 남자답게 굴라는 아빠의 압박을 극복하게 해준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가 동성애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건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왜 동성애자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나는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엄마였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 엄마를 더 사랑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 사랑을 부정한 것이었다. 


이런 자기 고백을 수다스럽게 들려주는 ‘남자 이다도시’ 같은 주인공 역을 능청스럽게 해내는 기욤 갈리엔은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스타 다이앤 크루거가 카메오로 출연했다.





<탐 엣 더 팜>


아들이 죽었다. 아들의 장례식에 아들이 죽기 전까지 함께 지냈던 친구가 온다. 그 친구로부터 엄마는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하지만 친구는 아들에 대해 사실대로 이야기해줄 수 없다. 단순히 아들의 친구가 아니라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아들(기욤)의 친구이자 연인인 탐이 장례식 참석을 위해 농장에 내려와서 겪는 일들을 보여준다. 기욤의 형은 탐을 압박해 기욤이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을 숨기라고 강요한다. 그러면서 가상의 여자친구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시킨다. 엄마가 보고 싶어했던 동생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것이다. 매우 폭력적으로 이를 강요하는 기욤의 형은 심지어 탐을 성적으로 학대하기까지 한다. 탐은 농장을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어느덧 농장의 일부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 동성애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건드린다. 영화를 연출한 자비에 돌란 감독이 직접 탐 역으로 출연한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사랑의 유효기간은 몇 년일까? 그 유효기간이 3년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작가가 있다. 사랑이 시한부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작가는 이름을 얻는다. 그런데 이 말을 헛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중 한 명이 바로 그가 사랑하는 여성이다. 그녀는 이 작가의 책을 쓰레기라며 혐오한다. 필명을 쓰며 실체를 숨겼던 작가는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는데, 문학상을 받는 자리에서 편집자가 공개하는 바람에 그만 세상에 알려지고 만다. 혐오했던 작가가 바로 자신의 남자친구라는 것을 알게 된 여성은 당장 짐을 싼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은 수다스럽다.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의 유효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끊임없이 떠들어댄다. 그런 면에서 프랑스적이다. 하지만 예쁜 여배우들이 줄지어 등장하고 해피엔딩을 향해 맹렬히 달려간다는 점에서는 여느 프랑스 영화와 사뭇 다르다. 프랑스 영화의 성숙미와 젊은 에너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쉘부르의 우산>의 미셸 르그랑이 음악을 맡았다. (2월13일 개봉)


그리고 퍼포먼스 <기원의 거울>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의 한 전시실, 중앙에는 구스타브 쿠르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세상의 기원’이 전시되어 있다. 금빛 원피스를 입은 미모의 여성이 그림 앞에 앉아서 치마를 걷고 다리를 벌린다. 그런 다음 태연하게 자신의 성기를 관람객들에게 보여준다. 미술관 직원들이 달려와 만류하지만 여성은 성기 노출을 계속한다. 삼삼오오 모여든 관람객들은 박수를 친다. 


성기 노출 퍼포먼스를 벌인 여성은 드보라 드로베르티스(Deborah De Robertis)라는 벨기에 예술가였다. ‘기원의 거울’이라고 명명한 이 퍼포먼스를 벌인 이유에 대해 그녀는 ‘여성의 성기를 그리는 것은 예술이고 보여주는 것은 왜 외설이냐’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오르세 미술관 측은 “예술이냐, 외설이냐가 아니라 미술관 규칙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의 문제다”라고 규정했다. 유튜브와 그녀의 페이스북에 다양한 응원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동료 예술가들은 응원하는 의미로 그녀의 퍼포먼스를 기리는 작품을 제작해 보내주기도 했다(그림). (유튜브 퍼포먼스 동영상:http://www.youtube.com/watch?v=pV_0KJb0o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