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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판 위원회/키 작은 영화들

영화 <생일>은 현실을 왜곡했다. 현실은 더 가혹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9. 3. 29.

<생일>은 왜곡이 심한 영화다. 우리는 영화에서처럼 세월호 유가족에게 따뜻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유가족에게 조건 없는 위로를 보낸 시간은 고작 한 달 남짓이었다.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아 유가족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주겠다는 지방선거 후보가 나타났다.


보상금을 기웃거리는 작은아버지, 아이를 잃은 엄마의 통곡을 참지 못하는 옆집 딸, 영화에서는고등어를 발라먹을 때 어쩌다 나오는 잔가시처럼, 유가족을 괴롭히고 혐오하는 주변 인물들이 간간이 나온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유가족에 ‘~~충’을 붙여가면서까지 가혹하게 조롱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의 사회적 종결’을 모두가 암묵적으로 바랬다. 원폭 피해자를 다룬 일본 만화 <저녁 뜸의 거리(?)>에서 피해자 가족이 “사람들은 우리가 그냥 조용히 사라져 버리길 바라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그랬다.


안전을 방치해 참사를 야기하고, 무능으로 구조이 실패하고, 부도덕으로 진상조사를 막고, 파렴치로 유가족을 공격하면서 사회는 그들에게 ‘피해자다움’을 주문했다. 희생자 유가족들이 나와서 “폐를 끼쳐서 죄송하다”라고 송구스러워하는 일본을 닮으라고 했다.


그런 개와 늑대의 시간에 유가족들이 어떻게 서로를 의지하면서 버텼는지를 <생일>은 보여준다. 물론 그 안에서도 서로 상처를 준다.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정부의 보상금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두둔하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한다.


<생일>의 개봉에 즈음해 이제 슬픔에 대해서 말해도 되는 것인지, 이 사건을 영화화 해도 괜찮은 것인지 잔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모습에서 ‘슬픔의 사회적 종결’ 선언에 목말라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이 사건을 영화화 해도 되는 것인지를 물을 때가 아니라 영화를 통해서라도 이 사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이 영화만큼 진지하고 집요하게 파고 든 영화가 또 있었을까 싶다. 전도연과 설경구는 가혹할 정도로 감정의 심연을 파고 들어 응축된 슬픔을 그린다. 이 작은 영화를 위해 가진 재능을 끝까지 짜내려한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