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봉일에 맞춰 <1987>을 보았다.
촛불집회에 쪽수 하나 더하는 심정으로.
2) 대서사시를 쓸 수 있는 감독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우리가 서사력을 키운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3) 영화는 물었다. 태극기의 주인은 누구인가, 애국가를 부를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라고. 애국을 언급할 자격에 대해서 묻는다. 그때 너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거기에 있었느냐고.
4) 한 사람이 바꾼 역사가 아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라며 역사의 바통을 넘겨준다. 시사저널 파업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인가, 라고 자문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렇게 역사의 이어달리기는 '여기까지만'이 모여 어느새 종착점에 닿는다.
5) 주인공과 조연과 단역의 무게가 차이나지 않았다. 그 모든 존재가 알알이 박힌다. 모두가 역사의 성채에 벽돌 하나 얹는다는 생각으로 함께 했다는 것을, 감독이 영화로 챙겨주었다.
6) 1987년과 2017년은 하나다. 1987년에 시작해 2017년에 마무리지었다. 우리가 역사에 무임승차한 것이 아니라 어떤 비용을 치렀는지 증거한다. '주류교체'를 보여주는 상징 투쟁의 백미다.
7) 이미 우리 역사가 각본 없는 시나리오였다. 여기에 잘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잘할 수밖에 없는 배우를 세웠다. 우리의 역사가 이미 영화였고, 감독은 다만 거들었다. 웰메이드 현대사를 그린 웰메이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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