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재밌게 보는 법
(그날그날 리뷰 - 11/11 -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는 잘 만든 영화다.
물리학적 지식이 있다면 더 재밌게 볼 수도 있겠지만...
물리학이 영화 감상에 장벽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잘 만든 영화다.
인터스텔라를 보려면 물리학의 기본을 알고 봐야 한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그냥 신앙의 영역처럼... 이해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면서 보면 된다.
영화적 설정으로 생각하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보면 감상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철학적으로 읽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하게 철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철학적으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나에게 이 영화는 방점과 시점에 대한 영화였다.
정의의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
시점과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
이런 부분에 대해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영화다.
이 영화에는 우주 괴물이 안 나온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절대자도 없다.
압도적인 우주적 재앙이나 캐릭터 끼리의 절대적 갈등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시간여의 시간 동안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보게 된다.
그것은 실존적 고민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자녀를 지구에 놓고 우주에서 해결책을 가져오기 위해서 나가는 아빠와...
가망 없는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답을 찾기 위해 딸을 보내는 아빠는 방점을 찍는 곳과 관점이 다르다.
<인터스텔라>에는 다양한 부딪침이 있다.
그 부딪침은 악한 존재와 선한 존재 사이에 발생하지 않는다.
너의 정의와 나의 정의가 달라서...
너의 시점과 나의 시점이 달라서...
너의 관점과 나의 관점이 달라서... 차이가 생긴다.
정의의 방점을 나에게 찍는 사람과 우리에게 찍는 사람과 자녀에게 찍는 사람...
기준점을 과거에 찍는 사람과 현재에 찍는 사람과 미래에 찍는 사람...
답을 여기서 구하는 사람과 저기서 구하는 사람...
그 부딪침을 보여준다.
과학적 가치에 대한 전복도 재밌다.
과학을 활용한 영화지만 과학에도 질문을 많이 던진다.
객관이 주관보다 뛰어난가, 그런데 객관이 가능한가 등등 객관과 주관에 대해서...
여러가지 변증법도 나온다.
인간에게서 부정적인 것을 제거하는 것은 긍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에게서 부정적인 것을 제거하면 그것을 피하기 위해 발휘되는 긍정적인 가치도 발휘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로봇보다 뛰어난 것, 삶에 대한 본능 때문... 혹은 겁이 많아서 일 수도 있는 것처럼...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숭고한 목적은 과연 숭고한가? 숭고한 목적을 위한 과정은 숭고한가? 나의 숭고함을 위해서 너의 숭고함을 희생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러면 너의 희생은 숭고해 지는 것인가???
이 영화가 상대성 원리에 대한 영화라면...
단지 시간의 상대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의 상대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철학자들이 이 영화에서 무엇을 읽어내는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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